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 붕괴가 드러낸 ‘기후 불평등’의 민낯
네팔 히말라야에서 발생한 참사는 지리적 거리와 상관없이 지구촌 곳곳에 남아있는 ‘기후 불평등’의 잔혹한 현장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에베레스트를 비롯한 히말라야 산맥은 인류 문명에서 일종의 경계로 여겨졌지만, 이젠 킬리만자로와 안데스를 잇는 ‘제3의 극지(Third Pole)’로 규정된다. 히말라야의 빙하가 극적으로 녹아내리며 대규모 산사태, 홍수, 생태계 변동을 초래한 최근 현상은 단순한 자연재해 그 이상이다. 이번 산사태 희생자는 관광을 통해 생계를 꾸려가던 현지 주민이 대부분이었고, 네팔의 최일선 취약계층이 희생양이 됐다.
히말라야 빙하는 기후위기에서 ‘감시초소’ 같은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세계 온실가스의 주된 배출국들은 지리적으로 멀고 정치적, 경제적 여유를 바탕으로한 적응·회피 수단을 갖추고 있다. 반면, 네팔이나 부탄 등 히말라야 인접국들은 세계에서 가장 기여도가 낮음에도 재난의 직격탄을 맞는다. 기후 전문가들이 ‘온실가스 배출에 대한 책임과 피해의 불균형’을 반복적으로 지적하는 배경이 여기에 있다. 유엔 IPCC는 히말라야 빙하가 현재 추세라면 2100년 이전에 80% 가까이 소실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는 수억 명의 식수, 농업, 생태적 안정을 결정짓는 사안이기도 하다.
히말라야 관광산업 역시 수십 년간 변화를 거듭해 왔다. 산악 등반이나 트레킹 산업은 한때 지역 경제를 떠받치는 버팀목이었으나, 기후 변화라는 외부 요인 앞에 극도로 취약한 모습이다. 인구 구조가 젊고 해외 근로자 송금에 의존하는 네팔 현지의 경제∙사회 구조는 디지털 시대로 진입하였음에도 재난 대응에서는 아직도 ‘제3세계’라는 꼬리표를 떨치지 못한다. 현지 주민들, 특히 셰르파로 대표되는 산악 종사자들은 자연 재해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할 사적 자원이 거의 없고, 국제 언론의 관심이 사그라지면 곧 쉽게 잊혀진다.
최근의 참사들은 단순한 우발적 재난이 아니라 연쇄적인 기후위기 속도의 급가속과 관련이 깊다. 유럽 알프스, 알래스카, 남미 안데스 등 다른 산악지대 역시 올해 기록적인 빙하손실과 산사태 소식을 전하고 있다. 그러나 각국의 대응 방식은 현저히 다르다. 상대적으로 기술적·경제적 발전이 앞선 나라들은 즉각적인 경보 시스템, 대규모 예산 투입, 탄소 중립 선언 등으로 신속히 대응한다. 반면, 남아시아 고산지대를 중심으로 한 곳에서는 ‘적응’이라는 말 자체가 낯선, 처절한 일상이 반복된다.
기후변화는 이제 지역적 문제가 아닌 ‘누가 책임지고 누가 희생하는가’의 윤리적 문제, 역학 문제로 확장됐다. 개별 국가의 대응만으로는 구조적 불평등을 해소할 수 없다는 점에서, 책임국의 제도적·재정적 지원이 절박하다. 최근 유럽연합이 추진하는 ‘기후 손실 및 피해 펀드’나, 유엔 산하의 ‘기후 부정의’ 관련 논의가 더욱 속도 내야 할 이유다.
히말라야 산사태가 남긴 상흔은 순간이나마 이례적인 재난처럼 보일 수 있으나, 실상은 빈번해지고 점차 일상화되는 대재앙의 전조다. 이미 2023년에서 2026년 사이, 네팔 북부와 파키스탄, 인도 북부 히말라야 벨트를 따라 연쇄적 빙하 융해에 의한 산사태와 급류, 홍수가 계속 보고되고 있다. 현지 연구진들은 빙하에서 방출된 물이 강하천을 통해 남아시아 전역의 집단 거주지와 농경지에 미치는 영향을 우려한다. 도시와 농촌을 가리지 않고 식수 부족, 농업 위축, 감염병 창궐 등 공동체 전체가 생존의 위협을 받는다.
이 과정에서 국제사회와 정부, 그리고 젊은 세대의 역할이 다시금 주목된다. 디지털 네트워크를 통해 빠르게 확산되는 정보는 방관자가 아닌 ‘참여’의 문화를 촉진한다. 최근 네팔과 방글라데시, 인도 북부에서 이어지는 온라인 모금, 피해 기록 캠페인, 렌딩 및 지원운동이 바로 그 증거다. 세계시민으로서의 책임, 피해자 중심의 접근법, 그리고 각국 정부의 연대가 교과서적으로 반복될 게 아니라, 실제적 직접 지원과 규범 변화로 연결되는 미래가 절실하다. 기후 취약계층의 비극을 대면하는 사회적 감수성, 삶의 토대 자체가 위기에 내몰린 지역 사람들에 대한 연대의식이 중요한 시점이다.
이상우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