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범, 김민재 잇는 수비 계보의 새 장을 열까—프리미어리그가 탐내는 ‘홍명보호의 핵’
유럽 축구 시장에서 한국인 수비수의 평가가 전례 없이 높다. 김민재가 세리에A와 분데스리가, 프리미어리그 구단들에서도 이적설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지금, K리거 출신 센터백들이 세계 무대의 시선을 끌고 있는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그 중심에 이제 ‘홍명보호’ 수비 라인의 핵심, 이한범(울산 현대)이 있다. 이번 여름 이적 시장에서 다수의 프리미어리그 클럽이 이한범에게 관심을 표명했다는 보도는 크게 주목해야 할 신호다. 과연 이한범은 김민재 이후 또 한 번의 ‘한국 대형 수비수’ 계보를 잇는 데 성공할 수 있을까?
현지 매체들의 반응을 종합해보면 이한범의 장점은 명확하다. 190cm에 가까운 신장에도 민첩한 발놀림, 공중볼 경합에서의 우월함, 그리고 리딩 능력. 유럽 상위 리그 스카우트가 그의 경기를 지켜볼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장면은 이전 김민재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는 1:1 대인 방어다. 이한범은 포백 라인에서 전방 압박이 깨진 순간 즉시 라인을 끌어올리며 조직 전체의 압박 간격을 유지한다. 다시 말해, 단순히 ‘피지컬 좋은 수비수 하나’가 아닌, 수비 전술의 중심축 역할이 가능하다는 점이 프리미어리그 구단들에 어필되고 있다.
그의 플레이 스타일을 조금 더 들여다보자. 이한범은 볼을 다루는 능력, 빌드업 초기의 의사결정이 김민재 초창기보다 안정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상대의 전방 압박을 탈출하는 상황에서, 간결하면서도 공격적인 패스를 섞어가며 공격 전개의 변곡점을 만들어낸다. 실제로 올 시즌 K리그 패스 성공률과 인게이지먼트 횟수는 리그 최상위권에 랭크되어 있다. 이는 단순 통계 이상의 함의를 내포한다—팀의 조직적 압박, 미드필드와의 연계, 그리고 수비진의 후방 커버까지, 이한범을 중심으로 울산 현대의 수비 전술 모델이 실전에서 반복적으로 검증되고 있는 셈이다.
홍명보 감독의 전술 아래에서 이한범의 포지셔닝 자체도 주목할 만하다. 전통적인 수비수라면 위험 지역에서 불필요하게 전진을 꺼리기 마련이지만, 이한범은 본인의 라인 컨트롤과 리딩 능력을 바탕으로 수차례 위기 상황에서 선제 차단에 성공한다. 이는 상대 공격의 패턴을 미리 읽고, 순간적으로 공간을 압축하거나 때로는 유인하여 역습을 사전에 차단하는 데 능하다. 실제로 김민재의 대형화 트렌드 이후, 아시아권 센터백에 요구되는 건 단순히 힘과 스피드가 아니다. 경기의 패턴을 읽고, 전술적으로 팀 전체를 뒤에서 이끄는 인텔리전스가 핵심이다. 이한범은 이 측면에서 확실히 진보한 ‘뉴 제너레이션’임을 입증하고 있다.
프리미어리그 클럽들이 이한범을 보는 시선의 배경에는 최근 유럽 내 수비수 트렌드 변화도 큰 역할을 한다. 올 시즌 EPL에서는 단순히 볼을 걷어내는 ‘클리어런스형’ 수비수보다 후방 빌드업을 안전하게 리딩하고, 미드필더라인에서 압박을 함께 견딜 수 있는 유형들이 각광 받고 있다. 이한범은 이 요구 조건을 꽤 충족시키는 희귀한 동아시아 선수다. 특히, 최신 전술에서는 상대팀의 위치에 따라 3-2-5 빌드업 포메이션이 실시간으로 가동된다. 이한범의 경기 뷰는 ‘풀백-센터백-중앙미드필더’를 묶는 유연한 전술적 스위치에서 빛난다.
경쟁 구단들의 구체적인 관심도 이채롭다. 영국과 독일, 벨기에 소식통에 의하면 최소 3개의 프리미어리그 클럽, 그 중 미드테이블을 노리는 A팀과 최근 수비 재정비가 절실한 B팀에서 스카우트진이 울산 구단에 비공식 문의를 넣은 것으로 알려졌다. 계약 가능성과 함께 이한범 측 에이전트 라인에서도 긍정적 시그널을 보이고 있는 상황. 만약 이 이적이 성사된다면, 그것은 아시아 수비수의 또 다른 ‘입지 확장’ 신호로 작용할 수 있다. 그리고 이는 김민재의 성공이 일회성 해프닝이 아니라—한국 수비형 자원 전체의 성장 지점임을 방증한다.
그렇다면 이한범이 유럽 무대를 밟을 때 직면할 과제는 무엇인가? 확실히 K리그와 EPL은 피지컬, 전술 뎁스, 경기 템포 모두 차원이 다르다. 가장 큰 도전 요소는 경기당 1, 2회씩 나오는 빈틈 노출 상황, 그리고 롱패스를 활용한 상대방의 스피드 게임 대응이다. 이한범이 가진 순간 판단력과 위치 선정 능력이 EPL의 특유의 직선적 공격 트렌드에 얼마나 빠르게 적응하는지가 주요 타깃이 될 것이다. 더불어, 프리미어리그 특유의 신체접촉 강도, 공중볼 싸움, 볼 키핑 시 다가오는 압력은 K리그보다 확실히 강하다.
이한범이 차기 김민재가 되느냐, 혹은 그 이상의 커리어를 구축하느냐의 분수령은 기술적 능력 발전뿐 아니라 멘탈리티, 그리고 매주 전술 변화에 적응하는 순발력에 달렸다. 최근 김민재 역시 바이에른 뮌헨에서 두 번째 시즌을 맞이하며, 초반 압도적 퍼포먼스 이후 예측 불가능한 위기에 봉착했다. 이한범 또한 언론의 기대와 현지 팬들의 이질감, 그리고 한국과 유럽 간 수비 전술의 온도 차를 얼마나 타이트하게 극복하느냐가, 앞으로의 판도를 좌우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한범은 지금 K리그의 전술적 최고치에 가까운 선수를 넘어, 한국 수비수들이 유럽 구단의 전술 니즈에 정면으로 부응할 수 있음을 증명하고 있다. 이한범의 영입제안은 단순한 개인의 해외 이적이 아니라, 아시아와 유럽 간 수비수 평가의 격차가 좁혀지고 있다는 시대적 신호로 작동한다. 관건은 이한범의 앞으로의 성장 곡선, 그리고 그가 새로운 무대에서 어떤 전술적 확장을 보여줄지에 달렸다.
— 김태영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