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인, 우승 5→0 ‘무관 위기’…아틀레티코의 현실과 선택

2026시즌이 반환점을 돌면서, 이강인의 새로운 도전은 뜻밖의 돌파구 없이 답보 상태다. 2023년 여름, 이강인의 라리가행은 국내외 팬 모두에게 큰 기대를 안겼다. 파리 생제르맹에서의 2년 동안 그는 리그1, 프랑스컵 등 굵직한 트로피 4개를 따내며 이적 시장의 블루칩으로 떠올랐다. 그리고 그를 영입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강력한 승격 엔진처럼 보였다. 팀 내 구상 역시 명확했다. 플라메리스타(플레이메이커) 이강인에게 매 회전 공격 전개를 맡기고, 주앙 펠릭스와의 조합으로 속도와 창의성을 가미하겠단 구도였다.

그러나 3시즌이 흐른 지금, 아틀레티코와 이강인은 ‘무관’이라는 그림자에 갇혔다. 스페인 현지 언론은 지금 이 시점에서 아틀레티코의 올 시즌 주요 대회별 우승 확률을 단 4%로 내다봤고, 이강인의 개인 커리어 역시 ‘우승컵 5→0개’라는 자극적인 수치로 비교되고 있다. 경기를 뜯어보면 그 원인은 분명하다. 아틀레티코는 시즌 초반 공격 조립은 치밀했으나, 실질 득점력 부족과 수비 집중력 저하라는 구조적 불안을 노출해 왔다. 이강인도 커리어 첫 시즌만큼의 창조성이나 빌드업 전개에서 소위 ‘아이콘 모드’는 흔치 않았다. 특히 오프 더 볼 무브먼트에 대한 역할 부담이 늘고, 중앙 미드필드와 상대 수비 라인 사이에서 좁은 템포 교환을 요구받으면서 개인 역량보단 팀 극대화에 집중하는 양상이 두드러졌다. 실제로 그는 최근 15경기 중 경기당 슈팅수 1.8, 보조 빌드업 패스 성공률 86%로 준수했지만, 득점 기회 창출 예상치(xA)는 1.7에 그쳤다. 그는 경기장을 넓게 쓰는 재능을 지녔으나, 팀 전술로 인한 제한적 시도와 득점 기회의 편중이 뚜렷하다.

아틀레티코도 이강인 효과에 기댄 채 조직적 압박과 빠른 트랜지션에 드라이브를 걸었으나, 상대 빅팀들에겐 고전했다. 챔피언스리그 16강, 국왕컵 준결승, 그리고 라리가 4위권 경쟁에서 잇따른 패배가 이어지며, 팬들의 기대와 현실의 간극이 깊어졌다. 현장에선 사울, 코케 등 기존 베테랑들과 미드필드 공간 장악에서의 불협화음, 수비진의 불안정성 등 복합적 요인이 겹쳤다고 본다. 펠릭스의 피니시 부족과 그리즈만의 기복도 고질적이다. 이강인도 스스로 계속해서 포지셔닝을 변형하며 찬스를 노리지만, 팀의 전방 압박이나 세컨볼 회수 실패가 공격 전개에 타격을 주는 모습이었다.

스페인 축구 특유의 템포와 압박은 이강인도 적응과 한계 타이밍을 반복하게 했다. 경기 내내 두 줄 수비가 주는 밀도 속에서, 단일 크리에이터가 살아남긴 쉽지 않다. 그의 탈압박, 짧은 패스 연계 능력이 살아날 때엔 팀 공격이 활력을 찾지만, 반대로 중앙 분산과 역습 상황에선 그 역시 템포를 잃고 소극적으로 변하는 모습이 노출됐다. 특히 주요 맞대결에서 벤치 시작이 늘어나며, 출전시간 감소와 경기감각 하락도 불가피했다. 중원 싸움에서 주장이었던 코케, 사울 등과 포지션 간 간격 유지를 두고도 여러 번 의견 차가 있었다고 한다. 그 탓에 이강인 특유의 리듬 조절, 창의적 움직임을 위한 구조 자체가 흔들리는 장면이 속출했다.

이강인 개인으로선 성장과 정체가 교차하는 갈림길이다. 커리어 초반의 빠른 상승세는 프랑스 무대서 이미 증명했지만, 아틀레티코에서는 팀 전술, 동료 조합, 리그 특성 등 변수에 따라 개별 퍼포먼스가 일정치 않다는 게 현장 분석이다. 물론, 단순히 우승 횟수라는 숫자로 커리어 전체를 평가하기엔 프레임이 편협하다는 반론도 있다. 그러나 프로 선수에겐 트로피와 기록이 향후 이적 시장, 대표팀 내 위상, 개인 브랜드 등에서 직결되는 만큼, 올 시즌 이강인에겐 더욱 절박한 반등이 필요하다.

현실적으로 아틀레티코는 다양한 변화를 꾀해야만 한다. 전술적 재정비와 더불어, 이강인에게 좀 더 자유로운 2선, 3선 기동권을 부여해야 경기 내 영향력이 극대화될 수 있다. 또한, 펠릭스-그리즈만 등 주축 공격진과의 관계 재설정, 수비진 라인업 재구성 등 적지 않은 리셋이 선결 과제로 꼽힌다. 연이은 무관은 아틀레티코 구단의 미래 설계, 그리고 이강인 커리어의 전환점에서 중요한 시험대가 될 운명이다.

축구는 물론 기록의 스포츠다. 하지만 그 이면엔 개인-팀, 스쿼드 깊이, 감독의 운용 철학, 리그 특성 등 복합적 변수가 얽히며 매 시즌 새로운 상수가 도출된다. 이강인 또한 ‘5컵→0컵’이라는 숫자 이면에서, 도전과 반성, 그리고 재기라는 진짜 드라마를 쓰고 있다. 팬들과 구단 모두가 남은 시즌 동안 어떤 파괴력 있는 반전 스토리를 쓸지, 그 현장의 한복판에서 우승이란 단맛을 다시 볼 수 있을지가 주목된다. 다시 공격의 심장으로 돌아올 이강인의 다음 퍼포먼스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 한지우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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