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 지역화폐로 피어난 여행의 온기…관광 소비 215% 폭증

긴 여름볕이 들이치는 이천의 길목, 작은 골목길마다 서로 부대끼는 웃음소리와 푸드트럭 냄새가 공기를 가득 메웠다. 한적하던 농촌의 거리에 갑자기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한 건 단순한 유행 이상의 흐름 덕분이다. 경기 이천시가 추진한 ‘경기활성화 페스타’의 여운이, 지역화폐와 어우러져 마을 곳곳을 새로운 활력으로 채우고 있다.

올해 이천시 관광거점 지역 전체 소비는 작년 대비 무려 215%나 증가했다. 그 중심에는 지역화폐라는 매개가 있다. 숙박부터 특색 있는 소규모 카페, 도자기 공방 체험, 현지 마켓까지, 지역화폐를 통한 결제 시스템 도입 후 소비자들은 훨씬 자연스럽게 손에 쥔 화폐로 마을을 느끼고, 지역 주민들은 이 흐름 속에서 직접적인 소득 상승을 체감한다. 작은 물결 같던 지역경제가 아직 끝도 없이 퍼진다.

관광지마다 스치는 대화들이 인상적이다. “현금 들고 갈 필요가 없어서 진짜 편하다”, “평소보다 훨씬 사람들로 북적여서 신기해요”, “이천 쌀 막걸리 한 사발로 늦여름 더위를 식혔어요”라고 말하는 풍경 속, 이천은 일상의 공간이 관광의 설렘과 만나는 교차점이 됐다.페스타 기간, 이천시의 곳곳에서 잊혔던 마을공방과 오래된 재래시장이 다시 젊은 관광객의 발길로 살아나고 있다.

비단 이천만의 변화는 아니다. 성남, 평택, 안산 등 경기도 주요 도시가 올해 들어 비슷한 방식으로 지역화폐 시스템을 여행 및 축제, 문화공간에 접목하며 새로운 경제 거점을 마련하고 있다. 지난 6월, 경기도가 공식적으로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도내 관광객 수가 전년 같은 기간보다 평균 33% 늘었고, 그 중 절반이 넘는 관광 소비가 지역화폐 생태계를 통해 발생했다고 한다. 특히 소상공인 매출의 안정적 성장과 로컬 브랜드 재발견 사례들이 주목받으며, 정책의 확장 가능성이 점점 더 부각되고 있다.

이천시의 ‘경기활성화 페스타’는 지역의 한여름을 특별한 축제로 탈바꿈시켰다. 도예와 농촌 체험, 지역 미식이 어우러진 행사는 마치 시골 친척집에서의 잊지 못할 여름방학처럼 따뜻하고 생동감 넘쳤다. 시장 골목에는 찐득한 도자기 냄새와 달콤한 복숭아 향이 뒤섞여 구름처럼 흐르고, 저녁이면 골목 끝 가로등 아래로 세대가 어우러져 웃음꽃이 피었다.

특히 소비 늘어남을 체감하는 것은 지역 상인들의 표정에서 명확했다. “작년엔 가게 임대료 내기 바빴는데, 올해는 매주 마감을 걱정할 정도다.” 손님들과 두런두런 이야기꽃을 피우며 마을 소식이 오가고, 지갑 대신 손에 쥔 카드를 토닥이며 다음 동네로 걷는 모습이 어디선가 본 듯한 풍경이 됐다.

전국적으로 최근 몇 년간 지역화폐 정책에 대한 논란과 우려도 적지 않았다. 일부에서는 ‘경제적 실효성이 불분명하다’는 회의에서 ‘지방 관치행정의 전형’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반면, 실질적인 소비 진작과 공정한 유통구조, 지역경제의 선순환 효과를 수치로 보여준 이천의 사례는 그 자체로 하나의 명확한 전환점이 되고 있다.

이천시가 ‘경기활성화 페스타’ 이후 추가로 마련한 여행자 친화 프로그램도 흥미롭다. 마을 곳곳의 오픈갤러리와 야외 영화제, 도자기 체험 전용 티켓 할인 이벤트 등 체험형 콘텐츠가 줄줄이 이어지면서 여행객들에게 깊이 있는 공감과 추억거리를 제공했다. 여행만이 줄 수 있는 여운, 새로운 도시를 나의 방식으로 천천히 음미하는 그 시간 속에서 이천은 특별한 장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또한 빠르게 변화하는 소비 트렌드에 적응해 디지털 결제와 오프라인 체험을 절묘하게 엮은 이천의 사례는, 단순한 행정 혁신을 넘어 일상과 여행, 소비와 공동체를 하나의 매듭으로 묶는 새로운 로컬 생태계의 모델이 되어간다. 여행자들은 현장 결제의 간편함으로 ‘이곳의 사람이 되어보는’ 느낌을 경험하며, 지역민들은 관광으로 인한 유입과 상생의 결과를 실질적으로 누린다.

‘피어나는 여름’이라는 말처럼, 이천의 한 계절은 여행자와 주민 모두에게 따스하게 스며든 기억이 되고 있다. 지역화폐를 도입한 소비행동의 늘어남은 단순한 수치 이상의 의미를 쌓아가고, 여러 도시에서 새로운 여행의 문법을 만들어갈 촉매로 작용할 것이다. 과거에는 스쳐간 곳, 이제는 ‘다시 오고 싶은’ 이천이 만들어낸 변화를 앞으로도 오래 주목해야 한다.

— 하예린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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