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안 피서, 다시 바쁜 기후와 마주하다

지난 몇 주간, 강원 동해안 주요 해수욕장과 관광지는 급변한 날씨로 인해 본격 피서철임에도 예년보다 한산한 분위기를 보였다. 한여름에 비와 안개, 예측하지 못한 고온다습이 반복되면서, 숙박·식음료·상권 모두 침체된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동해안에 기대를 걸던 관광 업계와 지역 상인, 또 오랜만에 가족 여행을 기획하던 시민들은 유례없는 불확실한 기후에 못내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올해는 특히 기후변화가 지역 관광산업 전반에 어떤 충격을 안기는지 명확히 보여준 사례다. 2026년 상반기 강릉과 속초, 삼척, 동해 등에서는 평년보다 기온 등락의 폭이 커졌고, 급작스러운 호우가 잦았다. 기상청 자료를 보면 7~8월 사이 일평균 강수일이 최근 5년 대비 1.35배 늘고, 폭염경보 발령일은 반면 30% 가까이 줄었다. 통계가 말하는 것처럼 이제 “장마철만 지나면 된다”는 예측은 낡은 공식이 됐다. 지역 상인은 “예약이 그대로 취소된다. 다음 주에나 손님이 올까 걱정”이라는 목소리를 낸다.

피서객 감소 현상은 동해안만의 일이 아니다. 전 세계적 기후변화로 해안 관광지가 경쟁과 위기 양상을 동시에 겪고 있다. 일본 홋카이도도 잦은 소나기로 관광객이 급감했고, 유럽 남부의 주요 해변도 올여름 산불과 고온건조로 대피령이 잇달았다. 관광객이 멀리 이동하려는 의욕이 꺾이고, “날씨만 맞으면 가겠지”란 기대가 더는 통하지 않는 시대다.

이 같은 기후위기에 지역행정과 업계는 어떤 맞춤 전략을 마련할 수 있는지 모색이 절실해졌다. 우선, 단순히 해변과 계곡 같은 자연경관 내세우기에 머무르지 않고, 기후변화가 만들 수밖에 없는 불확실성을 아우르는 관광 상품의 다변화가 필요해졌다. 최근 일본 니가타현은 ‘악천후 여행 프로그램’을 새로 출시하는 등, 기상 여건과 상관없이 참여 가능한 실내 체험과 미디어 연계형 역사 관광, 지역 미식체험을 확대하며 성황을 이룬 사례가 있다. 우리의 동해안도 각 지자체별로 실내 문화관광지, 실감형 체험공간, 악천후 때 이용 가능한 이벤트 마련 등에 더 많은 예산과 노하우가 투입돼야 할 시점이다.

모두가 한 번은 추억을 쌓는 해양 피서지이지만, 여전히 작은 기상 변화에 일상의 계획이 좌우된다면 지속가능하지 않다. 동해안에는 이미 방파제 전시관, 해양과학관같은 실용적 시설이 있지만 접근성이나 흥미, 신기술 접목 면에서 더 과감한 투자와 대중적 설계가 필요하다. 기후변화로 인한 불확실한 날씨에 맞서 피서객을 붙잡는 것은 숙박 할인이나 SNS 이벤트에 한정될 수 없다. 날씨를 고려한 여행 코스 알림, 기후 예보와 연동하는 예약 시스템, 실내·대체 관광지와의 연계 등 ‘기후 적응형’ 관광 정책 수립이 필요하다.

관광산업과 지역사회에 그린 전환이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인 것도 주목해야 한다. 올해 강릉 해변 일대는 ‘플라스틱 제로’ 캠페인을 본격적으로 들고나왔으나, 일부 바닷가에선 분리수거와 환경교육이 체계적이지 못해 실효성이 논란이 됐다. 실제로 관광 트렌드는 기후저항적·환경친화적 요소에 빠르게 반응한다. “비가 와도 찾을 거리, 친환경적으로 머물 곳”이라는 두 요건을 맞추지 않고선 이미 국내외 고객 유치에 뒤처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역 호텔과 펜션, 관광벤처들이 기존 서비스에 그치지 않고, 생태관광·푸드테크·재해대응 안전 시스템과 같은 ‘미래형 관광’을 주제로 협업을 확대해야만 한다.

한편, 사람에 대한 접근도 간과해서는 안된다. 올해 강릉지역 피서객들은 악천후 속에도 작은 서점이나 지역민이 운영하는 소규모 갤러리, 카페를 일부러 찾는 흐름을 보였다. 대형 상업 브랜드의 경험이 아닌, 그 지역 사람의 생활사와 고유한 문화에 닿을 수 있는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다. 긴 시간 불황에 지친 상인들에게 단순한 재정지원이 아니라, 지역문화를 통한 재설계와 스토리텔링 지원 정책도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지역사회가 스스로 기후와 사회변화에 적응하며 문화를 지켜내는 힘, 그것이 장기적으로 동해안이 살아남는 길이라는 점을 되새겨본다.

이상우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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