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이 다시 쿨하다, 캐롤린 베셋 케네디의 미니멀리즘이 다시 온다

몇 년 째 이어지는 ‘Y2K 리바이벌’과 로고 플레이·맥시멀리즘에 슬슬 피로해진 패션 써클. 어디서 뭘 입어도 다 비슷해 보이고, 빨리 상했나 싶은 룩들이 넘치는 지금, 이젠 오히려 시간 앞에 흔들리지 않고 남는 감각이 필요해 보인다. 그래서 요즘 SNS와 20대-30대 트렌드 키워드에서 다시금 회자되는 이름, 바로 캐롤린 베셋 케네디. ‘90년대 아이콘’이란 말, 진짜 아무 옷에나 붙는 게 아니란 걸 그녀를 보면 알 수 있다.

특별히 화려하지 않은데 오히려 더 세련되고 단정한 캐롤린의 스타일. 일명 ‘노력 안 한 듯 쿨한’ 그 미니멀리즘 룩이, 지금 바람처럼 일렁인다. 슬립 드레스에 오버사이즈 블레이저, 새하얀 셔츠와 스트레이트 데님, 깔끔하게 핏되는 트렌치코트. 꾸미려 애쓰기보단 오히려 심플의 힘을 믿는 선명한 멋. 브랜드 로고보다 ‘핏과 소재, 그 이상의 애티튜드’가 중요하단 메시지를, 그녀는 수십 년 전 이미 보여줬다. 이번 유행의 리픽(back to basic)에는 단순한 복고가 아니라, ‘진짜 스타일’에 대한 갈증이 있다. 패션에서 다시 고전을 발견하는 흐름. 하이패션 신에서도 이런 무드가 확실히 목격된다.

2026 S/S 시즌 주요 하우스들, 특유의 노-로고 무드와 직선 커팅, 화이트·네이비 톤 룩을 러닝했다. 톰 포드식 젯셋이나 프라다, 맥스마라 역시 아크릴 대신 무게감 있는 코튼, 플루이드 울, 실키 새틴으로 정제된 베이식의 상승세를 의식하는 모습. 게다가 최근 지지 하디드가 복각한 새틴 슬립드레스, 켄달 제너의 슬릭 포니테일 같은 연예인 일상 룩에서도 캐롤린의 잔향이 섬세하게 반영된다. 트렌드는 돌고 돈다지만, 지금처럼 ‘리얼 셀럽’의 미니멀 왕복귀가 꾸준히 검색되는 건 그리 흔치 않다.

패션계 과몰입팬들의 ‘옛날 룩 모아보기’ 놀이가 SNS에서 밈이 된 이후로, 캐롤린 베셋의 공항패션, 재킷에 청바지, 턱없이 심플한 블랙드레스 사진이 바이럴 중이다. 20~30대 유저들 사이에는 “이런 심플함을 잘 소화하는 사람이 더 멋있다”는 평가가 따라붙는다. 반면 일부에서는 “너무 클래식해 지루하다, 그냥 올드해 보일 뿐”이란 목소리도 있다. 잊지 말아야 할 건, 캐롤린 스타일이 마냥 심플에만 머문 건 아니라는 점. 그녀만의 균형감은 자연스레 걸쳐입는 듯하면서도, 볼드한 선글라스 같은 단일 포인트나, 소재 테크닉에서 드러난다. 마구잡이 심플이나 아무렇게나 입은 듯한 노멀의 영역과 명확하게 선을 긋는 차이, 바로 여기가 2026 패션 키워드와 닿아 있다.

델라웨어에 본사를 둔 글로벌 패션 스타트업 BLEUMODE에 따르면, 최근 2년간 데님과 기본 셔츠류 판매량이 29% 늘었고, 국내 백화점 신상 트렌치코트 매출도 18% 증가했다. 오피스캐주얼의 금욕적 화이트셔츠, 빈티지 명품 데님, 아이보리 울 니트 같은 상품이 눈에 띄게 각광받는 지금, 미니멀리즘은 불확실한 경기 속에서 소비자가 찾는 ‘지속 가능한 소비’의 대안 코드로 조명된다. 이런 흐름에서 ‘무신사’와 ‘W컨셉’ 등 플랫폼도 ‘90s 미니멀’ 테마 큐레이션을 강화하고 있다.

국내 유명 패션 크리에이터 브리앤드(Brieand)는 “90년대 미국 동부 출신 셀럽들이 특유의 ‘비포 앤 애프터룩’을 완벽하게 구현하면서 지금의 세대에까지 설득력을 갖는 것 같다”며, “스타일 레퍼런스가 필요한 미드-트wenties들에게 어필한다면, 그 중심에 캐롤린 베셋이 있다”고 말했다. SNS ‘OOTD’ 계정에는 #carolynbessette 해시태그가 급증했다. 글로벌 인플루언서들도 ‘최소한의 색, 최대한의 핏’이라는 문법 속에 자기해석을 더한다. 스타일의 쿨함은 새로움보다 ‘무너지지 않는 세련’에서 온다는 걸 요즘 다시 배우는 중이다.

유행은 빠르게 바뀌지만 스타일은 오래간다. 정보의 속도와 패션의 변화가 아무리 빨라도, 대중을 움직이는 감각은 늘 어떤 ‘기본’에서 탄생한다는 걸 캐롤린 베셋 케네디의 에포크는 여실히 알려준다. 진짜 쿨함에 잠깐 멈춰 보고 싶은 순간, 이번 시즌 거울 앞에서 그녀의 사진 한 장 참고해보면 어떨까? 기본이 가장 트렌디할 수도 있다.

— 오라희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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