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잼데믹’ 발언을 둘러싼 현실 인식 공방, 책임 정치 실종의 현주소
정점식 국민의힘 의원이 최근 국회 상임위 현장에서 코로나19 팬데믹 시기를 두고 ‘잼데믹’(재미와 팬데믹의 합성어)이라는 표현을 사용해 정치권이 격랑에 휘말렸다.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이 큰 고통을 겪은 팬데믹을 희화화했다’며 공식 유감을 표명했고, 국민의힘 지도부도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 의원은 해당 발언이 본래 팬데믹에 대한 정부·여당의 대응을 비판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었으며, 특정 대상을 비하할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했지만, 논란은 사그라들지 않는 양상이다. 여야 정치권 모두가 본질적 팬데믹 책임론·사후 대책보다 발언 논란과 감정전으로 집중되는 모습이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이번 사안을 가볍게 넘길 수 없다는 분위기다. 2020~2022년 팬데믹 기간 수년간 국가 전체가 의료 붕괴·경제 침체·비대면 일상 등 격변을 겪었다는 사실은 명백하다. 그러나 정점식 의원이 ‘잼데믹’이란 단어를 사용한 그 순간, 유가족과 생계 타격을 입은 소상공인들, 취약계층들의 상처가 재확인됐다. 정치권은 대중의 느낌과 집단 기억을 결코 가볍게 다뤄서는 안 된다. 실제로 해당 발언 직후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 유가족 단체, 자영업자 연합회 등에서 거센 문제제기가 이어졌고, 민주당이 이를 즉각적으로 ‘현실 인식 부재’라며 정치적 공세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민주당은 이번 논란을 여당 전체의 ‘현실 왜곡’ 문제로 확대하려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유가족과 방역 사각지대 피해 당사자들을 직접 부각하는 동시에 ‘재난의 아픔 위에 서 있는 권력은 존재할 수 없다’는 상징적 메시지를 꺼내들었다. 실제로 국회 정무위 등 상임위에서 이재정·김원이 의원 등 원내 지도부가 이번 논란을 거듭 공식화하며 책임 있는 사과 및 추가 조치까지 촉구했다. 여야 대치 국면에서 정치적 책임 소재 경쟁에 불이 붙은 것이다.
국민의힘은 초반에 대여공세 수위를 조절하며 파문 확대를 자제하는 전략을 택한 듯하다. 정점식 의원이 3선 중진으로서 당내 원내 전략 수립에 핵심적인 인물임을 감안할 때, 지도부로서는 이번 논란이 불필요한 텃밭 내후방 혼란까지 유발할 수 있음을 우려하고 있다. 최근 재보궐 및 총선 일정, 지지층 결집 경쟁까지 맞물린 시점에서 ‘공감 부족’ 이미지의 표출이 전체 정당 평판에 미칠 정치적 파장도 고민으로 자리잡고 있다. 여야 모두 격화된 논란 국면에서 사과와 해명, 표면적 유감 표명 이상의 ‘실질적 재발방지책’ 발표로 정책 논쟁의 무게중심을 이동시킬 필요성이 명확해진 상황이다.
이번 사안을 계기로 팬데믹 시기 정부 및 정치권 전반의 대응 평가 요구도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실제로 OECD 등 국제기구 평가에서는 한국의 팬데믹 초기 방역 대응·정보공개 투명성은 호평받았던 반면, 장기화 과정에서 소상공인 지원체계 부진과 일부 정치권의 ‘책임 떠넘기기’가 비판받았다. 시민사회 단체들은 정부가 당시 사망자·유가족·취약계층 케어에 충분하지 못했다는 점과 정치권이 이후 논쟁에서 진정성 있는 반성, 실효적 보완책 논의를 충분히 이끌지 못했다는 점을 동시에 지적한다. 이번 ‘잼데믹’ 발언 논란은 자연스레 지난 3년간의 팬데믹 상흔, 정치권의 사후 책임, 그리고 공감력 부족 문제를 집약적으로 보여준다.
정치 리더십의 공감력, ‘언어의 무게’가 다시 부각된다. 2026년, 대의민주주의는 단지 책임 대응의 구체성, 숫자와 지표의 나열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전 국민이 고통받은 시절, 그 집단기억 위에 쌓인 정치권의 언어는 천박한 희화화, 사소한 실수가 곧바로 ‘불통 정치’ 인식으로 번진다. 반면, 단순 발언 취지로 한 인물을 집중 포화하는 현상 역시 정치적 공격의 확증편향이 될 수 있음도 감안해야 한다. 이제는 여야가 정쟁 대신 실질적인 방역·재난 보상 방안, 국민과의 소통 강화, 재난에 대한 진지한 성찰 등 실질적 개선책에 집중해야 한다는 요청이 누구보다 강하게 터져나오고 있다.
정점식 의원의 발언이 단순 해프닝으로 종결되지 않는 이유는, 한국 정치권 전반의 ‘현실 감각 부재’와 ‘책임정치 공백’에 대한 대중의 불신이 그만큼 누적됐기 때문이다. 팬데믹의 아픔과 상흔, 그리고 남아 있는 구조조정의 과제들을 놓고 정치권이 자성·실행력을 발휘하지 않는다면, 유사한 논란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야당이 처음 문제제기에 나선 상황이지만, 진정성 있는 사과와 대안 제시, 공감 회복의 노력이 동반돼야 한다. 여당 역시 해명과 방어 논리를 넘어서서 책임 있는 언어 사용, 국민 정서에 대한 적극적인 소통과 정책 실행력을 보여줘야 한다. 팬데믹 이후 한국 사회가 요구하는 ‘책임 있는 정치’의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지, 다시 자문해야 할 시점이다.
— 최은정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