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봉사와 백제의 숨결이 흐르는 익산, 체류형 관광이 열어준 새로운 여행의 문
익산의 들판에서는 이른 아침부터 작은 생명들이 바람을 타고 속삭입니다. 여름의 햇살이 강하게 내리쬐던 지난 주말, 익산시 곳곳에서 도시의 청년들이 농촌 봉사를 위해 몰려드는 풍경이 펼쳐졌습니다. 이들은 한낮의 뜨거움 속에서도 서로의 손길을 나누며, 농민들의 굵은 손마디와 추억을 공유합니다. 익산시가 새롭게 추진하는 ‘체류형 관광’은 여느 잠깐 스쳐가는 여행과 다릅니다. 하루 이틀 머물며 지역의 땀과 숨결을 온몸으로 느끼고, 해질 무렵 들녘에 앉아 백제의 역사를 이야기하는 그 순간까지, 일상에서 흔히 겪지 못할 특별함이 차오릅니다.
농촌 봉사 프로그램은 단순한 체험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닙니다. 익산시가 마련한 이 프로그램에는 계절에 따라 다양한 미션이 있습니다. 올해 여름엔 모내기를 함께하거나, 수확기에 배추를 옮기고, 마을 어르신과 함께 점심을 차려 먹는 특별한 경험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봉사자는 농민의 손길을 거든 대가로 소박한 식사와, 때로는 익산 전통시장에서 장만한 농산물도 받아갑니다. 또한 최근에는 봉사 후 익산의 대표적인 백제 유적지 투어까지 연계되어, 익산이 가진 시간의 깊이와 문화적 층위가 여행을 더 아늑하게 감쌉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미륵사지와 백제왕궁터는 익산 관광의 구심점입니다. 체류형 관광은 이 역사적 공간을 표면적으로만 바라보지 않습니다. 봉사자들은 유적 해설가와 함께 터를 돌며 백제 시대의 일상과 신앙, 그리고 이 땅이 간직한 사연 한 자락까지 귀 기울입니다. 해설이 끝난 뒤, 조용히 미륵사지 돌기둥 곁에 앉아 멀리 펼쳐진 논밭을 보는 순간, 세월의 거친 숨소리가 짧은 여행자의 마음에도 서서히 스며드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익산은 단순한 방문을 넘어 머무르며 소화하는 여행, ‘체류형 관광’의 새로운 모델을 완성해가고 있습니다.
더욱이, 이번 프로그램에는 지역 식재료를 활용한 쿠킹 클래스와 마을 장터 행사, 옛 백제 의상을 입고 사진을 남기는 특별 체험도 마련되어 있습니다. 이를 통해 청년들은 관광객이자 잠시의 주민, 나아가 문화 해설자가 되어 지역에 스며듭니다. 이방인의 시선이 아닌 주인의 손길로 마을을 체험하는 일, 그것은 잠시 머물렀다가 가는 ‘관광’ 대신, 짧은 시간이라도 지역을 살아내는 ‘여행’의 본질을 일깨웁니다.
실제로 체류형 관광은 전국 각지에서 새로운 흐름을 타고 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로 사람들은 한적한 작은 마을에서 자연을 느끼고, 직접 농사일을 돕거나 마을의 잔칫상에 참여하는 경험을 찾고 있습니다. 익산 역시 이 흐름에 맞춰 농촌 봉사와 백제 역사 탐방, 지역 특산물 체험을 하나로 엮어냈습니다. 해당 프로그램에 참여한 서울 출신 대학생 박수빈 씨는 “단순히 유적만 보고 가는 관광이 아니라, 실제로 이곳 사람들과 부딪히고, 함께 웃고 일하고 먹는 과정이 너무 새로웠다”고 말합니다.
또한 주민들 역시 외지 청년들과의 만남에 긍정적인 변화를 경험하고 있습니다. 익산시 마을 어르신 이순자(75) 씨는 “젊은 친구들이 매년 와서 도와주니, 우리 동네에도 활기가 돈다”며 고마움을 전했습니다. 익산시 관계자는 “지속가능한 관광을 위해 봉사와 체험, 역사 탐방을 패키지로 묶었고, 참여자의 체류를 적극적으로 장려할 방침”이라고 밝혔습니다. 이 프로그램이 일회성 이벤트가 아닌, 계절마다 열리는 고정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는다면, 익산은 체류형 관광의 대표 도시로 우뚝 설 것입니다.
가을이 오면 들녘은 황금빛으로 물들고, 봉사자들은 다시 이 곳에 모여 고구마를 캐며 또 하나의 추억을 남길 것입니다. 그 순간 머릿속을 맴도는 건 미륵사지의 바람, 장터의 흥겨운 소리, 그리고 봉사의 손길에서 번진 온기일지도 모릅니다. 여행이란 결국 일상을 벗어나 새로운 삶을 잠시 경험해보는 것, 익산은 그 품에서 도시인의 지친 일상에 쉴 틈을 내어줍니다. 몸은 잠시 떠나와 있지만 마음은 익산의 깊은 역사와 따스한 풍경, 그리고 그 안의 사람들과 온전히 닿아 있습니다. 이토록 다정한 지역, 익산의 체류형 여행은 오늘도 많은 이들의 기억에 작고 소중한 흔적을 남깁니다.
— 하예린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