“도쿄 안 가도 되겠네”…국내 상륙한 日 맛집들, 뭐길래? [푸드360]
비오는 여름 밤, 낯선 거리에서 익숙하지 않은 국적의 작은 간판이 은은하게 빛난다. 그곳에 가면 우리는 여행지에서 새벽에 슬쩍 들어가던 골목의 기억을 떠올린다. 이제, 그 발걸음을 먼 곳이 아닌 우리의 동네에서도 느낄 수 있게 됐다. 최근 서울과 주요 도시에 일본 유명 맛집들이 잇따라 문을 열었다는 소식이 연일 이어진다. ‘여행 가지 않아도 된다’는 농담 아닌 농담이 나온다.
일본 도쿄와 오사카, 혹은 교토의 소문난 음식점들이 우리나라에 문을 연다는 건 단순한 외식시장의 확대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한끼 식사가 여행의 추억이 되는 이유, 그리고 그 느낌과 온도, 공간이 전달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독특하다. 기자는 실제 방문객들 곁에서 그들의 설렘, 오래 기다려야만 입장할 수 있었던 떨림을 지켜봤다. 일본에서 이미 ‘한 번은 가봐야 한다’는 평가를 받은 라멘집이나 우동전문점, 작은 이자카야, 디저트 카페 등이 속속 문을 열자 SNS는 후기와 인증샷으로 물결쳤다.
홍대 입구와 강남, 그리고 부산 해운대 곳곳에는 일본 식 공간을 고스란히 재현한 맛집이 줄지어 들어서 있다. 직접 일본에서 재료 일부를 공수하거나, 본토 셰프가 주방에 나선다는 점이 이들 가게의 자부심이다. 단순히 요리의 맛만이 아니라, 작은 나무 입간판, 퇴근 후 맥주잔, 그리고 밤늦게 감도는 조명의 온도까지 공들인다. 라멘의 고소한 육수에서 은은하게 퍼지는 해조류 향, 탱글탱글한 우동 면발이 젓가락을 타고 기대감에 가슴이 뛴다. 이 모든 감각들이 더해진 순간, 잠깐의 일본 여행이 테이블 위에 놓인다.
이런 흐름이 이른바 ‘직접 경험의 시대’라는 키워드와도 맞닿아 있다. 더 이상 화면으로만 음식을 즐기거나, 해외에서만 향유해야 할 특별함이 아니다. 한식에 점차 일본의 식문화가 스며들면서, 라이프스타일도 새로워진다. 과거 일본 음식은 일식 체인점 중심이었다. 이제는 ‘정통’이라는 타이틀을 내세워, 일본의 미식 문화와 공간문화를 한껏 살려낸다. 최근 트렌드에서 놓칠 수 없는 점은, 본토 셰프가 주방에서 직접 요리하고, 손님과 자연스러운 소통을 나눈다는 것이다. 풍부한 육수 향, 흐르는 작은 음악, 원목 특유의 감성적인 인테리어가 더해지는 시간이 준비된다.
하지만 이런 변화가 마냥 유쾌하지만은 않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지 맛집 그대로의 가격 정책은 부담이 된다. 특히 원재료의 수급이 한계에 부딪히면 가격은 더 높아지고, 그에 따라 기대감 역시 덩달아 높아진다. 그리고 일부 소비자 사이에서는 ‘진짜 일본의 맛’을 둘러싼 오랜 논쟁이 다시금 불붙는다. ‘도쿄 본점보다 덜 짠가, 덜 감칠맛이 나는가’ 같은 세세한 평가가 연이어 오르내린다. 소비자가 직접 비교를 즐기는, 활발한 배경 역시 이 같은 새로운 미식 트렌드를 설명해준다.
더불어 일본 맛집들의 국내 진출은, 코로나 이후 ‘보복 여행’과 맞물려 생긴 한국인들의 미각 변화도 관찰된다. 해외에서 먹던 그 맛을 집에서, 직장 근처에서 손쉽게 즐길 수 있다는 점이 위로로 다가왔고, 이제는 한 끼의 식사로 일상의 분위기를 환기시키는 경험이 일상이 됐다. 특히 해외여행이 줄어들었던 몇 년간, 일본 음식을 ‘국내에서라도’ 먹으며 그리움을 달래던 사람들에게 이 변화는 특별하다.
요즘에는 ‘도쿄식 요리’와 ‘오사카식 소울푸드’, 그리고 ‘교토풍 디저트’까지 도시별로 특화된 미식 트렌드도 소규모 매장들에서 빠르게 정착 중이다. 각 음식점의 공간 미학, 디테일, 그리고 만족스러움을 더하는 서비스는 단순한 복제가 아닌 창조로 자리 잡았다. 정갈한 젓가락과 작은 사케 잔에 담겨진 시간처럼, 우리의 미각과 감성도 점차 넓어지고 있다. 이렇게 작은 도전들이 모여, 한식과 일본식이 마주하는 새로운 지점이 되고 있다.
음식에서 시작해 일상, 공간, 선택의 경험까지 그물처럼 촘촘하게 얽힌 일본 맛집의 상륙은, 한국 미식 세계의 경계와 가능성을 시적으로 넓혀간다. 소리를 머금은 수프 한 스푼, 은은한 주방 조명 아래 모락모락 피어나는 기대감, 그리고 ‘여기서도 충분하다’는 속삭임이 오늘 또한 우리 곁을 달군다.
– 하예린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