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젤값 폭등이 노리는 곳은 서민의 삶이다
근래 국내 경제의 중대한 위기 신호로, 디젤 가격이 연초 대비 40%에 가까운 상승폭을 보이고 있다. 한국석유공사가 집계한 2026년 8월 전국 평균 디젤 가격은 리터당 2,014원으로, 2,000원선을 본격 돌파했다. 현장 물류 종사자들은 “지난해 하반기보다 실제 체감은 더 심각하다”며, 생계형 트럭 기사들은 최근 고물가-고금리로 동시에 타격받고 있음도 호소한다. 정부 유관부처는 “국제 유가 급등과 환율 상승이 중첩되며 가격 상승 압력이 이어지고 있다”고 밝히고 있지만, 업계는 세제 및 유류세 인하 조치가 실질적으로 미미하다고 꼬집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처 관계자는 현 상황에 대해 “디젤값 상승은 트럭·택배·영업용 차량의 대미지로 직결된다. 이는 제조업 제조원가, 농축수산물 유통, 자영업 종사자와 서민 생활비 인상 등 파장이 한정적이지 않다”고 진단했다. 특히, 이미 2024년부터 누적되어 온 물가 불안정 및 경기 침체와 맞물려 디젤가격 급등이 ‘서민 경제’를 직격하고 있다는 현실 인식이 확산된다. 최근 주요 경제지와 전국 단위 신문들도 “유류비 부담에 자영업자 폐업률↑, 대중교통 인상 압력 증폭” 등 뚜렷한 시장 충격을 동시다발적으로 보도한다.
트럭 운송업계를 중심으로 한 현장 반응은 더욱 직설적이다. 수도권 대형 물류창고에서 만난 한 40대 기사 박모 씨는 “작년만 해도 한주에 들어가는 유류비가 20만 원대였는데 지금은 30만 원이 넘는다. 세제 지원 효과도 없고, 결국 가격 올려받으라지만 현실은 쉽지 않다. 대형 배송사들이 긴축 들어가니 일거리 줄고 악순환”이라고 말했다. 한국트럭운송사업협회 측 역시 “정부가 유류세 인하 폭을 확대하지 않는 한 손실 전가가 불가피하다”고 전했다.
대형마트, 커피전문점, 편의점 프랜차이즈 등 대량 운송·유통업체도 신속히 연쇄 가격 인상의 근거로 ‘디젤값 급등’을 명문화했다. 실제로 편의점 유통협회 통계에 따르면, 화물 배송 단가 상승분이 한 달 새 평균 7%가량 인상됐으며, “이 추세면 연말까지 추가 인상이 확실하다”는 점주 표가 많다. 문제는 상승분이 ‘고스란히’ 소비자 부담으로 전가된다는 데 있다. 정부가 인플레이션 억제 기조를 강조하고 있으나, 속수무책으로 서민가계 압박이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같은 상황에서 정부의 직접적 정책 대응 논의는 여전히 조심스럽다.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국제 유가 변동성이 장기화될 경우 한시적 유류세 추가 인하, 교통·유통 분야 직격 부문 지원금 확대 등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히면서도, “재정 건전성 문제로 방향 전환도 쉽지 않다는 점을 솔직히 인정한다”고 전했다. 에너지 가격이 가져오는 다차원적 경제 충격에 대한 단기, 중장기 대처 ‘균형감’이 필요함도 확인됐다.
특히 주목해야 할 점은, 디젤값 인상 여파가 단순히 교통과 물가의 문제를 넘어 우리 산업구조의 취약성을 다시 한 번 드러내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 전체 운송량의 95% 이상을 내연기관 차량에 의존하는 구조로, 이중 디젤 차량 비율이 70% 내외에 이른다. 전기트럭 혹은 저공해 운송수단 전환에 적극적 지원은 미약하다. 이는 곧 에너지가격 위기에 반복적으로 취약해질 소지가 높다는 의미다. 경제단체들도 “근본적 운송 에너지 다변화 정책 부재가 고질병”임을 지적했다.
시장 혼란의 진원지로는 국제 정세와 함께 국내 세제 정책도 지목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중동 정세 불안은 두말할 것 없이 원유 거래 가격에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국내 정유업계는 “유류세 탄력적 인하와 유가연동 보조금 등 정부주도 안정화 기제가 약하다”고 비판한다. 유럽 주요 국가들이 도입한 ‘저소득층 직격 지원금’이나 일부 북유럽 국가의 ‘필수 산업군 직접 유류 지원’ 등 선진 사례를 참고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금융권과 연구기관에서는 연말까지 국제유가가 더 오를 경우, 현행 물가관리 정책만으로는 일상생활비와 생산비 이중 인플레이션을 막기 어렵다는 공감대가 높다. 최근 KDI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현장 중소상공인 월평균 지출 중 연료비 비중이 18%에서 24%까지 확대됐다. 사회 전체적인 비용 상승 효과가 생활 전반에 강하게 작용한다”고 우려했다. 한국은행 역시 “국제유가와 환율 복합 영향이 최소 연말까지 지속될 것”에 주목, 추가 금리 조정 ‘신중론’을 고수하는 분위기다.
정책적 함의는 명확하다. 우선, 단기적으로 디젤가격 안정을 위한 유류세 인하 폭 확대와 소상공인·운수업자에 대한 선별적 보조금 지급이 시급하다. 둘째, 중장기적으로 운송산업 에너지 다변화 및 친환경 전환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사회적 안전망 구축을 통해 가격 급등의 충격을 직접적으로 받는 서민·자영업자 계층에 대한 촘촘한 보호가 중요하다. 정부, 업계, 시민사회가 모두 당장의 문제와 구조적 과제 모두를 균형있게 인식해야 할 때다.
— 박지호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