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회 시산맥기후환경문학상, 시대의 문제와 시적 상상력의 접점

기후위기와 환경 문제가 전 세계적인 화두로 자리 잡은 지 이미 오래다. 올해로 다섯 번째를 맞은 ‘시산맥기후환경문학상’은 이러한 동시대적 문제 의식을 고스란히 문학적 상상력의 장으로 확장하는 창구 역할을 자임한다. 이번 공모에서 김숙영, 윤석호 두 시인이 공동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사상 최초의 공동 수상이라는 점, 그리고 각각 다른 시적 접근 방식을 통해 지구와 인간, 그리고 자연의 복원력에 대한 인문학적 성찰을 다양한 결로 펼쳐냈다는 평이 인상적이다.

시산맥기후환경문학상은 2022년 창설 이후, 문학을 통해 기후위기 시대의 삶을 돌아보자는 문제의식을 중심축에 두고 있다. 올해 역시, 전문가와 현장활동가, 작가 등 7인 심사위원단이 심사를 맡아 350여 편의 응모작 가운데 두 시인을 선정했다. 김숙영 시인은 오랜 시간 생명을 둘러싼 필연적 소멸과 순환을 주제로 한 시집 『떠내려가는 것들은 물고기다』 등에서 기후위기 하의 무력감과 동시에 작은 생명체의 기적적인 존엄성을 언어화하는 데 주력해왔다. 반면, 윤석호 시인은 인간 내면의 생태적 균열과 노스탤지어,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구슬픈 애도의 정서가 작품 전반을 관통한다.

시상식 현장에서는 어느 해보다 엄중했던 기후재난과 파괴의 현실이 환기되었다. 올해 한국은 극심한 폭염과 집중호우, 예년보다 큰 산불 등 급격하게 변화하는 자연환경에 무기력함을 반복해서 느껴야 했다. 하지만 동시에 공동 수상이라는 결과가 시사하는 바는, 사회와 개인이 마주한 절박한 현실에서도 예술은 각기 다른 목소리와 시선으로 입체적 응시를 시도할 수 있다는 점에 있다. 시상식에 참석한 심사위원들은, 두 수상작 모두 기후위기와 환경이라는 거대한 테마를 “인류 집단의 죄의식과 희망의 씨앗”이라는 상반된 이미지로 풀어낸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김숙영 시인은 인터뷰에서, “자연을 인간의 한 부속품이 아닌, 전적으로 독립적이고 존엄한 세계로의 시적 접근이 시급하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이 같은 시각은 인간 중심적 세계상에서 벗어나, 생명 공동체로서의 자연을 시로 옮기고자 하는 윤리적 실천으로 이어진다. 윤석호 시인은 “사라지는 것, 닳아 없어지는 것들에 대한 연민과 애도는 곧 새로운 탄생의 약속이기도 하다”고 답했다. 두 시인이 각자의 언어로 그려내는 자연의 풍경은, 독자들에게 자연을 보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돌이켜볼 계기를 제공한다.

동시대 환경문학의 주요 흐름은 종종 도식적인 경고 혹은 피상적 슬로건에 머무는 한계로 비판받는다. 그러나 이번 시산맥기후환경문학상은, 두 수상작 모두 심층적인 사유와 감정의 변주를 통해 생태적 정서를 진지하게 재탐색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심사평에서 드러나듯, 김숙영 시는 자연의 소소한 순간들을 포착해 인간 존재의 덧없음을 거울 삼고, 윤석호 시는 개인과 자연, 시간 그 사이의 거리를 해체하며 애수를 구체적 풍경으로 가시화한다.

작년 수상자인 신지윤 시인은, 새로운 흐름의 환경문학이 “누군가의 투쟁이나 홍보가 아니라, 우리 자신 가까이에 벌어지는 실존의 문턱”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지적한 바 있다. 이번 수상작들의 특징 또한, 거대한 담론의 이면에 흩어진 일상 속 ‘작은 실천’과 ‘내밀한 연민’에 천착한다는 데 있다. 이는 문학이 기후위기 시대에 제시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이면서도 근본적인 해법임을 시사한다.

최근 환경문학에 대한 독자와 작가들의 관심이 높아진 배경에는, 기후위기가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닌 삶의 조건이 되어버린 상황과도 무관하지 않다. 시장조사업체 자료에 따르면, 지난 2년간 ‘기후위기’ ‘지속가능성’을 주제로 한 출간 신간 또는 도서관 대출 빈도 모두 상승세를 기록했다. 특히 2030세대가 환경문학 작품의 새로운 주독자층으로 부상했고, 전국 문학상 공모도 환경 관련 주제를 다양하게 반영하고 있다.

문학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논쟁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위기의 시대, 문학이 보여주어야 할 고유한 임무란 충격적인 경고가 아니라, 세심한 관찰과 삶의 맥락에서 길어 올린 언어의 힘이다. 이번 두 시인이 던진 메시지도 공포나 교훈이 아닌, 연대를 불러일으키는 사유의 힘이었음을 환기할 필요가 있다. 자연이 더 이상 인간의 소유로만 여겨지는 구조를 넘어, 공존과 복원의 언어로 새로 번역될 때 환경문학의 사회적 가치도 한층 넓어질 것이다.

시산맥기후환경문학상의 다섯 번째 해는 한국 환경문학의 한 분기점을 이룬다. 여러 세대 시인들이 전통적 장르의 경계를 넘나들며, 시를 통해 공생과 회복이라는 묵직한 화두를 현실로 붙들 수 있음을 실증했다. 앞으로 이 상이 기후위기 시대에 지속가능한 문학적 담론을 선도하는 중심 무대가 될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문학이 말하는 생명과 자연은 종종 느리고 조용하다. 그러나 변화의 실마리는 언제나 그렇게, 작은 시적 언어에서 비롯되곤 했다.

— 이상우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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