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기금’ 국회 견제…정부 재정통제 우회 맹점 드러나나”

여의도 정치권이 정부의 재정운용 틀에 경보음을 울렸다. 국회가 미래기금의 운용 구조와 그 내막에 대한 견제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이다. 최근 정부는 대규모 국책사업의 재원마련을 명분으로 기존 예산통제와 다른 독립채널인 ‘미래기금’을 추진해왔다. 명칭만 보면 국가적 미래전략에 투자를 확대하기 위한 듯 보이지만, 실상은 핵심 현안 예산집행에서 국회 논의를 우회하는 또 하나의 ‘권력 사각지대’가 탄생할 위기에 내몰렸다.

검증되지 않은 자금 집행 경로가 만들어지는 순간, 그곳엔 불투명과 편의주의, 심할 때는 국가재정의 본질적 신뢰 훼손이라는 치명적 그림자가 길게 드리운다. 이른바 ‘미래기금’은 표면상 국가의 중장기 전략사업·미래교육·기술혁신 등에 직간접 지원하기 위해 문을 열었다. 그러나 그 내막에는 기획재정부가 핵심 지출권한을 바탕으로 국회 예산통제를 단계적으로 ‘우회’할 수 있는 여지가 내포되어 있다. 관련 예산 편성권이 국회의 투명한 감시 밖에서 작동할 경우, 최악의 시나리오는 국가재원이 소수 관료집단의 정치적, 정책적 욕망 충족 도구로 변질되는 현실이다.

국회 예산정책처와 시민단체, 그리고 일부 야당 의원들은 기금설계 단계부터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해왔다. 첫째, 기금이 예산과 별개로 분리 운영되면서 국회가 실시간 견제 및 집행감시를 할 수 있는 구조가 희박하다. 둘째, 각 부처가 미래기금 명목으로 이권에 뛰어들면서 기금 남용, 중복 지원, 예산 편법운용의 물렁한 구멍이 뚫릴 수 있다. 실제로 지출계획의 근거와 우선순위에 대한 국민적 공론화나 견제가 사실상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다. 셋째, 예산은 미래를 담보하지만 예측 불가능한 ‘책임 회피성’ 의사결정구조가 확대될 가능성도 농후하다.

이스라엘, 싱가포르 등의 해외기금 사례에서는 기금이 특정 분야 집중지원 수단으로 긍정적 작용을 하되, 예외 없이 ‘의회 승인’ 혹은 ‘독립감시위’의 절차를 두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반면 국내에서 제시된 이번 미래기금 구조는 감시, 통제 없이 정부가 정책의 우회지원루트를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구조적 비리를 눈감아주는 초석이 되기에 충분하다. 정부 측은 각종 심의위원회와 민관 거버넌스라는 ‘명분 프레임’으로 제도의 정당성을 주장하지만, 그 실행 메커니즘을 파고들면 실질적 견제장치가 사실상 작동하지 않는다.

문제의 핵심은 재정운용의 기본 원칙, 즉 ‘국민의 세금은 국회의 통제를 받는다’는 민주주의 국가의 기본이 훼손될 위험 앞에 있다. 특히 미래기금은 익명성과 비공개성, 사업우선순위와 집행평가의 불투명성을 동시에 내포한다. 예산 항목별 용처, 집행 로드맵, 사용실적에 대한 국민 공개 의무 등이 뒤따르지 않는 한 또 다른 ‘그림자 관치’의 온상이 될 수밖에 없다. 지금껏 관치금융, 정책기금 등 각종 특별예산은 정권 차원의 영향력 확대에 악용된 역사가 있다. 예산 편성 단계부터 사용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 시민 감시와 국회 감시가 반드시 병행되어야 하는 배경이다.

국회 여야는 미래기금 심사의 ‘사전 검증’ 및 연례 사업평가 의무화를 논의 테이블에 올려 놓았다. 국민 세금이 최종적으로 어디로, 어떻게 쓰이는지 공개해야 한다는 ‘투명성 원칙’을 실질적으로 관철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요구되는 순간이다. 감사원은 제도 시행 첫 해부터 특별감사 및 실시간 추적 시스템을 제안하고 있지만, 실제 집행 단계에서 정보공개가 제한된다면 무력화는 시간문제다. 정치적 수사나 변죽이 아니라 철저한 사후역추적, 실시간 예산집행 모니터링, 이중삼중의 독립 검증이 필수인 이유다.

정치권력의 우회적 재정집행, 새로 짓는 기금의 이름 뒤에 숨은 헤게모니 쟁탈전, 제도적 비리의 발생 가능성은 결코 가볍게 넘길 이슈가 아니다. 역대 정부들이 ‘미래’와 ‘혁신’이라는 추상적 구호로 예산 통제를 느슨하게 만든 사례가 매번 반복된 점을 주목해야 한다. 한국 사회의 건강한 재정 운영과 국민적 신뢰 확보에는 지겹도록 단순하지만 강력한 원칙이 적용돼야 한다. 모든 예산은 국회의 엄격한 심의와 국민적 감독 아래서만 집행되어야 한다.

미래라는 이름을 씌운 편의적 제도의 탄생에 국회가 견제에 팔을 걷어붙인 지금, 이 모든 논란을 두고 우리는 한 번 더 묻는다. “국가는 도대체 누구를 위해 돈을 쓰는가. 그리고 그 돈, 정말 투명하게 써질 자신 있는가.” 경제위기, 재정위기 때마다 늘어난 그림자 예산, 폐쇄적 집행 방식의 결과가 지금 우리 세대, 다음 세대에 어떤 짐으로 돌아올지 정부와 국회 모두 책임 있게 답해야 한다.

— 강서준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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