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해교육 정책 좌표 바꾸는 대학의 등장, 가천대의 의미와 과제

가천대학교가 ‘제1회 대한민국 문해교육 정책전시회’에 대학 중 유일하게 참여했다. 이번 정책전시회는 성인과 청년, 디지털 문해력 등 대한민국 전반의 문해교육 현안을 다층적으로 다루는 정책 행사다. 대학이 공식적으로 문해교육 영역에 독립 기관이 아닌 교육 당사자로 나선 것은 의미심장하다. 국내 문해력 현황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으로도 선진국 중 하위권으로 평가되며, 4차 산업 혁명 이후 디지털 정보의 양적 폭발과 더불어 사회적 불평등 심화의 주요 변수로 꼽힌다. 가천대가 대학 차원에서 정책전시회에 참가한 결정, 그리고 타 대학, 정부, 현장 실천단체의 행보와 대비되는 지점은 무엇인가.

문해교육은 단순히 ‘글을 읽고 쓰는 능력’에 한정되지 않는다. 오늘날에는 디지털 네트워크·정보환경에서 각종 사회·경제적 구조 변화에 대응하는 응용력, 산발적 정보의 신뢰도 평가, 복잡한 정책 텍스트 해석 능력까지 포괄하는 ‘확장 문해력’으로 변화했다. 가천대의 접근은 기존의 초중년 성인대상 문해교육 정책, 지자체 중심 실무, NGO 기반 활동과 구별된다. 대학이 미래 세대의 중급·고급 문해력, 즉 정보 판별-실행-응용까지 담당할 새로운 주체임을 선언한 셈이다. 이는 대한민국 교육 정책 주체 구도에서 대학의 위상을 재정립하는 결정이자, 정책—학문—산업 연계를 업데이트하는 신호다.

세계 주요국 정책 동향을 살펴보면, 미국이나 유럽은 정부·NGO 주도의 표준화된 문해교육 모형을 대학이 개별적으로 확장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예컨대, 핀란드나 네덜란드는 디지털 시민 문해교육을 대학 교육과정에 공식 편입시켰고, 일본은 대학-지자체-기업 의 삼각협력을 통해 현장맞춤형 문해교육 연구/실습을 확대했다. 대한민국의 문해정책은 그간 주로 기초문해, 복지차원 성인문해에 무게를 두어왔다. 디지털 정보격차, 사회적 포용, 산업-청년 맞춤 등 실효적 거버넌스 확대는 미진했다. 가천대 사례는 이 틀을 흔들고 있다.

특히, 대학의 문해교육 참여는 고등교육이 갖는 공공성, 인구변동·사회적 격차에 대응한 정책적 책무의 확장이라는 측면에서 의의가 크다. 대학이 사실상 전 세대(청년·중년·노년)의 정보를 매개·가공하는 허브로 기능할 때, 비판적 텍스트 해독능력, 가짜뉴스 감별, 정책소통 개선 등 구조적 효익을 기대할 만하다. 이 과정에서 대학 고유의 연구-행정-실습 인프라가 핵심적 역할을 한다. 단순 기존 성인야학, 평생교육의 관성을 벗고, 데이터 분석·디지털 플랫폼 구축 등 첨단 정책 실험이 가능하다.

반면, 대학의 참여가 시장·정부정책 일원화 논리, 사교육화 트렌드와 결합될 때의 함정도 분명하다. 문해력이라는 ‘공공재’ 영역이 대입·취업경쟁, 전형화된 자격증 산업에 흡수될 우려는 계속 제기된다. 해외 사례에서도 대학 주도 문해교육이 전략적 목표 없이 예산 소모·시혜성 이벤트로 전락한 경우가 적지 않다. 정책전시회 참가를 예외 아닌 흐름으로 확산하려면, 여러 주체 간 역할 분담이 명확해야 하며, 대학을 ‘혁신 실험장’으로 삼는 국가 차원의 디자인이 필수적이다. 더불어, 중장년-디지털 취약계층 연결고리 마련이 가장 중요한 과제 중 하나로 부상한다.

지정학적으로도, 디지털 전환과 인구구조 변화는 재외동포 포함 전 세계 한인 사회의 정보권∙참여권 문제와도 직결된다. 국내 대학 문해교육 역량이 선진 모델로 자리잡는다면, 국제교류 역량 강화·동아시아 교육 외교력 신장에도 자산이 될 수 있다. 현실적으로 정책전시회 참여 단계에서 그치지 않고, 대학 내부 정책 연구센터, 지역사회 협력, 디지털플랫폼과 연계한 실질적 프로젝트 확산이 뒤따라야 한다. 역동적 정보사회에서 대학의 문해교육 리더십은 국가 경쟁력, 사회 통합력, 시민 역량 신장에 실질적으로 기여해야 한다.

가천대의 이번 선도적 참여가 ‘전시성’에 그치지 않고 시대적 요청—디지털 전환, 세대융합, 사회통합—에 부합하는 실험적 벤치마크로 작동하는지를 면밀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 공공성·공정성·참여성 확대는 단기 이벤트가 아닌 장기 지표로 정착해야 한다. 가천대 사례가 국내외 대학, 정책 당국, 시민사회 전체에 영향력을 확장할 수 있는 차별화 포인트가 무엇인지에 주목하며 향후 행보를 관찰한다.

— 오지훈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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