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범죄와 청년들의 안전불감증, 경계선 위의 캠퍼스 사회

사회 전반의 불안이 또다시 증폭됐다. 최근 서울 한 대학가와 인근 아파트 단지에서 ‘나체 성추행범’이 출몰했다는 신고가 연쇄적으로 접수되면서, 젊은 세대의 일상이 불시에 위협받는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은 초기 ‘장난이나 착각일 수 있다’는 식의 소극적 대응을 보인 뒤 뒤늦게 순찰과 탐문 수사를 급히 확대했다. 하지만 학내 커뮤니티는 밤샘 토론과 공포, 체념에 휩싸였다. 동시에 해당 지역 아파트에서는 두 형제가 사망하는 사고까지 겹쳐, 불안 심리가 한층 더 고조된 상황이다.

범죄의 양상부터 본다. 나체 상태의 남성이 야밤에 대학 캠퍼스와 아파트 주변을 배회하고, 일부 여성에게는 강제추행까지 시도했다는 증언이 일파만파로 퍼졌다. 같은 시간대, 같은 구역에서 이어진 피해자들의 진술은 단순 소문이나 인터넷 바이럴에 기댈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 사각지대에 방치된 지역사회 치안의 실태를 고발한다. 캠퍼스 인근 cctv의 부재, 부족한 조명, 느슨한 순찰이 공공의 안전을 위협한다는 이야기는 어제오늘 이야기가 아니다.

이번 사건에서 더 심각한 건, 대학 사회의 반응과 그 안에 내재된 구조적 문제다. 단순 놀라움과 분노를 넘어, 학우들 사이에서는 ‘어차피 해결 안 된다’는 무기력과 불신이 만연했다. 범죄의 표적이 된 여성들은 학내 커뮤니티에 실명으로 피해폭로 글을 썼지만, 일부는 2차 피해를 우려해 불가피하게 글을 삭제하거나 침묵을 택했다. 가해자가 남긴 초현실적 공포와 동시에, 피해자가 겪는 범죄 이후의 사회적 낙인, 경찰과 학교의 미온적 대처가 중첩된다.

동시에 아파트 내에서 형제 사망 사건까지 병행해 터지면서, 지역 공공기관의 위기관리 역량도 다시금 도마에 올랐다. 일상 공간이 연쇄적으로 범죄와 사고의 현장으로 각인되는 지금, 시민들은 자구책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기묘한 현실을 마주한다. 공용 공간의 조명 하나, 순찰 빈도 하나조차 사회 불안지수와 연결되는 사슬임을 보여준다.

경찰의 공식 입장과 현장 대응을 면밀히 들여다보면, 반복되는 패턴이 노출된다. 초기에 사회문제의 파악이 더디고, 뒤늦은 대응과 보여주기식 안전 캠페인에 집중하는 관료주의. 나체 성추행범 사건에서도 초동수사 지연, 피해자 보호 회피, 범죄 발생지의 맹점(예컨대 cctv 사각 지대, 외부인 통제 미흡) 등 오랜 문제가 방치된 채 그대로 답습됐다. 실제로 학생 및 지역 주민이 자발적으로 ‘별도의 순찰조’를 꾸려 직접 범죄 예방에 나서야 하는 실정이다. 이는 애초에 공공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했다면 벌어지지 않을 일이었음을 시사한다.

현장의 목소리는 외면당하고 있다. 피해자 중심주의, 성인지 감수성에 기초한 수사와 예방, 실질적 보호 조치는 구호에 불과하다. 이번 사건 역시 피해자의 신고 및 주장에 의문을 던진 일부 경찰과, 소극적 개입만 반복하는 학교 당국의 태도가 문제를 더 키웠다. 범죄에 대한 수동적, 방임적 대응이 피해 확산의 주범임이 수년간 지적되어 왔음에도 개선이 없는 이유는 무엇인가? 책임부서 간의 ‘핑퐁’에 내몰리는 시민의 불안감은 극으로 치닫고 있다.

형제 사망 사건 역시 어딘가 구조적 허점과 결합되어 있다. 가족과 이웃, 관리 체계, 공공 감시망의 부재나 무관심이 또 다른 참극을 빚는다. 사인이 밝혀지기 전까지, 남은 시민에게는 늘 ‘혹시 우리 동네도?’라는 불확실성과 공포가 남는다. 그리고 이는 각종 커뮤니티와 온라인 상에서 이상하게 부풀려져 또 다른 사회적 공포를 재생산한다.

정책의 구조적 한계는 분명하다. 한국 사회의 ‘방관하는 안전관리’와 더불어, 문제 발생시 책임 있는 설명과 재발 방지 대책이 아니라, 일과성 대응과 사후 변명, 형식적인 캠페인만 반복된다. 이와 같은 안전 무관심이야말로 사회 부조리의 핵심 문제다. 특히 젊은 여성, 청년 학생층이 집중적으로 피해를 겪을 수밖에 없는 구조야말로, ‘안전할 권리’의 본질적 불평등을 말해준다.

이제 묻는다. 언제까지 시민이 몸을 웅크려 불안에 떨며, 견고한 시스템 대신 학우와 주민이 자구적으로 파수꾼이 되어야 하는가. 범죄를 일으킨 개인의 일탈을 넘어서 사회가 만들어낸 무력감과 방치, 내부고발이 제때 실효성 있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현실이야말로 가장 바꿔야 할 근원이다. 사회문제의 실체를 똑바로 응시하지 못하는 집단적 자기기만이 평범한 하루를 위협한다.

시민들은 더는 참을 수 없는 지경에 다다랐다. 범죄 예방과 피해자 보호에 대한 근본적 대책, 체계적이고 끈질긴 내부고발의 신속한 수용, 그리고 일회적 조치가 아닌 지속적 감시와 관심이 절실하다. 그 어떤 슬로건보다, 실제 변화가 지금 필요하다.

— 송예준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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