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실패’로 막 내린 맨유행, ‘1380억’ 가치 사라진 산초의 미래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제이든 산초의 동행이 끝을 향하고 있다. 2021년 여름,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에서 7300만 파운드(1,380억원대, 현 환율 기준)이란 엄청난 이적료로 맨유 유니폼을 입은 산초는 빅리그의 주역이자, 잉글랜드 대표팀의 핵심 윙어로 기대를 한몸에 받았다. 그러나 영입 첫해부터 삐걱였다. 산초는 특유의 돌파와 창의력이 EPL 수비벽 앞에서 좀처럼 살아나지 않았고, 전술 내 불협화음과 잦은 교체로 경기 리듬을 잃었다. 퍼포먼스 관점에서, 산초가 가진 1대1 돌파와 크로스, 좁은 공간에서의 패스 조합 능력은 맨유가 필요로 하던 부분이었으나, 정작 팀의 중원 빌드업과 공격 2선의 배치가 이를 전혀 살려주지 못했다. 현재까지 산초가 기록한 EPL 통산 공격포인트는 단 9골 6도움. 도르트문트 시절 한 시즌에 근접했던 수치를 3시즌 동안 나누는 결과다.
현장 반응도 냉랭하다. 맨유 팬들은 “이적생 최대 실패”로 산초를 꼽고 있고, 좌, 우 측면을 오가는 실험적 활용에도 불구하고 산초의 장점은 번번이 소멸됐다. 에릭 텐 하흐 감독 부임 이후에도 포지셔닝의 혼란, 전술 완성도 미흡, 그리고 무엇보다 산초 본인과의 심리적 갈등이 여기까지 이르렀다. 실제로 텐 하흐 감독과의 불화, 공개적인 불만 표출, 훈련 태도 문제가 올해 내내 현지언론의 주요 보도거리였다. 한 시즌 고작 14경기 출전, 교체입장 대부분. 모처럼 출전한 경기에서도 산초의 1차 압박 실패, 수비 가담 약점, 단조로운 왼발 드리블만이 클로즈업 됐다. 맨유 공격 전개가 정체를 거듭할 때마다 왼쪽에서 해준다는 기대가 허공에 떠돌았고, 결국 벤치에 묶인 시간이 경력 대부분을 차지하게 됐다.
각종 영국 언론 및 스카이스포츠 보도에 따르면, 현재 산초는 잉글랜드 내 다른 클럽의 임대 또는 완전 이적 제안을 모두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EPL 복귀 카드는 실질적으로 없어진 셈. 그만큼 맨유에서의 경험이 악몽에 가까웠다는 평가다. 여러 팀이 오퍼를 넣었지만, 본인과 에이전트 모두 “새 출발”이 중요함을 내세우며 친정팀 도르트문트 복귀에 무게를 두고 있다. 실제로 도르트문트가 임대, 또는 저렴한 가격에 재영입 추진 중이며, 선수단 내 동료들과의 인간관계, 전술적 친숙함이 재도약의 열쇠로 평가받는다. 도르트문트 시절 산초는 중심윙어로서 1시즌 17골 16도움, 유스에서부터 다져온 속공 체계, 자발적 프레싱, 유려한 콤비네이션 플레이로 팀 공격을 이끌었다. 분데스리가의 넓은 공간, 수비 라인 사이를 파고드는 플레이 스타일 역시 산초의 특징과 완벽히 맞아떨어졌다.
반면 맨유에서는 EPL 특유의 피지컬 파워, 상대적으로 좁은 경기장 활용, 직접적인 공중볼 경쟁 등에서 지속적인 기복을 드러냈다. 산초의 개인 역량이 아니라, 전술 적응도와 팀 동료 조합, 감독 신뢰 등 복합 문제가 산재해 있었다. 텐 하흐 감독의 사령탑 체제 하에서는 산초가 설 자리가 좁아졌고, 결국 경력 정점이라 여겨지던 리그 최고의 재능이 3년 만에 가치를 잃고 있다. 시장 가치 역시 내리막. 트랜스퍼마르크트 기준, 2021년 9000만 유로(약 1300억대)였던 몸값도 2026년 현재 2500만 유로(400억 미만)까지 곤두박질쳤다. 이는 EPL 주요 이적생 중 최악의 손실률로 기록될 전망이다.
향후 도르트문트 복귀가 결정된다면, 산초의 플레이 복원에 가장 큰 관건은 경기력+심리 상태 회복이다. 공, 공간을 자유롭게 다루던 20대 초반의 감각과 후방 빌드업, 역습 시 빠른 블로킹이 요구되는 본 고장 전술로의 회귀가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근래 도르트문트 공격진은 1~2선 조합에 아직 확실한 결정력을 보강할 카드가 부족하다. 산초가 익숙하고 공격적 역할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면, 다시 한 번 분데스리가 우승 경쟁의 중추로 복귀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하지만 대표팀 레벨, 재유럽 진출 가능성 등 완전한 부활까지는 관찰이 더 필요하다. EPL, 챔피언스리그에서 보여준 한계(멘탈, 신체, 전술 적응)는 지도자, 동료, 본인의 세심한 관리 없이는 반복될 소지가 크다. 이번 맨유 실패를 메이저리그 선수들의 트레이드 실패, 약진과 재기, 유럽 스포츠 시장의 명암이라는 관점에서 봐도 의미가 크다. 빅클럽 이적이 선수 인생에 항상 약이 되는 것은 아니고, 오히려 커리어의 주요 변곡점에선 “본인에게 맞는 구단-포지션-운용 방식”의 결합이 역시 핵심이라는 사실이 다시금 부각된다.
‘1380억 공중분해’라는 이번 사건에서 EPL 구단들의 선수 운용 전략, 그라운드 내외 소통의 중요성, 그리고 선수 본인의 장기적 커리어 설계 등 한국 스포츠계에도 시사하는 점이 많다. 산초의 복귀 여부와 더불어, 지나치게 높은 기대치가 선수 성장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향후 맨유와 도르트문트의 다음 시즌 행보, 산초의 재기 여부 모두 지켜볼 대목이다.
— 한지우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