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NN, 2024 방송평가 지역방송 부문 압도적 1위의 현장감
카메라가 천천히 부산의 도심을 가로지른다. 햇살이 내리꽂는 여름 저녁, 유동인구가 늘어선 서면의 네온 아래에서 KNN 본사 전광판이 커다랗게 빛난다. 2024년 방송통신위원회가 실시한 방송평가 결과, KNN이 TV와 라디오, DMB까지 모든 지역방송 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다는 소식에 KNN 내부는 확실히 활기가 돈다. 건물 로비 곳곳에선 아침 회의가 막 끝난 직원들이 삼삼오오 TV 스튜디오 향해 걸어나가고, 엘리베이터 안에서는 라디오 PD와 영상 카메라 기자가 빠른 속도로 다음 아이템에 대해 주고받는다. 지역방송계에 다시 한 번 역사가 쓰인다.
현장엔 ‘설마 우리가?’라는 안도와 ‘드디어 해냈다’는 환호가 동시에 교차한다. 2024년 방송평가에서는 방송프로그램의 지역성, 시청자 권익보호, 기술적 질, 제작 투자 등 실질적이고 정량적인 기준들이 방대하게 적용됐다. KNN은 그 중 지역성 부문에서 독보적으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실제로 최근 1년새 KNN 방송국 영상 장비 창고엔 신형 ENG카메라들과 드론 기자재가 줄줄이 비치되었고, 작가진은 매주 부산과 경남 각지를 직접 누비며 ‘동네 이야기’를 담는 신규 기획들을 내놓았다. 청년 창업가, 어촌 노인, 골목 예술가들의 생생한 인터뷰가 전파를 탄 건 우연이 아니다.
이날 아침, 취재노트와 카메라를 들고 KNN의 라디오부서를 찾았다. 라디오 스튜디오 유리창 뒤에 보이는 피디들은 여느 때보다 분주하다. 20대 청취자의 사연, 부산 이주민이 보내온 지역 뉴스 제보가 실시간 편성 테이블 위에 쌓인다. DMB담당팀은 스마트폰과 하이브리드 자동차 인포테인먼트 화면을 이음매 없이 오가며 송출 문제가 없는지 테스트 중이다. 기술국엔 조명 대신 대형 모니터와 디지털 패널 불빛만 깜빡인다. 지역방송 최초로 AI 기반 영상 편집툴을 본격도입한 점도 높은 평가로 연결됐다.
현장의 공간 변화만이 아니다. 방송 콘텐츠 방향성도 뚜렷이 달라졌다. 작년까지만 해도 ‘공영방송’이란 이유로 지역 예능, 교양, 시사프로그램에서 서울권 소재의 트렌드를 피상적으로 따라가기 일쑤였다. 올해는 달랐다. 예를 들면 크루즈항유입 특집이나, 사하구 임대주택 현장을 기록한 ‘우리 동네 봄’과 같은 기획들이 롱테이크로 부산의 골목, 시장, 바다, 조용한 새벽버스 풍경을 고스란히 담는다. 이런 프로그램에선 출연자 뒤로 실제 부산 시민의 시끌벅적한 일상, 트럭 상인과 거리 청소부의 인터뷰가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TV, 라디오, DMB라는 플랫폼의 벽을 깨고 동일 아이템을 3개 채널에서 각각 다르게 재해석한 일명 ‘멀티미디어 크로스 편성’도 호평을 받았다.
이번 평가결과는 단순 수상 이상의 것이다. 방송산업 구조상, 서울에 집중된 대행사 광고와 주요 인력 수급 문제로 대부분의 지역방송이 구조적 한계를 겪고 있다는 건 익히 알려져 있다. 2023년 기준 지역채널들의 평균 점유율은 3% 미만으로 급락했다. 하지만 KNN은 디지털 플랫폼 변화 속에서 오히려 ‘현장’ 중심의 실시간 영상시스템과 지역기반 크리에이터 연계로 새 활로를 뚫었다. 상반기 유튜브 채널에 실시간 생중계와 뉴스 요약을 강화했고, 짧은 영상 뉴스(Shorts)의 구독자수도 이해연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콘텐츠를 소비하는 방식 자체가 ‘현장감’, 즉 체험에서 오는 리얼리티를 중시하는 쪽으로 달라졌음을, KNN은 누구보다 민감하게 포착했다.
또 하나의 특징은 기술적 혁신이다. IT팀엔 MZ세대 인력이 대폭 충원됐고, 이들은 기존 방송장비와 AI 자동 자막 시스템, 모션트래킹 기술까지 현장에 빠르게 적용한다. 드론 취재, AR·VR 실사 스튜디오 개발까지 협업으로 추진 중이다. 부산 영도 앞바다에서 열린 국제영화제 현장을 드론 고공 영상으로 실시간 중계한 올해 6월 방송은 서울본사의 시선을 단박에 사로잡았다. 현장감, 속도감, 지역성, 방송윤리라는 네 기둥 위에 튼튼히 올라선 KNN은 이제 지방의 ‘로컬 채널’ 타이틀을 넘어서 전국 미디어 흐름의 한 축으로 굳히고 있다.
한편 지역방송 전체를 아울러보면, KNN의 이 같은 도약이 다른 방송사에게 자극을 주는 선순환으로 번지고 있다. 최근 CBM, TJB, JIBS 역시 지역 특화 현장기획, 로컬 크리에이터 협업 콘텐츠를 늘리고 있으나, 평가 지표의 정합성과 정밀한 현장 취재, AI 접목 등에서는 KNN이 여전히 한 수 위로 평가받는다.
모든 변화의 진원지는 결국 ‘사람’이었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1층 스튜디오에 내리자, 취재기자들이 삼각대와 마이크를 챙겨 어둑해진 골목으로 뛰어나간다. 각자의 자리에서 부산의 내일을 비추는 얼굴이다. 방송의 지역성이란 화려한 장치나 대형 이벤트보다, 오늘도 현장을 누비며 로컬의 목소리를 기록하는 카메라에 있었다.
— 백하린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