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려드릴 수 없습니다”… ‘외부인’ 되는 범죄피해자
범죄 피해자 보호제도의 미비와 구조적 한계가 다시금 도마 위에 올랐다. 최근 범죄 피해자들이 수사·재판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경험하는 소외와 단절, 정보 접근의 불투명성이 사회적 이슈로 부상했다. 실제로 본 기자가 확인한 복수의 사건 현장에서는 피해자가 경찰, 검찰, 법원 등 각 기관을 거치며 스스로 ‘외부인’이 된 듯한 박탈감을 경험하는 사례가 여러 차례 포착됐다. 심지어 수사 및 재판 단계별로 핵심 진행상황, 증거채택 여부, 범죄자 처분 등 피해자에게 필수적인 기본 정보를 “알려줄 수 없다”는 무관심과 비공개 원칙이 반복 적용된다.
피해자는 공권력이 부여한 수사·재판기관에 대한 신뢰를 기본 전제로 움직이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피해자를 위한 정보공개 원칙보다는 사건처리의 행정적 효율성이 우위에 있다. 이 과정에서 피의자 인권은 절차적으로 대폭 강화된 반면, 피해자는 검사의 불기소처분결정문 한 줄조차 제대로 고지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피해자 신변을 위협하기 쉬운 민감 정보는 별개로 치더라도, 사건의 흐름이나 진행되는 핵심 내용조차 구체적으로 고지받지 못해 직접 변호인 등을 통해 어렵게 정보를 취득해야 하는 상황이 빈번하다. 그 결과 피해자는 ‘내 일인데도 내 사건이 아닌 것 같다’는 무력감에 빠지기 쉽다.
이 같은 구조적 문제에는 법적·제도적 이중구조가 공고히 자리잡고 있다. 범죄 피해자 보호법은 명목상 ‘적극적 보호와 알권리 보장’을 표방하지만, 실제 집행단계에서는 경찰·검찰 집행 기준과 법적 공판주의, 판사·검사·수사관의 신중주의 등이 피해자의 정보 접근권을 소극적으로 만든다. 현장에서는 피해자 측에 제공할 수 있는 정보 범위가 지나치게 협소하게 해석되며, 일부 수사관은 ‘절차상 보안’을 이유로 기본 사실관계조차 알려주지 않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알려드릴 수 없습니다”라는 말 한 마디가 피해자를 자동적으로 절차 밖 인물로 내몬다. 이런 현실은 단순한 소통 부재의 문제가 아니다. 정보 접근의 차단은 피해자의 정신적 고통을 가중시키고, 피해 회복의 공식 경로마저 우회하도록 유도하면서 사회 전체의 신뢰 기반을 흔든다.
실제 피해자 지원 기관 종사자, 법률 전문가들은 반복적으로 피해자의 알권리 보장과 정보 소통 체계 재정비를 요구해왔다. OECD 주요국 다수는 범죄 피해자 중심의 사법 구조를 확립해 정보 접근권, 소송 절차 참여 확대, 피해 회복경로의 다양화 등에서 적극적으로 제도를 개선해왔다. 반면 우리 사회는 법조계 내부의 보수적 문화와 조직 중심주의에 발목 잡혀, 피의자 중심―피해자 비가시화라는 낡은 프레임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해법은 무엇인가. 첫째, 사건별 내 사건 관리번호 통합과 실시간 알림 시스템 도입이 시급하다. 현행처럼 각 주체가 각기 다른 시스템으로 움직이며 피해자가 방황하게 만드는 구조를 멈춰야 한다. 둘째, 피해자 보호관(피해자 전담 담당관) 제도를 실효성 있게 강화해, 피해자가 적극적으로 필요한 정보를 묻고 설명받을 수 있는 공식 창구를 만들어야 한다. 셋째, 수사과정 내내 피해자의 정당한 정보 요구에 대해 “절차상 어렵다”는 관료적 답변이 반복되지 않도록, 현장 실무자 대상의 교육 및 감시 체계 강화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피해자의 인권 역시 ‘피해사실 경험 이후’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사건 이후 회복 과정 전반에 걸쳐 존중되어야 한다는 인식이 현장에 뿌리내려야 한다.
극단적 선택처럼 재차 피해를 촉진하는 2차 피해 문제와 마찬가지로, 정보 단절은 피해자의 사회적 고립과 법적 무력감을 심화시키는 근본적 리스크로 남는다. 소외된 피해자가 스스로 외부인이 되어 떠나는 사법 현실은 단순한 행정 미흡이 아닌, 법치와 공동체 정의의 실패다. 진정한 피해자 보호는 명분이 아니라, 정보·기회를 균형 있게 제공하는 실제적 제도에서 시작된다. 현재와 같은 비공개, 침묵, 외면이 반복된다면 피해자들은 언제까지나 사건의 주변부를 맴도는 ‘외부인’이 될 수밖에 없다.
— 서지현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