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5% 오르다 뚝”…외국인 매수에도 시장이 흔들린 이유
국내 증시가 오랜만에 5% 가까운 강한 상승세를 보여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커졌지만, 결국 단숨에 오름폭을 반납하며 탄식이 터져나왔다. 30일 코스피는 개장 직후 외국인 매수 유입과 세계 증시 훈풍으로 5520선을 돌파하며 연중 최고치를 뚫었다. 하지만 오후 들어 외인 매수세가 눈에 띄게 둔화됐고 기관마저 매도에 가담하면서, 오전의 낙관적 분위기는 온데간데없어지고 급락세로 전환했다.
실제로 투자자들의 체감은 더 크다. 최근 개인 투자자 커뮤니티에서는 “이러면 어디 믿고 투자하냐”, “오를 땐 잠깐이고 떨어질 땐 순식간”이라는 하소연이 이어졌다. 경제방송에도 ‘줍줍(떨어진 주식 주워담기) 하려다 물렸다는 사연’이 속속 등장했다. 직장인 정모씨(38)는 “뉴스에선 경기회복, 외국인 순매수, AI 테마주 등 기대감을 내세우는데, 장이 갑자기 꺾이니 걱정만 더 늘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주가 급등은 결국 유동성 확대와 AI·반도체 대장주 쏠림 현상에서 비롯됐다고 설명한다. 미국과 유럽 중심의 글로벌 금리인하 기대, 각국 정부의 AI 투자확대 등이 국내 반도체와 2차전지 관련주에 강한 매수세를 몰아넣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삼성전자, 하이닉스 등 대형 기술주들이 주도하는 장세에 외국인 순매수가 집중됐다. 반면 은행, 건설, 내수 관련주는 등락이 제한적이었다.
이렇게 소수 업종, 몇몇 종목으로만 상승세가 쏠릴 때 시장은 언제든 갑작스러운 변동성을 노출한다. 외국인 투자자도 흔히 수익 실현이 빨라, 단기 차익을 위해 언제든 매도 포지션으로 전환할 수 있다. 이를테면 최근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성명이나 미국 마이크론 주식 실적 발표 등 예기치 않은 글로벌 변수 하나로도 우리 시장이 출렁일 수 있다. 국내 개미투자자들은 여전히 장기적 방향성과 무관한 하루하루 출렁임에 노출돼 있다는 얘기다.
핀테크 업계에서는 여전히 “주식투자는 확정 수익의 자산이 아니며, 그만큼 투자자 보호와 시장의 투명성 강화가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 코스피 상장사의 유동성 관리, AI 기반 자동매매 확산에 따른 시장 변동성 확대가 지적되고 있다. 최근 금융 당국도 ‘AI 거래 이상징후’ 사후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 한대훈 SK증권 연구위원은 “AI발 급등 재료에 올라타 단기적인 차익을 노리는 투자자들 많지만, 동시에 변동성 장세에서의 소비자 보호 정책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소위 “외국인 줍줍”이라는 현상만 믿고 섣불리 매수에 나섰다간 낭패를 볼 수 있다. 투자자 보호 관점에서 보면, 아직 우리 증시는 외국인·기관 자본 등의 영향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한다. 투자 유의사항이나 정보 제공, 실시간 변동성 경보, 핀테크앱을 통한 리스크 알림 서비스 강화도 더욱 요구된다. 한 투자자 사례처럼 “너무 기대하지도 실망하지도 말고, 자신의 투자 성향 따라 위험을 분산하고 중장기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원칙이 점점 더 중요해졌다.
경기 회복과 AI 등 신산업 성장에 대한 기대가 단기적으로 시장을 이끌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아직 변동성에 취약한 구조, 정보 불균형, 그리고 국내 투자자교육과 핀테크 규제의 빈틈이 공존한다. 새로운 투자환경에서 소액 투자자들도 방심하지 않고 정보에 기반해 판단할 수 있도록 제도와 서비스를 업그레이드할 필요가 있다. 단기적 이슈에 일희일비하기보다 리스크에 대비한 실질적 안전망이 본질적 경쟁력이 되는 시대다.
— 김유정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