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근로자공제회 이사장 ‘비전문·보은’ 논란, 인사 검증 시스템의 민낯

국회 국정감사에서 야당 의원들이 건설근로자공제회 신임 이사장 인선을 집중 질타했다. 주된 쟁점은 이사장의 직무 전문성 결여 및 보은 인사라는 비판이다. 야당은 신임 이사장이 건설업, 노동 및 공제 사업 등 해당 분야 경험 없이 여권 내 정치적 인연에 따라 낙점된 사실을 두고 강하게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대해 여당은 인선 과정에 정치적 고려가 일체 없었으며, 정책 이해도와 리더십 잠재력을 위주로 한 평가였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해당 이사장이 과거 특정 정당, 주요 인사들과의 인연, 과거 행적 등에서 현 정부와의 밀접한 관계가 확인되면서 임명 배경에 대한 의구심은 좀처럼 가시지 않는 분위기다.

이번 국감에서는 이사장 인선뿐 아니라 최근 건설근로자공제회의 변동된 운영 점검과 재정 건전성 평가도 쟁점에 올랐다. 야당은 “고용보험기금의 노동자권리 보호 및 건설현장 환경 개선 역할이 전문성 없는 인선에 의해 훼손될 우려가 높다”며, 정치적 보답 차원의 인사가 산업현장 신뢰와 투명성 저해로 직결된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 신임 이사장이 관련 분야 연구·실무 경력이 전무함에도 수조 원대의 공제기금 운영과 수십만 근로자 권익 수호라는 중책을 맡게 됐으며, 임명 직전까지 정당 내 주요 직책을 수행한 이력까지 제시하며 “전형적인 자리 나눠주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과정에서 건설업계 대표단체, 노조 관계자들까지 “정부·여당과 가까운 인사의 임명으로 현장 실무자 의견이 실질적으로 배제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비쳤다.

실제로 건설근로자공제회는 노동환경 개선, 체불임금 방지, 근로복지 확충 등을 목표로 정부·여당, 노동계·업계 3자 협의를 기반 삼아 발전해온 기관이다. 전문성과 투명성이 무엇보다 중시되던 자리에 상대적으로 행정·노동분야 지식이 부족한 인사가 앉게 됨으로써, 정책 집행의 신뢰성 저하 가능성이 지적될 수밖에 없다. 특히 지난 몇 년간 정부 및 공제회를 둘러싼 일련의 낙하산 논란 사례들은 이번 인선에 대한 의혹을 더욱 키우는 구조다. 앞서 산업부 산하 기타 공공기관장에서도 정치권 출신 또는 보은 성격 인사가 연이어 임명된 바 있는데, 인사 검증 체계의 ‘허술함’과 결과적 무력화 현상을 보여준 바 있다.

여야는 이번 사안에 대해 정면 충돌하고 있다. 야당은 국감 자료를 통해 △전문성이 배제된 임명 프로세스 △위원회 명단 선정, 추천 과정의 투명성 저해 △임명자의 전·현직 경력과 정부와의 친분관계 등을 조목조목 열거했다. 비단 이번 인사뿐만 아니라, 일선 공공노동기관장들을 둘러싼 ‘정치권 줄세우기’ 관행에 대한 대대적 개선을 촉구했다. 반면 여당과 인선 당사자 측은 “기존 틀에 매이지 않는 조직혁신이 필요했다” “현장 소통 능력을 최우선 반영한 결과”라고 항변했다. 그러나 실제 이사장 후보군 선정 및 검증 과정이 얼마나 공정하고 객관적이었는지, 구체적 이력·업적 검증이 이뤄졌는지에는 여전히 물음표가 남는다. 익명을 요구한 여권 핵심 의원조차 “실무형 아닌 정치형 인사가 관행적으로 몰릴 때, 현장 신뢰·정책 성공 가능성은 좌우될 수밖에 없다”는 견해를 밝혔다.

노동시장 불신 확대와 제도 개혁 지연, 신임 인사체제 하에서의 정책 집행 차질 우려 등은 결코 가볍게 볼 사안이 아니다. 건설근로자공제회는 노동취약계층 직접 보호와 현장소통, 적정한 재정배분의 기준점으로서 사회적 역할이 막중한 공공기관이다. 이를 책임질 수장의 역량, 전문성, 중립성이 검증되지 않은 채 임명이 반복된다면, 대의기관의 존재 이유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이는 곧 정부·여당이 강조해온 ‘공정 인사’, ‘능력 기반 사회’와도 어긋난다. 이 과정에서 야당 역시 정치공세에만 치우치지 않고, 향후 인사 검증 시스템의 제도 개선안 마련에 실효성 있는 대안을 내놓을 필요가 있다. 또한, 신임 이사장 스스로 향후 구체적인 전문성 보완책, 정책 실행상 비전 제시로 현장의 우려를 불식시키는 노력이 수반되어야 할 것이다.

공공기관장 인선의 원칙과 신뢰 구축, 그리고 여야가 제기하는 제도적 미흡함의 해소는 제도 신뢰 회복의 첫 관문이다. 이번 국감에서 촉발된 논의를 국가 전체의 인사행정 시스템 혁신으로 연장시킬 수 있을지, 정치권이 직면한 과제는 결코 가볍지 않다.

— 최은정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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