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브랜드에 상반기 웃은 패션업계…하반기 성장 박차
2026년 상반기, 국내 패션업계의 흐름은 수입 브랜드의 독주와 함께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하드웨어 산업이 정체된 반면, 소비자들이 밀레니얼·Z세대 소비자를 중심으로 개인의 취향과 자기표현 욕구가 한층 강화되면서 수입 패션 브랜드에 대한 수요가 그야말로 폭발적으로 늘었다. 자료에 따르면 상반기 주요 백화점 매출의 상당수는 명품·컨템포러리·글로벌 스포츠 브랜드가 주도하고, 리세일, 한정판 등을 활용한 소비자 경험의 구조도 빠르게 진화해 왔다. 소비자는 더 이상 단순히 구매에 멈추지 않고 ‘소유에서 향유’의 라이프스타일로 이동 중이다.
이런 흐름을 선도하는 건 명확하다. 올해 S/S시즌, 루이비통·구찌·프라다·버버리 등 유럽 명품 하우스들은 대중적 트렌드에 가장 민감한 가방, 신발, 액세서리 라인에서 한국 특화, 한정판 콜라보 제품을 속속 내놨다. MZ세대로 대표되는 소비층은 인증샷, 언박싱 등 경험을 공유하는 문화에 익숙하다. 인플루언서와 쇼트폼 영상, 라이브 커머스가 이 흐름을 부채질하는 것도 명확히 관측된다. 기존에는 오프라인 쇼핑 중심이었던 프리미엄 소비가, 하이브리드·체험형 콘텐츠 강화와 큐레이션 편집숍, VIP 라운지 등 ‘나를 대접받는’ 경험으로 진화하면서 백화점과 직구, 리세일 플랫폼이 모두 성장 동력을 얻었다.
이 안에서 국내 패션업체들은 어떤 전략으로 하반기에 대응할까. 컬렉션과 매장, 브랜드 협업 모델이 눈에 띈다. 첫째, 국내 대형 패션 기업들은 ‘글로벌 브랜드 플래그십’을 오픈하거나 리뉴얼하며 공간의 힘을 극대화한다. 신세계, 현대, 롯데 등 주요 백화점들은 한국 소비자 특성을 반영한 매장 레이아웃, 체험형 이벤트, 문화 공간 결합 등을 잇따라 선보이며 수입 브랜드 유치 경쟁에 올인하는 모양새다. 최근 인기 높은 미니멀리즘, 젠더리스 감성 역시 국내외에서 골고루 포트폴리오가 강화되고 있다. 둘째, 디지털·옴니채널 역량 투자가 본격화됐다. 브랜드별로 AR피팅, 라이브 스트리밍, 사전예약 한정 발매 등 실험적인 소비 경험이 장착되고, AI·빅데이터 기반 큐레이션이나 개인 맞춤 스타일 제안 기능이 쇼핑 여정 전반에 확산되는 트렌드는 갈수록 뚜렷해진다.
한 가지 주목할 점은 전통적 단일 브랜드 파워보다도, 다양한 가격과 스타일을 빠르게 섞어 자아를 구성하는 믹스 앤 매치가 뉴노멀로 자리잡았다는 점이다. 20~30대를 중심으로 명품+스포츠+K-패션 조합, 빈티지 리세일샵이나 소규모 창업 브랜드와 콜라보레이션 상품, 한정판 컬렉터 습관 등이 오히려 각광을 받는다. 가성비 중심의 카테고리 킬러(스파 브랜드), 친환경·윤리소비를 강조하는 지속가능 브랜드 역시 성장세에 있다. 최근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트렌드에 민감해진 소비자들이 ‘옷을 입은 나’, ‘윤리적 소비를 하는 나’라는 아이덴티티를 중시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리세일, 렌탈, 응모구매 등 소유 이외 경제적 경험이 하나의 패션 생활문화로 자리잡으며 중고 명품 플랫폼, 패션테크 스타트업들의 신사업도 활발히 부상 중이다.
월드와이드 트렌드와 비교해도 한국 패션업계의 브랜드 중심 소비와 경험 중심 소비는 무척 세련된 양상을 보인다. 북미와 유럽에서는 Z세대가 지속가능 소비와 개성 소비를 절묘하게 결합한다면, 한국은 한정판/리미티드, 아카이브, 협업 등 ‘희소성+공감각적 스타일링’이 압도적으로 강하다. 이 현상은 특히 인스타그램, 유튜브 쇼츠, 커뮤니티 게시판을 통한 바이럴의 속도가 매우 빠르며, 국내외 유명 브랜드가 한국을 한정판·테스트 마켓으로 삼는 두터운 이유이기도 하다. 실제로 글로벌 명품과 스포츠 브랜드들은 신제품 론칭과 동시에 서울을 첫 공개 무대로 택하거나, 한국 맞춤형 콘셉트 ‘디지털 팝업 라운지’를 운영한다. 소비자는 이를 ‘나만의 경험’, ‘지금 경험’에 의미를 둔다.
하반기 전망 역시 이 흐름을 고스란히 따라갈 가능성이 크다. 백화점, 롯데·현대·신세계 등 유통 공룡들은 유럽·미국, 일본 명품 브랜드 유치전에서 프라이빗 론칭, 안전·편의 서비스 혁신 등을 지속한다. 온라인 플랫폼 간 컬래버 매장, 프리미엄 경험관, 크리에이터·아티스트 협업 이벤트 등 오프라인-온라인 연계 집중도 거세진다. 동시에, 현재의 환율, 글로벌 정세, 브랜드 공급망 혼란 등 일부 불확실성이 변수로 작용한다. 중장기적으로 국내 패션시장의 ‘또 다른 명작 소비층’—경제적이면서 개성을 지키고 싶은 실속형 소비자—도 파고든다면, 하반기 이후 시장의 양극화와 중저가 브랜드의 디지털 혁신 여지도 분명하다.
수입 브랜드의 호황 이면엔 ‘소셜 셀럽’이 소비주도층으로 떠오른 사회환경, 희소성+체험 중심의 소비문화, 그리고 디지털화·큐레이션 경쟁이 맞물릴 새로운 패션 혁명이 있다. 패션은 결국 자기 경험을 통해 ‘나’를 재정의하는 일이다. 이 거대한 유행의 파도에 국내 브랜드, 유통, 소비자 모두가 어떤 정체성과 전략으로 답할지, 예의주시해야 할 시점이다.
— 배소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