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학전지구 일조장해, 환경문제…해결 못한 도시의 미래

포항시 남구 학전지구 공동주택 개발사업이 본격 가시권에 들어서자 일조권 침해, 환경영향, 기반시설 미비, 주민갈등 등 복합적인 사회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현장에선 2024년부터 구체적인 인허가 절차가 시작됐고, 2026년 하반기 착공을 목표로 한다. 해당 부지는 오랜 기간 소규모 노후주택과 농경지, 근린공간이 뒤섞여 있어 기존 커뮤니티 재편이 불가피하다. 문제는 고밀 아파트 건설을 계기로 빚어진 공간 갈등과 일조권 충돌, 취약한 친환경 인프라, 미흡한 공론화 과정 등이 모두 미해결된 채 진행되는 상황이다. 일조권 문제는 학전지구와 맞닿은 저층주택 소유주들을 중심으로 민원이 폭증하면서 표면화됐다. 포항시의회와 주민연합회에 접수된 민원만도 150건을 넘는다. 시뮬레이션 결과, 일부 단독주택 및 주변 근린시설은 동절기 오전부터 일몰까지 볕이 들지 않는 ‘장기 음영’ 구간임이 드러났다. 사회적 약자인 노인, 장애인 가구가 다수 거주하고 있다는 점에서 건강·생활권 침해 우려가 현실화됐다. 인근 주민 “받을 보상도 없고, 산책로나 소규모 텃밭까지 그림자 뒤집어쓰게 됐다”며 시공사 및 시청을 상대로 집단 행동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문제는 일조권 갈등이 전형적인 영남권 도시재생 갈등의 축소판이란 데 있다. 현행 건축법령상 일조권 침해 기준이 수도권 사례를 모범삼아 ‘규칙적 일조선’으로 묶지만, 실제 현장에선 일조권을 직접 관철받는 비재산권이 미약하다. 현실적 보상이나 완화방안(스카이라인 높이 조정, 리모델링 지원 등)은 시, 개발사 자율 협상에 맡겨둔 상태다. 결과적으로 법·제도와 행정적 구제방안 사이 공백이 계속되는 셈이다. 환경문제 역시 중복된다. 해당 지역은 동해안 저지대에 위치해 집중호우, 지반침하, 미세먼지 집적에 취약하다. 시범측정 결과, 아파트 신축 시 교통유발 미세먼지와 공사장 비산먼지, 건설자재 트럭 이동량이 동시 증가할 소지가 높다. 기자가 현지를 찾은 날에도 임시 자재야적장 먼지가 민가로 흩날렸고, 소음 역시 기준치를 상회했다. 포항시가 발표한 환경영향평가서 초안은 실제 감시·관리조치가 ‘준비중’ 수준이며, 주민대표 회의에도 3차에 걸쳐 관련 자료 제공이 지연됐다. 이는 시민참여와 정보공개라는 현대 도시정책 기조와 상충된다. 기반시설의 확충지연 또한 상수도·하수도·교통 등 필수 인프라에서 자주 반복되고 있다. 포항시는 신도시 편입으로 생활권이 확대되는 만큼, 학교·공원·소방시설 마련을 약속했으나, 예산확보 계획과 실현가능성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전례상 도시개발 사업이 추진되는 동안 실제 인프라 확충이 늦어져 주민피해가 증가한 사례가 빈번했다. 문제는 이런 위험이 학전지구에서도 반복될 수밖에 없는 구조에 있다는 점이다. 여러 차례 진행된 주민설명회 역시 갈등 조율에 실패하고 있다. 주민의견 반영이 요식행위에 그치고, 분쟁조정기구가 실질적 권한을 행사하지 못한 탓에 여론은 악화일로다. 일부 주민은 법적 소송을 예고했고, 포항시의회도 제도적 보완과 피해 최소화 방안 마련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냈다. 학전지구 사태는 단순히 한 도시 내 아파트 분쟁 차원을 넘어, 지방 중소도시의 도시계획 행정이 버거워하는 환경·사회권 충돌의 전형을 보여준다. 고밀 개발로 대표되는 주거 패러다임 변화 앞에, 지방행정의 낮은 전문성·정책 감수성·시민참여 절차 부재가 지적된다. 각종 심의과정과 공론화가 요식적 통과의례로 전락하지 않으려면 일조권 기준의 현실적 재설계, 실시간 정보공개, 환경 리스크 관리체계 실질운영, 생활 인프라 선(先)확보, 보상체계 개선 등이 요구된다. 결국, ‘집’의 의미가 수치적 공급 이상임을 인식한 정책 변환이 시급하다. 학전지구 사례는 포항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국의 수많은 중소도시들 역시 다른 사회권 영역에서 유사한 ‘보이지 않는 그늘’을 경험하고 있다. 이것이 곧 한국 지방도시의 미래라면, 보다 예민하고 투명한 도시계획, 사회권 실질 보장 장치가 필요하다. — 서지현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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