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하츄핑2’ 개봉 첫날 오프닝 돌파, 애니메이션 시장 전면전
빗방울이 스크린 앞 유리창을 두드리는 여름 밤, CGV 용산 아이파크몰 상영관 복도는 가족과 어린이 관객들로 들썩인다. 무거운 방학 초반임에도 개봉일 박스오피스 3위, ‘사랑의 하츄핑2’ 포스터 앞 포토존에는 핑크빛 캐릭터 티셔츠를 입은 꼬마들이 줄지어 서 있다. 상영관에서는 곳곳에서 쏟아지는 웃음소리가 듣기 좋게 울린다. “엄마, 저거 하츄핑 아니야?”, “이번엔 어떤 모험이야?” 속삭임이 광속으로 오간다. 개봉일 스코어는 5만 관객을 훌쩍 넘겼다. 바로 앞서 개봉한 ‘호프(HOPE)’를 제쳤고, 전작 오프닝 기록까지 목 넘김처럼 삼켜버렸다.
정글과도 같은 극장가 한복판에서 하츄핑이 증명한 건 단순 흥행이 아니다. 가족 단위 애니메이션 시장에서의 ‘플랫폼 드라이브’, 즉 확실한 고정 팬층이 만들어내는 힘이다. 최근 한국 애니메이션계는 일본 애니메이션 공세와 넷플릭스 오리지널 등 해외 IP의 압박으로 내수 기반이 쉽게 무너지는 상황이었다. 지난해 선전한 ‘극장판 뽀로로’, ‘신비아파트’, 그리고 ‘짱구는 못말려’가 있었지만, 꾸준히 사랑받는 토종 IP의 부재라는 목소리는 언제나 있었다. 그런 점에서 “하츄핑”이 만든 스타트라인은 확실히 남다르다. 개봉 첫날부터 티켓 파워를 실감한 배급사 관계자는 “가족 관객의 선택이 박스오피스 판도를 바꾼다”는 자신감을 조심스레 내비친다.
6시, 롯데시네마 건대입구관 앞. 평일임에도 퇴근하는 부모, 방학 맞은 아이를 데리고 금세 복도가 분주해진다. 판매대 스태프들의 손길이 분주하다. 팝콘 옆엔 하츄핑 굿즈를 담은 가방과 키링이 쌓여간다. 영화는 80분 남짓, 특유의 경쾌한 전개와 화사한 색감으로 사방을 밝힌다. 아이들은 스크린의 하츄핑을 따라 작은 손짓을 날리고, 부모들은 가장자리에서 미소 짓는다. ‘하츄핑2’가 가질 수 있었던 첫 번째 승부수는 바로 이러한 공감력 높은 스토리와 친근한 캐릭터였다.
박스오피스 집계 그래프에도 작은 파장이 생겼다. ‘하츄핑2’는 오프닝 관객수에서 전작의 기록을 120% 상회하면서 국내 애니메이션 최고 오프닝 중 하나를 기록했다. 비교적 경쟁작이 많은 시기였음에도 뚜렷한 성장세를 보여준 셈이다.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기준, ‘호프’를 단숨에 제치고 전체 3위를 차지한 사실은 업계 관계자들도 예상하지 못했다는 반응이다. 특히 ‘국내산 애니의 무덤’이라 불릴 정도로 힘든 시기임을 감안하면, 의미는 배가된다. 실시간으로 SNS와 맘카페에는 ‘하츄핑 후기’가 속속 올라오며 “이번엔 꼭 극장에서 봐야 한다”는 바이럴이 번진다.
평가의 지점에서 관객층의 변화도 눈에 띈다. 극장 앞 실시간 인터뷰에서 만난 어머니 김수연(39) 씨는 “애 키우는 입장에선 선정성 걱정 없는 작품이 드물다. 하츄핑은 애들이 따라해도 안전하고, 어른도 지루하지 않게 보는 매력이 있다”고 이야기한다. 손을 잡은 여덟 살 딸 유주양은 “하츄핑 변신 장면이 진짜 멋있고, 노래가 계속 생각난다”며 해맑게 웃는다.
이 영화의 흥행 뒤편엔 제작사와 유통가가 끈질기게 쌓아온 ‘IP 관리 전략’이 자리잡는다. 오리지널 캐릭터 상품, 테마파크 체험 이벤트, TV시리즈 동시 기획은 물론, 모바일 게임까지 연계하는 방식이 가족 단위 팬덤을 촘촘히 묶어냈다. 이런 점에서 ‘하츄핑2’의 성공 공식은 일본 현지형 모델, 넷플릭스 유아동 타깃 시리즈와 견줄 국내형 성공법의 견본이기도 하다.
단, 고무적인 성적 이면에는 과제가 여전하다. 전문가들은 ‘하츄핑’의 선전이 국산 애니메이션 전체의 부활을 의미한다기보다, 특정 IP의 저력에 의존한 일회성 반등일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유통 구조·마케팅 자본 구축, 장기적 콘텐츠 강화를 위한 지원이 없다면 외국 애니의 파상공세에서 쉽게 밀릴 위험이 도사린다. 국내 키즈 애니 시장은 세계 기준에서 여전히 작은 편이고, 부모 세대의 팬심이 끊기면 언제든 하락세로 전환될 수 있다.
관객수, 오프닝 스코어, 개봉일 박스오피스. 속도감 넘치는 숫자들의 전쟁에서 ‘하츄핑2’는 선명하게 결과를 남겼다. 관건은 이 흥행 에너지가 IP의 단발 지속에 머무를지, 아니면 산업 전반의 체질 개선으로 치환될 수 있을지다. 극장가 아지랑이 너머, 아이들의 미소가 지속되길 바라는 소박한 기대와 현실 사이, 여름 저녁의 극장 앞은 여전히 활기차다.
— 백하린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