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차관의 정년연장 입법 의지, 삶의 시간에 손을 내밀다

한 중소기업 대표인 차 모 씨는 진한 고민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회사의 주요 인력이 본격적으로 60세 정년을 맞이하는 시점이 다가오면서 회사 현장에는 숙련자의 빈자리가 점점 더 크게 느껴진다. 청년의 새로운 활력이 분명 필요하지만, 오랜 현장을 지켜온 베테랑의 손길 없이는 제품 품질 관리조차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걱정에 어렵게 잠을 이룬다.

2일 노동부가 밝힌 정년연장 입법 추진 소식은 많은 삶에 이중적인 감정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정부가 올해 안으로 정년연장 관련 입법 절차를 마무리하겠다고 공언한 것은 단순히 제도 변화라는 차원 이상, 이미 오래 전부터 뿌리내려온 ‘노동의 시간’과 ‘노년의 삶의질’에 근본적인 각성을 촉구한다. 우리 사회는 평균수명이 늘어나고 있는 동시에 높은 장년·노인 빈곤률이라는 심각한 이면을 함께 마주하고 있다. 복지‧노동전문가들은 이를 ‘시대적 과업’이라고 정의한다.

실제로 유기농 농장 일꾼이었던 62세 강남자 씨는 “정년퇴직 이후라도 일하고 싶지만, 어딜 가도 마흔 넘으면 쳐다봐주질 않는다. 진짜 싫어도 생활이 있으니 몸이 성할 때 계속 일하고 싶다”고 털어놓았다. 이런 현장 목소리가 집약되어 정부 차원의 제도 개선 논의로 이어지고 있다. 노동부가 예고한 연말 입법은 다양한 이해관계 속에서 균형을 찾고자 하는 올해 최대의 노동 이슈 중 하나다.

문제의 핵심은 두 가지 축에 걸쳐 있다. 첫째, 개인의 삶. 정년퇴직은 한편으로는 안락한 노후를, 또 한편으로는 외로움과 경제적 궁핍을 의미한다. 수입이 끊긴 고령 노동자는 생활비와 의료비 부담에 허덕인다. 경기도에 사는 61세 김진국 씨는 “일찍 퇴직한 선배들을 보면 기운이 쭉 빠졌다가, 여생을 준비하는 데 돈 걱정이 제일 크더라”며 “오래 일할 수 있는 사회라면 서로에게 덜 미안할 것 같다”고 말했다.

둘째, 기업의 현실. 장년층이 오래 머물면 청년층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우려와, 반대로 고령 인력의 노하우가 사라질 때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 모두 무시할 수 없다. 일부 기업 경영진은 인건비 부담 증가와 채용 경로의 축소를 염려한다. 그러나 중소 제조업·서비스업 현장에서는 오히려 ‘경험 인력’이 부족해 경쟁력이 저하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국노동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지난 5년간 50대 후반~60대 초 고용률은 꾸준히 상승했으나, 임금수준은 60세 기준으로 큰폭 하락한다. 이는 장년·고령층 ‘비공식 고용’의 전형적 단면이다.

해결의 실마리는 어디서 시작되어야 할까. 주요 선진국 사례를 보면, 이미 일본과 독일, 스웨덴 등에서는 정년연장 혹은 임금피크제 등 제도적 장치로 생산가능 인구의 노동 기회를 늘리고 있다. 일본은 65세까지의 고용 유지를 촉진하기 위해 기업 지원금과 고용 관리 서비스 확대정책을 펴고 있다. 이른바 ‘액티브 시니어’ 정책에서 착안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혁신 노력 역시 우리와 닮은 지점이다.

국내에선 ‘고령자 계속고용’, ‘임금피크제’, ‘재취업 지원’ 등 다양한 제안이 오갔지만, 노동계와 경영계 간의 간극은 쉽게 좁혀지지 않았다. 한 중견기업 인사팀장은 “경력이 긴 분들이 계속 일할 수 있는 체계가 절실하다. 하지만 청년 일자리와 충돌하지 않게 하려면 기존 임금체계와 평가 제도도 함께 전환해야 할 듯하다”고 우려했다. 노동조합 측 인사도 “정년기준이 그대로인데 임금만 깎는 건 해법이 아니다. 평생 일의 미래를 젊은이와 함께 고민해야 실질적 진전이 있다”고 반박했다.

정부는 법 개정과 병행해 기업 규모별·산업별 특성을 반영한 세밀한 지원책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법제도만으론 해결할 수 없는 심층적 문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우리 사회는 어린이집 교사, 청소노동자, 제조현장 베테랑부터 은퇴 후 재택근무까지 다양한 직종에서 연령 스펙트럼이 넓어지고 있다. 사람마다 일의 의미, 퇴직 이후의 가치와 행복이 다르기에, 제도 변화는 실제 당사자의 목소리와 맞닿아야 한다.

수십 년 일터에서 흘린 땀이 노후의 안정과 존엄으로 이어질 수 있는 사회, 세대 간 지혜가 자연스럽게 오가는 일터 환경은 결국 또 하나의 복지이자 사회 연대의 실험장이다. 노동차관의 이번 입법 추진은 우리 모두의 미래를 위한 시간에 다시 ‘손을 내미는’ 것임을, 작은 이름이 모여 만드는 변화가 이처럼 따뜻하고 인간적인 시도로 이어지길 소망하게 된다.

— 김민재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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