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끝에 머무는 정성, 식탁에 스며드는 온기 – 상진초등학교의 ‘부모-자녀 관계 형성 요리 교실’ 풍경

여름의 기운이 교실을 가볍게 휘감던 8월, 상진초등학교에서는 특별한 수업이 펼쳐졌다. 최근 학부모와 자녀들이 나란히 앞치마를 두르고 한 상을 준비하는 ‘부모-자녀 관계 형성 요리 교실’은 학교 안팎의 이목을 끌며, 일상에 작은 울림을 더했다. 통유리 너머 밝게 쏟아지는 햇살 아래, 다양한 연령의 아이들과 부모가 조심스럽게 칼을 잡고, 낯선 재료를 만지며, 식탁을 마련하는 순간들이 잔잔하게 쌓여갔다.

즉석에서 손을 맞잡게 했던 요리 교실의 목적은 단순히 요리를 배우는 데 그치지 않았다. 이번 행사는 방학을 맞은 아이들이 부모와 함께 일상의 작은 변화를 경험하며, 직접 손끝의 감정을 나눌 기회를 제공하고자 기획됐다. 누구에게나 바쁜 삶 속에서 식사 준비는 한편으론 부담, 또 한편으론 유일하게 서로의 온기를 확인하는 통로가 된다. 그간 각자의 자리에서 쏟아냈던 분주함을 잠시 내려놓고, 부모와 자녀가 서로의 속삭임과 호흡을 닮아가며, 맛있는 기억을 함께 쌓는 시간은 그 자체로 소중했다.

상진초의 참가 프로그램은 아침마다 촉촉하게 젖은 텃밭에서 수확한 채소와 제철 과일, 촉촉한 냄새가 깃든 빵, 단정히 담아낸 국과 반찬 등 다양한 레시피로 하루씩 채워졌다. 요리 교실 특유의 분위기는 사뭇 다정하다. 익숙하지 않은 옆자리 부모의 미소, ‘이렇게 하면 돼’라고 응원하는 교사의 손짓, 어찌할 바 몰라 잠시 멈칫하는 아이의 모습이 모두 한 장면 안에서 자연스레 어우러진다. 특히 만들어진 음식을 함께 나누는 시간, 수저를 들고 조용히 음미하는 그 평화로운 순간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부모와 자녀가 함께 요리하는 경험은 교육적 효과도 크다. 최근 여러 연구에서 가족끼리 식사를 준비하는 과정이 자녀의 정서 안정, 공감 능력, 협력적인 태도 형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밝혀진 바 있다. 특히, 성장기 자녀에게 ‘같이’라는 과정은 누군가와의 관계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데 힘이 된다. 상진초의 사례에서처럼, 학교 현장이 단순한 지식 전달을 넘어 실제 삶의 기술을 배우고, 인간관계의 온기를 익히는 배움터가 되는 순간을 마주하면 그 의미는 더 깊어진다.

기자 또한 잠시 교실 모퉁이에 머물며, 부모가 자녀 손등에 남긴 밀가루 자국, 삐뚤빼뚤하나 애정이 듬뿍 담긴 소금간의 맛을 곱씹곤 했다. 부모들은 참여 소감을 통해 ‘내 아이와 눈을 맞추고 웃으며 같은 시간을 보내는 게 너무 오랜만이라 감격스러웠다’고 말했다. 아이들 역시 “엄마(아빠)랑 같이 해서 재미있었다”, “요리가 어렵지만 같이 하니까 쉬웠다”고 조용히 속마음을 내비쳤다. 그렇게 차곡차곡 쌓이는 식탁 위의 추억은 언젠가 누군가의 마음 한 구석에서 따뜻함으로 남을 것이다.

최근 타 지역 교육현장이나 복지기관에서도 유사한 프로그램이 잇따르고 있다. ‘가족 밥상 프로젝트’, ‘우리집 작은 셰프’, ‘엄마·아빠와 도시락 만들기’ 등 이름은 달라도, 부모-자녀가 한 공간에서 손을 맞잡는 포맷은 거의 비슷하다. 이들 프로그램이 눈에 띄게 늘어난 배경에는 코로나19 이후 소통 단절, 가족 내 거리감, 바쁜 맞벌이 가정의 시간 부족 등 사회적 변화가 자리한다. 가족이 시간을 마주하고, 한 상을 차리며 함께 성장한다는 의미는 외로운 시대를 건너는 또다른 힘이 된다.

그러나 실제 참여율, 지속성, 대중화 측면에서는 과제가 남았다. 반복적 개최에 한계가 있고, 교육의 실효성이 정기적인 만남 속에서 극대화된다는 점에서 운영의 섬세한 배려가 필요하다. 또한 학교, 지역사회, 다양한 전문가 협업을 바탕으로 프로그램 확장과 진화가 요구된다. 무엇보다 사회 전체가 식탁을 매개로 한 부모-자녀의 경험을 교육, 복지, 정서 발달 등 여러 측면에서 진지하게 바라봐야 한다. 단순한 이벤트성 행사가 아닌, 삶을 수놓는 일상의 움직임으로 뿌리내릴 때 진짜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상진초의 햇살처럼 따스하게 번졌던 그 요리 교실. 한 그릇의 정성과 한 조각 이야기, 손끝에 담아 전해지는 새로운 온기가 이 여름을 보다 특별하게 만들었다. 오늘도 누군가의 식탁 위에서 시작될 또 한 번의 가족 이야기가 기대된다.

— 하예린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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