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억 쥐고도 갈 곳 없다”…육아, 출퇴근에 끼인 30대 이야기
오늘도 분주한 저녁, 서울 외곽의 한 어린이집 앞에는 익숙한 풍경이 펼쳐진다. 퇴근한 직장인들은 한 손에는 핸드폰, 한 손에는 아이의 작은 손을 꼭 쥔 채 순번을 기다린다. 한 아이 엄마인 송아름(35) 씨 역시 마찬가지였다. 수개월째 재무적 여유가 있음에도, 아파트 구하기는 하늘에 별 따기였다. ’10억 쥐고도 갈 곳 없다’는 푸념이 최근 30대 젊은 부모들 사이 일상어가 됐다.
실제로 부동산 중개 사이트마다 “전세 매물 찾기 어렵다”는 문의가 쏟아진다. 30~40대가 주도하는 사회 초년생과 육아 가정들이, 서울 및 수도권에서 살 만한 집을 찾아 떠돌고 있다. 보유한 자금이 억 단위라도, 출퇴근 접근성 좋은 곳의 매물은 평범한 맞벌이 부부 기준으로도 너무 비싸거나 너무 멀다. 어린이집 대기번호, 회사와의 거리, 부모 도움 유무… 선택은 모두 괴로운 ‘갈림길’이다.
문제는 단순한 집 한 채가 아니다. 출퇴근의 지옥철, 하원 담당의 육체·정신적 피로, 아이가 제대로 성장할 수 있을지 모르는 불안감이 부모들을 지치게 한다. 출산율 0.63. 최근 통계는 개인의 행복 추구와 사회적 환경의 무거운 충돌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기사의 한 인터뷰이인 박진영(33) 씨도 “이러다 다 떠나야 하나 싶다”고 토로했다. 부모와 자녀가 모두 외로운 선택을 강요받는 현실이다.
시장에서의 혼란은 이미 신호를 보내고 있다. 중저가 단지는 1~2주 만에 거래가 또 동난다. 학교가 괜찮다는 소문난 동네에는 전셋값과 매매가가 동반 상승한다. 반면, 교통 불편한 신도시·외곽은 여전히 썰렁하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차라리 경기도로 이사갈까” “둘째는 꿈도 못 꾼다”는 한탄이 넘친다. ‘부동산펑크’라는 신조어도 등장했다. 출퇴근 아니면 자녀 교육 중 하나는 반드시 포기해야 하는 비상식적인 선택지다.
이처럼 30대는 ‘아파트 로또’의 수혜자도, 영끌 투기의 지원자도 아니다. 오히려 제대로 된 거주 공간과 가족의 일상을 유지할 기회를 잃어가는 중산층이 가장 큰 타격을 입고 있다. 단순히 돈의 문제가 아니다. 10억이 있어도 실질적으로 가족의 삶의 질을 개선할 공간은 없다. 현실적 대안이라고 하는 것은 여전히 땜질뿐이다. 육아 환경 개선, 양질의 돌봄 서비스 확충, 적정 통근 거리 내의 상생형 주거 공급 등 모두가 구호로만 머무른다. 실제 현장에서는 아이가 아플 때 맡길 곳조차 없어 근무지를 포기하는 젊은 엄마·아빠가 적지 않다.
이러한 이중의 압박, 즉 출퇴근 전쟁과 육아 돌봄 진공 속에서 30대들은 미래 설계마저 좌초된다는 자괴감에 시달린다. 어느 선택지에도 ‘정상가족’을 이룰 수 있는 보장이 없다. 이 과정에서 사회적 연대와 정책적 배려의 빈자리가 너무나 크게 드러난다. 교실에 아이가 사라지는 것도, 공공임대 대기줄이 끝나지 않는 것도 모두 ‘개인의 실패’로 내몰아선 안 된다.
국가는 과감하고 실제 작동하는 주거정책, 노동시장 유연화, 대체돌봄 및 건강한 공동체 복원을 위한 투자로 응답해야 한다. 사회적 이동성과 가족의 온전한 삶, 모두를 담보하는 정책 전환 없이는 조금의 희망도 만들기 어렵다는 걸, 오늘 저녁 집으로 뛰는 수많은 젊은 부모들의 얼굴이 말해준다.
그저 집 한 칸이 아닌, 함께 살아갈 온전한 사회의 터전을 만드는 일이 그 무엇보다 시급하다. 풀기 쉽지 않은 현실이지만, 이런 평범한 가족들의 목소리에 더 오래, 더 가까이 귀 기울이는 우리의 연대가 절실하게 필요하다. 오늘도 내일도 아이를 안아 들고 집을 향해 걷는 30대들의 발걸음에 진심을 더한다.
— 김민재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