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 등 글로벌 음반사, AI 음악 차트 자격 규칙 제안

지난 7월 30일, K-POP 시장을 좌우하는 하이브를 비롯해 소니뮤직, 유니버설 뮤직 등 세계 대표 음반사들이 유례없는 연합 행보를 보였다. 인공지능(AI)으로 제작된 음악의 차트 진입 자격을 논의하는 ‘AI 규칙’을 공식적으로 제안한 것. 이미 AI 커버곡, AI 작곡이 트위터·틱톡를 휩쓸고, 신인 아티스트 대신 AI 아이돌이 서서히 커뮤니티를 점령하는 가운데, 대형 음반사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글로벌 차트에서 조회수, 음원 매출만이 아닌 ‘창작자 실명’, ‘AI 사용 내역 공개’ 등의 기준이 언급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업계 발표에 따르면, 제안된 규칙은 ①AI가 관여된 음악은 차트 등록 시 ‘AI 참여’ 여부를 명확히 표기할 것 ②AI가 생성한 보컬·멜로디 등 실질적 창작 기여도 기록 의무화 ③사전 공개 없는 AI 리믹스·커버곡은 차트 반영 불가 등 여러 조항을 담았다. 마치 인증되지 않은 리트윗을 트위터에서 차단하는 것처럼, 차트라는 무대를 AI와 인간 크리에이터 사이에 언젠가 구분선을 긋겠다는 의지가 느껴진다. 실제 무대는 이미 AI로 뒤덮인 상태다. ‘보컬로이드X’ 프로젝트, ‘AI 윤하’의 3일 천하, 글로벌 K-POP 팬덤에서 화제가 된 AI 방탄 커버 등 다수 사례가 쏟아진다. 유튜브·짧은 릴스 영상에서 “진짜냐, 가짜냐”를 놓고 댓글창 전쟁이 벌어진 것도 얼마 전 일이다.

팬덤 반응도 핫하다. 트위터 ‘케이팝트렌드’ 채널에선 “차트에서 AI를 빼면 도대체 뭘 남기냐”는 반발부터 “누설·커버는 오히려 더 창의적” “이젠 누가 진짜 스타인지 알겠다”는 의견까지, 젠지와 Z세대가 촘촘하게 맞서고 있다. 스밍(스트리밍) 문화 중심의 국내 팬덤에선 “이제 앨범 한 장 사는 게 효도, 스트리밍은 앱이 알아서 한다”며 AI와 인간 창작의 경계가 더 모호해졌다는 목소리도 커진다. 신인 아이돌을 AI로 빠르게 프리뷰하는 ‘AI 보이즈’ 쇼케이스로 데뷔하는 사례도 급증 중. 영미권 포럼에선 “차트가 AI로 가득 차면 결국 음악은 데이터싸움만 남는다”는 경계가 감지된다.

유통 측 속내는 복잡하다. 한 유명 스트리밍 서비스 담당자는 “AI 트렌드는 막을 수 없고, 세계 시장에선 규칙 있는 플레이가 필수”라면서도 “너무 빡센 규정은 창작자 위축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차트는 미디어 영향력의 핵심이기에, AI가 너무 용이하게 점령하면 실제 인간 뮤지션이 설 자리가 점점 줄어드는 게 현실”이라며 걱정스러운 시선을 보냈다. 실제, AI 프롬프트 하나로 몇 시간 만에 곡 수십 개를 뽑는 이력에 대해선 ‘음악계의 유튜브 댓글알바’라며 냉소적 반응도 나왔다.

글로벌 차트를 관리하는 IFPI(국제음반산업협회)가 이 규정 논의에 긍정 반응을 보이면서, 제안 실현 가능성도 높다는 전망. 일부 해외 언론에선 “AI시대에도 창작자의 지위·저작권은 지켜져야 한다”는 목소리와 함께, 차트 부정행위(스밍 밴, 음원붐)와 유사한 이슈로까지 연결되고 있다. 그렇다고 AI 음악이 퇴출되는 건 아니다. 몇몇 톱 작곡가·아이돌은 AI 작곡 파트너십을 공개하며, “픽셀과 음계가 만나는 시대가 열렸다”며 신기술 수용의 긍정적인 측면도 강조한다. 사실 AI 음악은 적당히 규제하고, 적당히 섞어 쓰는 게 이미 대세. 이번 규칙은 어디까지나 무분별한 AI 남용과 진짜 크리에이터 권익의 최소한 구분을 위한 움직임으로 읽힌다.

거대한 AI 트렌드의 한가운데서 하이브 등 음반사들의 행보가 앞으로 어디로 이어질지 글로벌 음악계의 관심이 집중된다. K-POP을 매일 듣는 우리에게 AI가 낯선 존재가 아니듯, 차트도 변신이 불가피해졌다. 공존과 경계, 새로운 질서. 이 키워드를 중심으로 K-음악 현장에 또 한 번의 파장이 일 듯하다.

— 민소연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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