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없는 대구 대학병원, ‘생명선’이 흔들린다

대구 주요 대학병원 전공의 모집이 올해 기록적인 난항을 겪고 있습니다. 수년째 반복되던 의료진 유출과 필수 진료분야 기피 현상이 2026년 여름, 그 어느 때보다 냉혹한 현실로 다가왔습니다. 실제로 대구권 대학병원 내 일부 필수의료과에서는 한 명의 지원자도 받지 못해 전공의 채용 자체가 무산된 곳도 있습니다. 수술실 불이 꺼지고, 응급실이 인력난으로 줄줄이 셧다운되는 광경이 더는 뉴스 속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닙니다.

지난 주말, 계명대학교 동산병원 소아청소년과 외래를 찾은 4살 아동의 어머니 조은숙 씨는 이른 아침부터 창구 앞에 줄을 섰습니다. “아이가 토요일 밤 갑자기 고열로 응급실을 찾았지만, 소아응급 전공의가 없다 하여 수십 분 대기 후 다른 병원으로 보내졌어요. 겨우겨우 진료를 받았지만, 의사가 너무 바빠 자세한 설명도 듣지 못했습니다.” 조 씨가 토로한 불안과 분노는 대구 시민 다수의 현실입니다.

실제로 대구·경북 5개 대학병원의 2026년도 전공의 지원 현황을 살펴보면, 필수의료과인 소아청소년과·외과·산부인과·응급의학과 등은 지원률이 10%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영남대병원 소아청소년과는 5자리 가운데 3년째 지원자가 0명이었습니다. 계명대 동산병원·대구가톨릭대병원 중도 동결된 과도 확인됐습니다. 그나마 지원이 몰리는 내과·정형외과 등 일부과도 과거 대비 지원자 수가 반 토막이 났다는 게 병원 측 설명입니다.

의료 현장의 이 얼어붙은 분위기는 단순히 ‘지원자 감소’라는 데이터로는 도저히 전달되기 어렵습니다. 그 안에는 수련 환경 악화, 생명과 직결된 야간 당직의 고강도 노동, 법적 책임 전가에 대한 두려움, 정부와 병원 간 책임 떠넘기기 등, 젊은 의사들이 마주하고 있는 다층적 현실이 얽혀 있습니다. 실제 올해 전공의 수련을 포기한 이희수(29)씨는, “응급실 365일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으려면 결국 누군가는 가족과 자신의 삶을 거의 내려놔야 해요. 환자 한 명, 한 명 보살피다 의료사고 날까 노심초사하는데 지켜주는 사회도, 제도를 만드는 정책가도 없는 느낌이에요.”라고 털어놨습니다.

그렇다면 대구 지역 대형병원 전공의 지원 ‘전멸’의 뒷면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먼저 전국적으로 필수의료 현장에 남아있는 젊은 의사 수가 매년 극감하는 가운데, 대구권 인구 고령화·출산율 저하 등으로 소아청소년과·산부인과 수요는 줄었지만 막상 남아야 할 지역거점 병원조차 버티기 어려운 환경에 몰린 점이 큽니다. 정부가 일선 공공병원에 예산 투입과 수당 인상을 약속했으나, 정작 지원의 최소 조건의 근무환경·전문성 보장, 의료사고 대응 매뉴얼 등 시스템 보완은 사실상 제자리입니다.

동시에 전국적인 ‘의사 파업’ 여진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지난해 의대정원 확대 정책을 계기로 논란의 불똥이 필수의료 저생산 지역으로 튀었고, 큰 충격파가 대구·부산·울산 등 비수도권 병원으로 향했습니다. 전공의 지원 미달은 수도권 주요병원까지 퍼지는 양상임에도, 지방거점 병원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는 사실은 여전히 정책논의에서 소외되고 있습니다.

이같은 지역 의료공백이 실제로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는 오래 전부터 전문가들이 경고해왔습니다. ‘필수의료 붕괴’로 불리는 이런 현상은 단순한 의사 부족이 아닌, 응급 산모·중증 소아 환자의 ‘이송 공백’, 지역사회 취약계층 건강 악화, 그리고 더 근본적으로는 ‘건강권 격차’를 심화시키고 있습니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대구 내 산모 응급 이송 건수 및 중증 소아환자 인근 지역 송출이 역대 최다를 기록했습니다. 병원은 물론 지역사회 전반에 감당하기 어려운 무게가 실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해결책을 논의할 때마다 ‘의료 인력 처우 개선’과 ‘공공성 강화’, ‘의료사고 책임 경감’이란 해묵은 주장이 반복될 뿐, 실효적인 개선은 더디기만 합니다. 정부 역시 그간의 전공의 모집 난항에 “의대정원 확대 효과를 기다리자”, “병원 간 경쟁력 향상을 도모하자”며 추상적인 청사진만 그려왔습니다. 현장에서 만난 젊은 의사, 환자 가족, 간호사 모두가 느끼는 것은 오늘의 문제 해결 의지보다 다음 세대에도 똑같이 반복될 수 있다는 무력감이었습니다.

이제 지역, 특히 대구와 같은 생활·교육·복지 인프라의 중심지에서조차 ‘생명선’이 말라가고 있다는 사실을 정면으로 마주해야 할 때입니다. 젊은 의사 한 명이 떠난 자리는 단순히 의사 한 명의 부재가 아니라, 수백 명의 환자가 집 가까운 곳에서 적시에 치료받을 권리를 잃는다는 것임을 우리는 반드시 기억해야 합니다. 의사-병원-정부 모두 책임을 분담하며, 환자와 가족 중심의 안전장치를 마련해야만 합니다.

생명 앞에 아무도 소외되지 않는 사회, 희망을 붙잡을 수 있는 지역 공동체 회복이 무엇보다 시급한 시점입니다. 한 아이가, 한 노인이 변두리 응급실에서 ‘의사가 없다’는 말 앞에 고립되는 일이 더는 있어선 안 될 것입니다.

— 김민재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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