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로 나눌 수 없는 취향, 지그재그가 연 멀티 에이지 소비의 문
오전, 늦은 오후, 깊은 밤을 닮은 서울의 골목길들. 그 길목마다 늘어선 카페와 패션 편집숍, 그리고 이제는 디지털 속에서 만나는 새로운 쇼핑의 풍경. ‘지그재그’의 앱 화면을 천천히 스크롤하다 보면 마치 야외 마켓을 산책하는 기분이 든다. 예쁜 꽃무늬 원피스 뒤로 깔끔한 수트가 있고, 다음 페이지에서는 편안한 애슬레저룩에 이르기까지—그 모든 것이 한 자리에서 펼쳐진다. ‘세대’란 무엇일까. 오늘은 이 경계 자체가 점차 옅어지고 있음이 새삼 느껴진다.
빠르게 변화하는 소비 트렌드 속에서 ‘멀티 에이지’—다양한 세대의 취향과 필요가 유연하게 흘러드는—라는 말이 더 익숙해진다. 지그재그가 이끄는 이번 확산은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일상 속 문화 풍경의 진중한 변화다. 예전 같으면 20대 초반의 대학생과 40대 직장 여성의 쇼핑 공간이 완전히 분리됐다면, 이제는 취향과 개성이 담긴 제품이 자연스레 섞여 흐른다. 앱 안에서 10대부터 50대까지 서로 다른 스타일을 소화하고, 때로는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모습이 자주 목격된다.
실제로 기자가 만난 김지연(28) 씨는 “이제 엄마와 옷 고를 때 취향 차이로 티격태격할 필요가 없어요. 서로 마음에 드는 아이템을 추천해 주니까, 새로운 대화가 더 많아진 것 같아요”라며 쑥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를 중심으로 흩어져 있던 세대별 소비가 ‘취향의 다리’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한 카페에서 만난 직장인 홍정민(42) 씨 역시 “요즘은 딸이 추천하는 브랜드를 함께 고르면서 지갑도 열고, 대화도 더 부드러워졌죠”라며 따뜻하게 말했다.
지그재그가 관찰한 최근 데이터에서도 이런 변화가 또렷하다. 10대 후반과 40대 초반 유저의 구매 품목 상위 순위가 점점 닮아가는 흐름, SNS에서 유행하는 키워드가 초연령적으로 번지는 현상. 실제로 ‘엄마와 딸이 함께 신는 운동화’, ‘온 가족이 같이 고르는 백팩’ 등 멀티 제너레이션을 의식한 신규 상품도 꾸준히 늘고 있다.
다른 플랫폼과 해외 사례를 보면, 미국 ‘노드스트롬’이나 일본 ‘유니클로’ 같은 곳에서도 이미 가족 단위, 혹은 세대 넘나드는 취향이 통용되는 모습이 두드러진다. 국내에서는 지그재그 외에 무신사, 29CM 등 주요 쇼핑 플랫폼 역시 ‘세대 경계 없는 콘텐츠’에 집중하는 분위기가 공통적이다. 그러나 지그재그의 경우 상품 편집, 스타일 추천, 리뷰 큐레이션 등에서 의도적으로 ‘나이 구분 없는 설계’를 통해 더 자연스럽고 포용적인 소비 경험을 만드려는 노력이 읽힌다. 즉, 단순한 ‘모두를 위한 서비스’가 아닌, 세대가 만나고 섞이며 경험을 공유하는 공감의 장을 제공하려는 결이다.
하지만 혼재된 멀티 에이지 트렌드가 모두에게 이로운 것만은 아니다. 기존 세대별 전문 브랜드 혹은 상품군을 고집하는 이들에게는 “내가 원하는 개성이 오히려 희석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또 대중성에 치우쳐 버릴 경우, 고유한 취향이나 깊이가 사라질 가능성도 상존한다. 이런 비판에도 불구하고 트렌드의 기조는 분명하다—소비는 점점 ‘공감’과 ‘경험’에 닿는다. 그리고 그 경험은 나이와 무관한, 감각과 상황의 연결에 의해 더욱 풍성해진다.
더욱이 최근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는 멀티 에이지 전략을 공간 기획까지 확장하고 있다. 가령 한 카페에서는 ‘엄마와 아이가 함께 그림을 그리고, 옆 테이블에서는 20대 연인이 책을 읽는다’는 일상적 풍경이 연출된다. 이런 분위기를 닮아가는 것이 오늘날의 쇼핑—단절이 아닌 만남, 분할이 아닌 공유라는 분위기를 연출한다.
끝내 중요한 것은 ‘취향의 공존’이다. 나이와 세대를 초월해, 누군가가 좋아하는 것을 나 역시 좋아할 수 있고, 때로는 공통점을, 때로는 다름을 인정하며 존중하는 문화. 그 촘촘함 속에 매일 새롭게 피어나는 일상의 반짝거림이 있다. 이제는 세대를 이야기하기보다, 취향의 흐름을 좇아 즐기는 것. 이것이 곧 지금, 우리 곁에서 멀티 에이지가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변화다. — 하예린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