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ICT 전략대화 8년 만에 재개…디지털 협력 확대 관전 포인트
한국과 중국이 2026년 8월, 8년 만에 ‘ICT(정보통신기술) 전략대화’를 재개했다. 양국 정부 고위 관계자 및 관련 부처가 참석한 이 자리는, 미-중 기술 패권 경쟁 아래 흔들린 글로벌 ICT 공급망과 디지털 경제 질서에서 한국과 중국이 협력의 필요성을 재확인한 데서 출발한다. 회의에서는 통신, 반도체, 인공지능, 5G 및 6G 네트워크, 데이터 보호, 표준화 등 다양한 아젠다가 논의된 것으로 전해진다.
한중 ICT 전략대화는 2018년 중단된 뒤, 일본·미국·EU 등과의 전략 회의가 활발히 이어지던 한국에는 오랜 공백이었다. 중국 역시 최근 디지털 경제 내수 확대와 첨단기술 자립을 강조해왔던 만큼, 이번 전략대화는 양국 이해관계 접점에서 만들어진 측면이 강하다. 양국은 앞으로 반도체, 통신장비, 소프트웨어 및 디지털 플랫폼 분야 실무 협의, 그리고 규제 완화 및 표준 개발 협의체 구성 등에 합의했다는 점이 확인된다.
ICT와 디지털 산업은 어느 때보다 정치·외교적 긴장에 취약하다. 미중 간 디커플링, 공급망 재편, 반도체·AI 소부장 국산화의 압력, 미국의 중국 견제에 대응한 각국 동맹 강화 등 최근 2~3년 트렌드는 한중 양국에도 외부 변수로 작동했다. 실제로 2024~2025년 동안 한국 기업이 중국 시장에서 신규 5G 장비와 반도체 장비 수출에 난항을 겪었으며, 미중 갈등 심화에 따라 데이터 주권, 클라우드 망 분리 논의도 격화된 바 있다. 업계에 따르면, 2025년 기준 한국의 대중 ICT 관련 수출은 총 748억 달러로 전년 대비 7% 감소하며 ‘양적·질적’ 부담이 동반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양국 정부 간 전략대화 재개 자체는 당장의 얼어붙은 분위기 해소와, 예측 가능한 대화 채널 복원이라는 실질적 결과를 낳는다. 산업 현장에서는 각종 무역 규제 또는 수출 허가 문제 발생 시 고위급 상시 협의체가 위험 관리의 안전판으로 작동할 것으로 기대한다. 이미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대형 반도체 업계와 네트워크 장비 기업들은 이번 회의를 계기로 중국 현지 생산라인, 연구거점 투자를 재검토 중이다.
하지만 긍정적 신호만 있는 것은 아니다. 중국 내에서 진행된 한국 ICT 기업에 대한 규제적 압박(예: SaaS 사업 라이센스 엄격화, 데이터 현지화 의무 부과), 기술인력 이동 제한, 네트워크 장비 중국화 등은 현실적 진입 장벽으로 남아 있다. 중국 정부는 최근 반도체 국산화율 63% 목표, 자국 클라우드 플랫폼 디폴트 강제, AI 서비스 표준화 등 적극적 ‘디커플링’ 정책도 병행하고 있는 점이 확인된다. 이번 전략대화에서, 단발성 행사에 그칠 경우 실질적 산업 영향력이 제한될 가능성도 높다.
특히 데이터 이동과 네트워크 표준 등 민감한 영역에서는, 국제 보안·개인정보 보호 프레임이 촘촘해진 상태다. 한국 입장에서는 국내 규제와 중국 현지 정책 사이 ‘이중 규제’ 리스크가 구조적으로 존재하며, 중국은 미국·유럽과의 표준 경쟁에서 한국 기술·인력을 필요로 하지만 동시에 외국 기업 영향력 확대에는 명확한 선을 긋고 있다. 결과적으로, 협의체의 실질적 발전은 기업 현장의 수요와 규제 실제 적용 사이 균형, 그리고 양국 정부 간 ‘정치 외교적 신뢰’ 회복에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중심의 ICT 동맹 전략, 일본 및 대만 등 역내 추가 파트너십 등(2026년 기준, 반도체 설계 및 소재 발전 속도, 6G 네트워크 표준 경쟁 등 글로벌 환경 기준)과 연동해 볼 때, 한중 전략대화의 실질적 성과는 앞으로의 ‘실무 협력’과 연례적인 후속 이행력에 달려 있다. 한국 기업들은 기술 경쟁력과 현지화 대응 전략을 동시에 갖추는 것이 요구되며, 정부 역시 외교적 다변화와 민관 소통 채널 확장을 지속해야 한다.
한중 ICT 전략대화 재개는 불확실성이 지배하는 글로벌 기술 질서 속에서, 최소한의 위험완화장치와 상호 신뢰 재건을 위한 모멘텀이 될 수 있다. 다만 이미 복잡하게 엉켜버린 정책, 규제, 시장환경에서 ‘실질적 이익’ 창출을 위해선 앞으로 더 치밀한 기업-정부-산업계 연계 노력이 필요하다.
— 조민수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