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파트 팔아 남편 집 리모델링했는데”…6년 사실혼 끝나자 재산분할 거부 사태의 본질
사실혼 관계란 법적으로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으나 부부로 생활해온 남녀가 사회·관습적으로 인정받는 관계를 일컫는다.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는 공식적인 혼인신고가 이뤄졌을 때만 법적 권리·의무가 온전히 부여된다는 인식이 넓게 퍼져 있었다. 하지만 최근 대법원 판례와 현실은 점점 복잡해지고 있다. 해당 사건의 핵심은 한 여성이 자신의 아파트를 매각하고, 사실혼 관계의 남편 집을 본인 비용으로 리모델링까지 실시했다는 부분에 있다. 총 6년 동안 부부처럼 지내며 ‘가정의 유지를 위한 기여’를 해왔으나, 사실혼 관계가 끝나자 남편에게서 재산분할을 거부당했다. 현행법상 혼인 신고를 하지 않은 사실혼 배우자라 해도 일정한 요건(주거·생계 공동, 사회적 인정 등)을 갖추면 재산분할 청구가 가능하다. 그러나 문제는 그 범위와 기여분 산정이다. 일반 혼인과 달리 사실혼은 증명 책임, 기여도, 실질적 생활 내용 등의 다툼이 훨씬 심각하며, 이를 증명하는 데 드는 시간과 스트레스 역시 만만치 않다. 최근 들어 이와 유사한 사실혼 재산분할 분쟁이 늘고 있다. 서울가정법원에 따르면 2025년 기준 사실혼 관련 재산분할 청구가 10년 전보다 3배 이상 늘었다. 이는 혼인 형태의 다양화·혼인관계에 대한 인식 변화, 그리고 자산 가치가 커진 부동산 시장 구조가 맞물려 나타난 결과다. 특히 현 2030, 4050 세대에서는 혼인 자체를 제도적 구속에서 벗어난 선택으로 여기는 경향이 뚜렷하다. 문제는 이러한 사실혼 해소 이후 ‘권리의 사각지대’에 놓이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예컨대, 본인 소유 재산을 포기하고 상대방 가구에 헌신했으면, 그 기여도에 따라 분할받을 권리가 당연히 따라야 한다는 인식이 있겠으나, 법적 쟁점은 단순치 않다. 혼인신고가 없다는 이유로 금융, 부동산 실소유권, 리모델링 비용, 심지어 동거 중 발생한 생활비 분담액까지 논란의 소지가 크다. 본 사건에서 여성은 본인 명의 아파트를 팔고, 남편 명의 집에 상당 금액을 투입해 리모델링함으로써 가계경제에 중대한 기여를 했다. 하지만 남측에서는 사실혼 관계임을 부인하며 모든 분할을 거부했다. 판례상 6년간 공동 거주, 경제적 공동체, 주변 인정 등 요건을 충족했다고 판단된다면, 재산분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최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유사 사안에서 사실혼 배우자에게 주택 가치 상승분의 60%까지 분할을 인정한 바 있다. 다만 구두 계약·동거기간 중 관련 증빙(계좌 기록, 친지 진술, 사진 등)이 부족하다면 상황은 완전히 달라진다. 현실적으로 사실혼 재산분할 분쟁에서는 여성의 불리함이 더욱 두드러진다. 결혼제도 자체가 여성의 사회·경제적 지위를 뒷받침하는 최소한의 안전망이었던 만큼, 혼인신고 없는 상태에서 자신의 경제력·노동력을 투입한 경우 위험 부담이 오롯이 본인에게 전가되는 경향이 여전하다. 특히 부동산 시장의 가격 급등은 이러한 불균형을 더욱 극적으로 드러낸다. 전문가들은 “노동과 감정·시간 투자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사실혼 제도 자체가 성별 불평등을 방조하게 된다”고 지적한다. 사회 전체적으로도 사실혼 및 다양한 가족 형태를 인정하는 흐름이 분명해지고 있다. 2025년부터 민법 개정 논의에서 ‘사실혼 관계의 투명성, 쌍방 권리 보호 장치’가 본격 검토 중이다. 최근 여성가족부는 사실혼 관련 분쟁 조정 서비스를 확대하고, 법원도 증명 책임을 완화하는 추세다. 다만, 혼인신고 여부에만 집착하면 가정 내부의 실질적 평등이 늘 뒷전으로 밀린다. 결국, 임의적 재산분할 거부는 사실혼 제도의 사각지대를 활용해 상대를 일방적으로 희생자로 만드는 결과로 이어진다. 경찰·법원 등 사법기관이 개별 사안을 세밀히 살피는 한편, 사회적 인식 개선과 제도적 개혁이 병행되어야만 이와 같은 피해가 근절될 것이다. 현대 가족 내 경제적 결합 구조는 전통적 ‘신고된 부부’만큼이나 복잡해졌고, 법과 제도 모두 이 변화를 따라잡아야 한다. 공식적인 부부관계가 아니더라도 실질적으로 가정을 이룬 이들에게 정당한 권리와 책임이 부여될 수 있도록, 법적·제도적 틀의 재정비가 절실하다. 법원이 이번 사건에서 보여줄 태도와 판결의 선례가 향후 사실혼 보호의 최저선을 결정할 것이다. 서로를 믿고 시작한 동거의 끝이 일방적 손해와 억울함으로 귀결되지 않는 사회, 그것이 이 논란에서 우리가 반추해야 할 가장 본질적인 과제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