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키스케치, 3D 공간 기술로 국내 인테리어 시장 문을 여는 이탈리아 디자인
디지털 공간 설계 플랫폼 ‘아키스케치’가 이탈리아 가구·디자인 기업의 국내 진출을 지원한다는 사실은 최근 인테리어·디자인 업계가 거세지는 글로벌 경쟁 환경에서 어떻게 생존과 혁신을 모색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특히 3D 공간 설계 기술을 매개로 이탈리아 고급 가구 브랜드와 국내 시장을 연결한다는 점은 플랫폼 빅뱅 시대, 디지털 도구의 융합력이 어느새 실물 비즈니스 판도도 좌우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아키스케치는 기존 2D 도면이나 사진 위주의 낡은 접근 방식 대신, 사용자가 직접 3D로 공간을 설계하고, 가구·소품을 배치해 즉석에서 완성 이미지를 볼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이탈리아 명품 가구, 디자이너 브랜드와의 협업으로, 소비자·설계자 모두 공간 구현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다는 점에서 사업적 의미를 새긴다. 실제로 아키스케치 플랫폼에 입점한 이탈리아 기업은 국내에선 어렵게만 느껴졌던 브랜드 노출과 상담, 판매 단계를 단번에 넘어설 수 있으니, 양국 모두에 마케팅 효율과 소비자 경험의 진화가 동시에 일어난 셈이다.
세계 인테리어 시장은 코로나19 이후 ‘리빙’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면서, 고급화·개성화가 빠르게 진행됐다. 국내 역시 온라인 쇼핑몰 확대, 전자상거래 기반의 맞춤형 리빙 시장이 주류로 부상했다. 이런 흐름 위에 아키스케치가 촘촘하게 연결고리를 만든 건 단순한 거래 중계가 아닌, 실제 공간 데이터와 고객 행태 정보를 기반으로 가구 브랜드가 시장 접근법을 혁신할 수 있다는 데 있다. 이는 필연적으로 전통적 유통채널, 심지어 대형 백화점·오프라인 인테리어 업체에도 크고 작은 파장을 예고한다. 글로벌 대기업이 선점했던 공간 체험형 쇼룸, VR·AR 가상체험 시장도 더이상 실리콘밸리 거대 자본의 전유물이 아니다.
업계에서는 아키스케치가 단순한 중개 플랫폼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국내 주거·상업 인테리어 트렌드를 바꾸는 촉매 역할을 할지 주목하고 있다. 단순한 소비자 접근성 개선을 넘어, 전문 설계사·건축가까지 아우르는 설계 생태계 전환을 견인한다는 평가도 있다. 가구 브랜드 입장에서는, 유럽산 명품 이미지를 유지하면서도 ‘국내 사용 맥락’에 맞는 스타일, 치수, 현장결합 가능성 등 미묘한 차이를 손쉽게 테스트할 수 있어, 전례 없는 시장 적응 실험장이 열린다.
비판적으로 볼 때, 모든 디지털 플랫폼이 수익과 파급력을 보장하지 않듯, 아키스케치 역시 ‘실제 구매전환’과 ‘브랜드 충성도’라는 난제를 피할 수 없다. 국내 시장은 독특한 가격민감성, 빠른 트렌드 변화, 배송·A/S 같은 현실적 장벽이 유럽 고급 브랜드에게 만만치 않은 시험대라는 점도 관건이다. 또한, 3D 설계 편의성의 극대화가 오히려 진입장벽을 낮춰, 저가 브랜드 등으로 확산될 경우 플랫폼 정체성 자체가 흔들릴 수 있어, 아키스케치의 큐레이션·관리 역량이 갈수록 중요해질 것이다.
이탈리아 디자인 기업 입장에선 한국의 세련된 소비자 기호와 정보 접근성을 접할 수 있다는 점 자체가 엄청난 메리트다. 아키스케치 플랫폼의 공간 데이터, 클릭·설계 패턴 활용이 미래 제품 개발은 물론, ‘K-리빙’의 몸값까지 끌어올리게 될 가능성도 예견할 수 있다. 반대로, 국내 토종 브랜드 입장에선 세계적 대형 브랜드와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데이터와 경험 자본의 격차가 벌어질 수 있어 업계 전반의 체질개선을 요구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통의 유통-설계-시공 경계가 붕괴되는 지금, 디지털 플랫폼 중심의 생태계 재편은 불가피해 보인다. 국내 인테리어 시장 지형을 바꿔놓을 원동력일지, 일시적 유행에 그칠지 여부는 결국 사용자 체감가치, 가구·디자인 ‘현지화’ 전략, 그리고 플랫폼의 신뢰도와 관리 역량에 달렸다. 지금의 실험이 ‘명품 가구의 대중화’로 이어질지, 아니면 플랫폼만 살아남는 레드오션 양극화로 흐를지, 혁신의 지속성에 업계의 명암이 달렸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