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포토] 있지 유나, ‘횡단보도가 런웨이로’—일상에 스며든 패션 아이콘의 미학
도심의 한복판, 바쁜 일상과 분주한 거리 위에서 패션은 더 이상 거대한 패션위크의 현장에만 머물지 않는다. 최근 있지(ITZY)의 유나가 횡단보도에서 포착된 순간이 여러 포털과 커뮤니티, 트위터를 탔다. 단숨에 수십만 조회수를 기록한 사진의 주인공은 한 아이돌의 사복 공항 패션이 아닌, 지금 이시간 평범한 거리를 모델 워킹으로 물들인 ‘유나’ 그 자체였다.
이 장면의 시선 집중은 단순한 유명세 때문이 아니라, Z세대가 직접 거리에 펼치는 ‘런웨이 마인드’의 결정체이기 때문이다. 흰 셔츠와 블랙 쇼츠, 그리고 대담한 하이탑 스니커즈—유나는 기능성보다 개성, 실용성보단 존재감에 무게를 두되 과장이 없어 흐트러짐 없는 현재진행형 데일리룩을 완성했다. 군더더기 없는 심플함 사이로 드러나는 소녀의 에너지, 작은 액세서리에서 묻어나는 자기표현의 욕망. 무대 의상과 사복의 경계가 허물어진 지금, 유명인의 ‘짧은 거리 패션’은 신드롬의 언어로 점화된다.
당일 패션계 인플루언서와 기자들, 그리고 디지털 네이티브들의 반응은 예민했다. 이 장면에서 브랜드 태그도, 공식 PPL도 없었지만 오히려 그 자체가 가장 강력한 PPL이 되는 시대. 이에 대해 스타일 큐레이터 박OO는 “교통의 흐름만큼 빠른 트렌드, 익명성 속에서도 자신을 드러내는 게 진짜 요즘 패션”이라 평했다. 단순히 옷을 예쁘게 입는 것만이 아닌, 걸음마다 시대정신을 입히는 법—‘횡단보도=런웨이’라는 자의식이 소비자 심리에 각인된다.
사복 패션이 뉴트렌드의 지도를 바꾸고 있다는 증거는 이미 곳곳에서 감지된다. 글로벌 패스트패션 브랜드들은 이른바 공항, 거리, 거리 패션 포착 이미지를 SNS에서 상위 노출시키며 ‘접근 가능한 럭셔리’ 무드를 선점한다. 특별한 무대가 아닌 순간에 주목하는 소비자는, 더는 연예인만을 우상화하지 않는다. 내 옆자리 평범한 친구의 1분 코디, 혹은 유튜브 속의 비즈니스 캐주얼 역시 내가 구현할 수 있는 패션 언어로 받아들여진다. 그 틈에서 유나가 보여준 태도—즉흥성, 쿨함, 하지만 자기완결적 미학—은 패션의 아이덴티티 자체에 색다른 용기를 심는다.
이번 유나의 패션은 다분히 전략적이면서도 자연스럽다. 친구와 약속하거나, 5분 짧은 산책을 위해서라도 셀럽다운 ‘한끗’을 갖추지만, 역설적으로 가식이 없어 더욱 젊고 동시대적이다. 과하지 않은 메이크업, 쓰리웨이 가능 미니백 하나, 오버사이즈 셔츠의 밑단에서 펼쳐지는 레이어드(중첩)의 미학—그 어느 것 하나 과잉되지 않으며 각자의 개성대로 녹여낼 수 있음을 증명한다. 실용적 아이템에 대한 수요가 높아진 2026년, 불필요한 장식보다 태도와 조합에서 신선한 자극이 번진다.
SNS 시대 패피(Fashion People)들은 지금, ‘드라마틱한 의상’보단 ‘내가 소화할 수 있는 스타일’에 목마르다. 거리와 횡단보도는 지극히 현실적인 무대이자, 현대인의 무의식 속 자존감을 건드리는 새로운 런웨이가 된다. 이때 필요한 것은 핏에 대한 확신, 색감의 간결함, 그리고 ‘걷는 자세’까지 신경 쓰는 태도다. ‘ITZY 유나’라는 이름 뒤의 디테일이 소셜 알고리즘을 타고 도심 곳곳에 퍼질수록, 삶과 패션의 경계는 더욱 옅어진다.
진짜 트렌드란, 극적인 이벤트보다 평범한 이동 순간의 마인드에서 완성된다. 이 순간 우리 모두가 자신의 작은 런웨이를 가질 수 있다. 더 이상 패션은 보여지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각자의 자극, 취향, 거리 곳곳의 빛깔로 세련되게 스며들며, ‘있는 그대로의 자신’이 바로 오늘의 스타일이 된다. 유나의 ‘횡단보도 룩’이 던진 메세지는 이렇다—지금, ‘무대’는 바로 우리 일상 모두에게 열려 있다는 사실.
— 배소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