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천억 지역 환원이라는 새마을금고, 과연 ‘공헌’인가 ‘고장난 신호등’인가
새마을금고가 2026년 상반기 2천억 원 규모의 지역사회공헌 계획을 공개했다고 밝혔다. 거창한 수치다. 겉으로 보자면, 금융기관이 지역의 사회적 약자 지원 및 기반 시설 확충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한다는 것은 당연히 긍정적이다. 그러나 이 발표가 던지는 근본적인 질문은 현 사회의 구조적 문제와 금융권력의 투명성에 맞닿아 있다.
새마을금고는 그간 각종 비리와 관리부실로 인해 끊임없이 언론과 사회의 문제 제기 대상이었다. 2024~2025년에만 잇달아 밝혀진 고위 임원들의 횡령, 채용비리, 그리고 중앙회-지점 간 유착 의혹은 한국형 상호금융의 신뢰를 크게 흔든 사건이었다. 이 점에서 이번 2천억 원 공헌 발표는 오히려 스스로의 치부를 감추려는 듯한 ‘면죄부’성 행위 아닌가 하는 의심을 피할 수 없다.
타임라인을 짚어보자. 2025년 하반기, 새마을금고 중앙회는 유례없는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파산 및 부실채권 급증으로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명확한 내부 감사와 법적 제재는커녕 ‘신뢰회복’을 내걸며 각종 사회공헌 프로젝트로 방향을 선회했다. 2026년 들어 정부와 금감원 조사에 직면하자, 대규모 기금 집행을 일방적으로 선언한 것이다. 이른바 ‘눈 가리고 아웅’식 태도 아닌가.
공헌 내용 또한 정확히 투명하지 않다. 공식 보도자료에는 사회복지·청년지원·문화예술·도시재생 등 온갖 선언적 키워드가 남발되어 있다. 그러나 각 사업별 실행 주체와 사용처, 평가 시스템, 그리고 실제 수혜자 목록은 공개되지 않았다. 감독당국이 명백하게 요구하는 대규모 출연금의 투명 집행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과연 이 ‘공헌’은 진짜일까, 혹은 또 다른 포장일 뿐인가.
문제를 보다 구조적으로 들여다보면, 이번 새마을금고의 행보는 대한민국 신용협동조합 전체의 책임 회피 구조와 맞닿아 있다. 2023년 이후 상호금융권은 개별 조합 부실의 사회적 책임을 전체 시스템에 떠넘기면서, 대형 사고가 터질 때마다 막대한 ‘사회공헌비’로 얼버무려 왔다는 비판이 나온다. 2천억 원이 의미 없는 돈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사실상 뿌린 돈만큼 위험을 감춰버리는 관행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현장 취재 결과, 각 지역 새마을금고는 여전히 내부 인사채용 비리와 자금 용처 불명확이라는 병폐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한 금고 관계자는 “지역청년 일자리 창출금이 실제로는 일부 임직원 친인척 위주로 풀린다”며 고질적 문제를 지적했다. 또 다른 시민단체는 “기부금이 갑작스럽게 현안 민원과 관련된 고위직 공무원이나 정치인 단체에 집중되어 있다”고 주장한다. 이 같은 상황에서의 ‘공헌’이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
추적 결과, 2025~2026년 새마을금고의 사회공헌 예산 일부는 과거 논란이 됐던 지방선거 지원, 지역 축제 후원 등 정치적 목적과 거리가 먼 분야로 전용된 정황도 발견된다. 중앙회의 사업 계획서는 ‘지역상생·동반성장’을 반복적으로 말하는 한편, 실제 예산집행 내역은 조합 이사진 전용·업무 추진비 확대·여러 모호한 명목으로 분산되어 있다. 이에 대한 지방의원·시민사회단체의 강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금고 측의 공식 응답은 늘 “사회에 이바지한다”는 원론적 답변뿐이다.
관심사에서 빠져서는 안 될 것은 이 모든 구조의 관리감독 책임이 있다. 금융감독원, 행정안전부 등은 반복적으로 문제지적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실효적 제재나 공개감사 없이 수년째 동일한 문제를 방치하고 있다. 혁신과 투명성을 표방하지만 실은 ‘금고공화국’의 독립적 카르텔이 유지되고 있음을 부정하기 어렵다. 뿌연 간판 아래에서 지역사회공헌이라는 이름으로 권력과 자금은 여전히 그들만의 리그에서 증발하고 있다.
2천억 원이라는 공헌 액수는, 자칫하면 그 자체로 또 하나의 신호등을 꺼뜨리는 변명거리가 될 수 있다. 제대로 된 감시와 실질적 공개, 지역 시민의 참여 없는 공헌이란 결국 거꾸로 새로운 불신을 만드는 구조적 비리의 온상이 될 뿐이다. ‘공헌’이라는 단어에 가려진 한국형 상호금융 권력의 실체와 감독 부실의 고리를 이제라도 직시해야 한다.
진짜 사회공헌은 구조 개혁과 투명한 시스템에서 시작된다. 쓰인 돈만큼 눈에 보이고, 평범한 시민 한 명 한 명이 바뀌는 현장이 보장되어야 한다. 익숙한 포장지 뒤에 또 다른 불신을 남기는 지금의 새마을금고식 ‘공헌’은, 결국 누군가에게 또 다른 이득만 남길 뿐이다.
— 강서준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