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엄포’ 고리로 안보 총공세… 다시 켜지는 대북 확성기, 그 뒤에 감춰진 정치

2026년 10월 들어 남북관계가 다시 얼어붙고 있다. 정부는 최근 북한의 위협에 대응하겠다며 대북 확성기 방송을 즉각 재개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과거 군사분계선(MDL) 일대에 걸쳐진 대형 확성기에서 나오는 고음의 선전 음악과 뉴스 보도, 이른바 ‘소리의 전쟁’이 다시 시작되는 형국이다. 겉으로는 북한의 도발에 단호하게 맞서 대한민국 국민의 안위를 지키겠다는 강경한 의지가 보인다. 하지만 이번 조치의 배경에는 단순히 북측의 엄포만이 아니라, 뿌리 깊은 국내 정치의 계산법과 안보 프레임을 고착시키는 권력 의지, 그리고 국민 내부의 쟁투와 불안심리를 활용하는 고도의 정보전이 교차한다.

이번 확성기 재개 결정은 그 전모가 단순치 않다. 올해 가을 들어 북한은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핵능력 과시·국경 일대 부대 재편 등 파상적 위협을 이어오고 있다. 정부는 “국민 안보를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 설명한다. 그러나 정부 내부적으로 해당 정책은 수개월 전부터 준비되어온 것으로 추정된다. 취재를 종합하면, 국방부와 청와대 국가안보실은 이미 지난 여름 남북 군사합의 폐기를 기정사실화했고, 확성기 방송시설 복원 및 확장 예산을 비공개로 집행해왔다. 이 배경에는 정권 지지율 하락과 내년 총선을 앞둔 보수층 결집 시나리오가 있었던 것이 분명하다.

실제로 2018년 이전, 대북 확성기 방송은 북한의 강력한 반발과 긴장 고조, ‘도발—응징—여론 자극’의 악순환을 반복했다. 북한도 맞대응으로 자체 대형 확성기를 동원하고, 심지어 포사격 시위를 벌이기까지 했다. 남과 북 어느 쪽도 민간 피해와 군사적 오판에서 자유롭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보위기 프레임은 정치권 내에서 언제나 ‘유용한 카드’였다. 야권이 정부의 안보 무능을 공격하고 여권은 적대적 상황을 해결하는 ‘결단의 수장’ 이미지를 연출한다. 이번 확성기 재개 역시 이 공식에서 결코 자유롭지 않다.

내부적으로는 현 정부가 최근 야기한 경제 불안, 부동산 문제, 청년 실업 등 산적한 민생 현안에서 국민 시선을 돌릴 필요도 있었다. 2026년 하반기 들어 대통령 지지율은 30% 초반까지 하락했고, 여론조사마다 “현 정권의 국정 동력 저하”라는 결과가 공공연히 등장했다. 이런 상황에 전통적 보수 프레임인 ‘북한 리스크’가 정치의 최전방에 다시 소환됐다. 보안 전문가 출신 고위관료들을 앞세운 안보 콘서트, 군사 훈련 공개, 그리고 마침내 대북 확성기 방송이 순차적으로 배치됐다. 국민의 두려움과 피로감을 사실상 정치도가 높은 이슈로 재구성한 것이다.

구조적으로 이 카드는 늘 권력의 조밀한 이해관계와 결합해왔다. 2016~2017년에도 비슷한 방식으로 남북 긴장이 주기적으로 폭발했고, 선거 국면마다 정치권 누구나 안보 이슈를 극대화했다. 북한의 도발은 철저히 내부 체제 결속 목적, 혹은 미국 및 이웃국가를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이기 위한 배경 도구였다. 이번 역시 8차 노동당대회 이후 김정은 체제의 경제난 타개, 내부 통제력 강화 필요와 맞닿아 있다고 보여진다. 남측 역시 안보와 경제, 세월호 참사 트라우마가 다시 꺼내지면서, 과거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는 정치의 반복이 계속되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의식이 크다.

진실은 여기에 있다. 확성기 방송이 실제 안보에 이득인가, 아니면 또 다른 정치적 연출인가. 과거 정부 조사 자료에 따르면 대북 확성기는 일시적으로 북한군의 동요를 유발할 수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대화 단절과 군사적 충돌 가능성만 높아지는 부작용이 크다. 실제 최전방 마을과 군 장병, 양측 주민들이 받는 피로와 위험 역시 간과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국민 몰입과 지지율 반전을 노리는 단기 처방에 가까운 정책을 반복한다. 이는 북측 역시 선전매체와 내부 방송을 총동원해 도발을 외부 책임으로 돌리고, 내부 긴장 조성에 활용하는 행태로 맞대응한다.

권력 자체의 생리, 안보 이슈를 통한 통제욕. 그 아래 실제 주민과 사회적 약자는 무방비 상태로 남는다. 정부는 “국가 안위”를 들먹이고, 야권 역시 “원칙과 단호함”을 주문한다. 하지만 이 소모적이고 뻔한 패턴이 언제까지 반복되어야 하는가. 민생과 권력이 갈등 구도를 공유하는 이 시스템, 진정 국민의 안녕을 위함인가, 아니면 계속되는 정략 게임의 또다른 무대인가.

소음의 볼륨이 커질수록 국민이 들어야 할 진짜 질문들이 묻힌다. 우리는 또 한 번 안보 방송의 전구가 켜진 남북 경계에서, 소리의 벽 뒤에 감춰진 권력의 잔혹함을 목격하고 있다. 북한 역시, 남한 역시, 이번 놀음의 진짜 승자는 국민이 아니라 권력욕 자체임을, 직시해야 한다.

— 강서준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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