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순군 향토음식학교, 식문화의 DNA를 일으키다
향토음식의 재발견은 그저 유행에 머무르지 않는다. 최근 화순군이 마무리한 ‘향토음식학교’ 운영 역시 지역 식문화의 미래를 위한 움직임이라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올해 운영된 본 프로그램은 지역민 등 다양한 연령대가 참여한 가운데, 오랜 전통을 품은 화순만의 식문화와 조리 기법을 교육하고, 이를 바탕으로 전문인력 양성에 집중했다. 단순히 한 달 혹은 한 계절만을 조명하는 이벤트가 아니라, 차세대의 라이프스타일 변화에 적응하고, 로컬 푸드의 정체성까지 풀어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눈여겨볼 것은 기존 ‘음식학교’ 개념이 대도시 미식가들을 위한 트렌디 클래스 혹은 셰어 키친으로 소비되는 경향이 강했다면, 이번 화순군의 시도는 지역경제 활성화와 고용, 우리 농산물 소비, 관광 자원의 연결 등 실용적 목표까지 함께 품었다는 데 있다. 참가자들은 단순한 조리법 학습에 그치지 않고, 식재료 선정부터 전통식 구현, 소비자 감각을 반영한 메뉴 개발 등 차별화된 경험을 축적했다. 여기서도 ‘조리사의 전문성’만이 의미있는 키워드가 아니다. 변화하는 소비 패턴—특히 휴먼터치와 지역성, 지속가능성을 중시하는 MZ세대의 취향과, 중장년층의 향수, 그리고 ‘원 테이블’과 홈파티 열풍까지—이런 요소들이 접목되어 국내 식문화의 스펙트럼을 넓혀가고 있다.
화순 특산물을 활용한 새로운 ‘푸드 브랜드링’ 실험도 이어졌다. 오디를 활용한 주전부리, 두부전골의 재해석과 같은 시도부터, 전통장류와 로컬 곡물 적용 등 시대와 세대에 반응하는 스타일이 곳곳에 반영됐다. 이 밖에도 수강생들은 심층 워크숍, SNS 홍보, ‘지역 맛집 지도’ 제작까지 직접 참여해, 단순한 실습 공간을 넘어서 향토음식 인플루언서로 성장하는 기회를 얻었다. 최근 인근 지자체 역시 농특산물의 가치를 살린 레스토랑, 팜투테이블 공간, 전통 반상형 메뉴 개발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펼치고 있는데, 화순군의 향토음식학교는 그 중심에 서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외식업계 조사에 따르면, 2026년 상반기 기준 ‘지역성 기반 디저트’, ‘동네 로컬리티’, ‘식문화 스토리텔링’이 소비계층 전반에 부상한 트렌드다. 유명 셰프의 방송 출연이나 익스피리언스 레스토랑에서 조차도, 식재료 산지와 생산자 네이밍을 내세우고, ‘음식에 담긴 이야기’가 브랜드 힘을 좌우한다. 화순군의 이번 교육 역시 이 같은 흐름 속에서 ‘음식의 원산지 경험’ 자체를 가치로 전환시키는 맛의 스토리텔링으로 확장되었다. 그리고 꾸준함과 생활 속 실천—즉, 한식이라는 거대한 로컬 DNA를 현대적 미감으로 해석하는 노력—현대 소비자와 때로 기업까지도 원하게 된, ‘시간이 담긴 맛’을 다시 짚어본 것이다.
실제 수료자 인터뷰에서도 ‘음식이 단순히 입맛을 넘어서 소속감, 자부심으로 번진다’는 이야기가 이어진다. 개인이 식탁에 올리는 작은 반찬 하나도 그 지역의 농부, 장인의 노하우, 마을의 온기가 녹아들어 있음이 느껴진다고도 전했다. 이런 접근은 단순한 ‘로컬 마케팅’을 넘어서, 지역경제 활성화, 푸드테크 기업과의 협업, 미디어 콘텐츠까지 물결을 이룬다. 이미 수도권의 경우, 지역 푸드 전문가가 큐레이션하는 마켓, 팝업 레스토랑, 농산물 큐레이션 박스 등이 성장세를 보인다. 화순의 움직임은 지방의 체계적 식문화 인력 양성이라는 점에서 더욱 빛난다. 지역관광이 프로그램 중심에서 ‘음식 경험’ 중심으로 확대되는 것도 이 흐름과 맞닿아있다. 향후 수료생 중심의 농가 연계 팝업, 푸드 컨설팅, 레시피 개발 등 2차적 확장 가능성도 크다.
식문화는 곧 소비문화다. 옛집을 리모델링한 로컬 레스토랑, 주방이 보이는 오픈 키친, 유튜브-틱톡 등을 활용한 온라인 브랜딩 등, ‘진짜 경험’을 소비하고 싶은 현대인들의 갈증에서 식문화 전문 인력을 찾는 움직임이 대세다. 1920~30년대의 경성 식도락, 70~80년대의 분식집과 주점 문화, 2000년대의 트럭 음식·홈파티, 2020년 이후의 로컬 미식 투어까지, 늘 시대와 소비자의 감각은 변화해왔다. 올해 화순군이 강조한 ‘향토음식학교’ 역시 이 같은 변화의 연장선에서 미래를 만들어가고 있다.
외식업계 트렌드는 결국 ‘사람의 경험’과 ‘공간’, 그리고 ‘시간’을 잇는 접점과도 같다. 화순군의 이번 프로그램은 화려한 셰프쇼나 서울발 트렌드 속에 머물지 않고, 자신들만의 지역 정체성과 실제 생활 속 식문화를 정교하게 엮어낸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푸드테크, 지속가능, 로컬 아트워크와 연동되는 미식의 신세계를 여는 것이 제2의 한식 세계화가 아닐까. 앞으로도 지역을 중심으로 작은 혁신이 잇따를 것이다. 지역 사회, 식당가, 그리고 소비자 모두가 이 변화의 파도를 감각적으로 포착해낼 차례다.
— 배소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