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AI’에서 ‘일하는 AI’로, 한국딥러닝의 하반기 도전

한국딥러닝이 2026년 하반기 로드맵에서 본격적으로 ‘읽는 AI’(reading AI)에서 ‘일하는 AI’(working AI)로 패러다임 전환을 선언했다. 지난 수년간 국내 AI 기업들은 대규모 언어모델(LLM)과 생성형 AI의 ‘이해력’ 고도화에 집중해왔다. 실제로 ‘읽고 이해하는’ 수준의 기계지능은 지식검색·스마트문서·챗봇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이미 상용화되고 있지만,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인간의 ‘업무’ 영역까지 AI가 직접 관여하는 ‘실행형 AI’의 실체를 제시한 것은 업계의 중대한 전환점으로 읽힌다.

기술적 원리를 뜯어보면, ‘읽는 AI’는 텍스트·음성 등 비정형 정보를 파악하고 해석하는 주로 자연어처리(NLP) 및 멀티모달 학습에 기반했다. 반면 ‘일하는 AI’는 이해 단계에서 한발 더 나아가 실제 비즈니스 프로세스—예컨대 자동 문서분류·회의록 자동작성·계약초안 작성·데이터 크로싱 등—에서 사람이 반복 수행하던 규칙 기반, 판단 기반 작업을 직접 ‘수행’하는 역할을 맡는다. 이를 위해 한국딥러닝은 ‘태스크 오토메이션(Task Automation)’ 아키텍처와 방향성을 공개했다. 핵심은 기존 LLM의 언어처리 능력에 범용 자동화 프레임워크, 클라우드 RPA(로봇프로세스자동화) 솔루션 등과의 통합이다. 구체적으로는 워크플로우 정의 언어(DSL)와 플러그 앤 플레이(PnP) 방식의 태스크 연동 모듈, 그리고 안전성 모니터링 기능이 도입된다. 이를 통해 기업 현장, 공공기관 등의 실제 업무환경에 AI가 내재화되는 획기적 경로가 열린다.

산업현장 사례를 보면, 최근 미국 오픈AI와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 글로벌 테크기업들도 자사 AI모델을 업무자동화와 데이터 크로싱에 활용하며 이미 경쟁을 벌이고 있다. ‘Copilot for Work’, ‘Google Workspace AI’ 등 생산성 툴에 통합된 AI는 비즈니스 이메일·엑셀 자동화·보고서 작성 보조 등을 실현했다. 한국 시장에선 네이버, 카카오, LG AI연구원이 비슷한 방향을 도모해 왔으나 아직까지 ‘일하는 AI’의 완성도와 범용성, 안정성 측면에서 범국가적 레퍼런스는 드물었다. 한국딥러닝의 이번 로드맵 발표가 주목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실제로 한국딥러닝은 상반기에 대형 금융, 유통, 엔터테인먼트 고객사를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진행, 이메일 분류·계약 프로세스 자동화에서 25~60%의 시간절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단순히 사무 비서 수준의 AI를 넘어, ‘생산 과정의 중심’으로 AI가 진입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AI 규제 환경과 윤리적 논쟁 역시 빼놓을 수 없는 변수다. 현재 국내외적으로 AI의 업무집중화가 확산되면서 ‘자동화로 인한 일자리 위협’, AI의 오작동·오남용 문제, 개인정보 보안 우려 등이 재점화되고 있다. 정부 부처 역시 AI 책임성·투명성 강화 정책을 내놓으며 기업들에 신뢰성과 감시체계를 요구하고 있다. 한국딥러닝은 이에 발맞춰 자동화 엔진에 감사로그, 사용자 권한 관리, 비인가 데이터 접근 차단 기능을 강화했고, AI의 ‘결정 근거’ 설명 모듈도 추가할 방침이다. 국내 규제 샌드박스 활용 및 글로벌 컴플라이언스 인증도 단계적으로 추진해, 산업 현장에서의 ‘안전한 도입’이 강조된다.

향후 시장 전망에서 기술적 쟁점은 두 가지로 압축된다. 첫째, 일하는 AI가 ‘업무 생산성’을 실질적으로 얼마나 끌어올릴 수 있는지에 대한 입증, 둘째, AI가 사무환경을 넘어 제조·물류·헬스케어 등 물리적 ‘작업환경’에도 적용 가능한지를 가늠하는 일이다. 현재까지는 정형·반정형 문서 기반 프로세스에서 우수한 효율을 보였지만, 비정형·창의적 영역, 복합적 의사결정까지 AI가 대체할지는 미지수다. 이 부분에서 앞으로의 기술 완성도와 윤리적·법적 규제가 시장 도입 속도를 결정할 전망이다.

요약하면, ‘읽는 AI’에서 ‘일하는 AI’로의 진화는 단순한 기술 고도화가 아닌, 업무환경 구조 자체의 혁신을 예고한다. 국내외 기업 환경의 자동화 니즈와 근로 생태계 변화의 관점에서 이번 한국딥러닝의 로드맵은 생산성 혁신과 신뢰성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어떻게 잡을지 지켜볼 필요가 크다. 동시에 AI와 인간의 ‘업무 공존’이 실제 현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 기술적·사회적 실험 무대로서 한국 시장이 가지는 의미도 한층 커질 수밖에 없다.

— 이도현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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