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디지털자산법 대격돌, 9월 ‘규제 프레임’을 두고 힘겨루기 본격화

2026년 9월, 한국 정치의 주요 블랙홀 중 하나로 부상한 디지털자산법 논의가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정부와 여당이 9월 내로 통합 디지털자산법(이하 ‘디지털자산 기본법’) 발의를 예고했으나, 제1야당과 그 특위 역시 강경하게 맞대응 의지를 표명하며 세력 집결에 나섰다. 초안 검토·발의 과정에서 드러난 것은 디지털자산을 둘러싼 각 진영의 전략적 시각차와, 경제질서 및 사회제도에 대한 상이한 인식이다. 국회와 정부의 디지털자산법 논쟁 구도에는 당장 금융·산업 이해집단뿐 아니라 국제 경쟁력 및 투명성, 그리고 국가 주권 차원의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이번 대립의 실질적 배경은 최근 2년간 가상자산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 불완전 규제에 따른 각종 투자자 피해, 그리고 글로벌 규제 논쟁과 맞물린 정책계 진영의 압박으로 요약된다. 이미 2025년 말 기준, 국내 디지털자산 시장 규모는 총 시가총액 85조 원을 돌파했다는 산업계 통계가 있다. 하지만 고위험 투자 상품, 허위공시 및 내부자 거래 등 불공정 사례로 인해 투자자 불신이 확산된 것도 사실이다. 이런 맥락에서, 정부·여당이 중심이 돼 9월 국회 통과를 목표로 모든 디지털자산 규율을 하나의 법안으로 통합하려는 시도는 세계적 표준화 흐름에 대응하는 전략적 행보다. 동시에, 야당의 ‘제도적 안전장치’와 ‘피해구제 특위’ 중심 맞대응은 선거 국면을 의식한 정치적 카드로 해석된다.

2026년 현 시점, 각국의 규제석 패러다임을 살필 필요가 있다. 유럽연합(EU)은 이미 ‘MiCA(암호자산 시장법)’ 도입을 완료하고 2026년 하반기부터 본격 시행에 들어간다. 미국 역시, 암호화폐 관련 법제화가 상·하원을 오가며 쟁점화되고 있음에도, SEC(증권거래위원회)와 CFTC(상품선물거래위원회)가 강한 감독의지를 고수한다. 일본, 싱가포르 등 동아시아 금융거점 또한 기본법 체계 구축과 국제 기준 수용에 분주하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한국의 입법 전쟁은 규제 ‘구멍’ 방지는 물론, 자본유출·신뢰확산·미래산업 진출을 일거에 겨냥하는 다층적 계산이 깔려 있음이 분명하다. 해외 선진국들이 명확한 투자자 보호책과 시장관리, 공시의무 및 불공정 거래 근절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식 법제화 논의 또한 그 국제적 표준과 동조화 수준이 중요한 평가축이 되고 있다.

여당의 통합디지털자산법 초안은 디지털토큰(코인), NFT, 스테이블코인 등 모든 새 자산유형이 감시 구도 내에 들어가도록 설계됐다. 특히, 투자자 권익 강화, 불공정거래 시 처벌 수위 대폭 상향, 가상자산공시 및 자산영치 기준 명확화가 골자다. 여기에 거래소의 의무공시, 실시간 자금흐름 모니터링, 익명자산 추적 강화 등이 담겼다. 정부는 국제 ‘자금세탁방지(FATF)’ 기준의 조기 이행과, 범용 신뢰체계 마련을 강조한다. 그러나 이 과정엔 산업계의 우려도 만만치 않다. 과잉규제, 제도초기진입 장벽, 신생 스타트업 혁신 둔화, 글로벌 거래소 이탈 가능성까지 동반된다는 것이 현장 목소리다. 이러한 산업계-정부 간 불협화음은 이전부터 내외면에서 뚜렷히 드러나는 구조적 충돌이다.

야당은 투자자 피해 방지를 내세운 별도 특위 가동과 함께, 집단소송제, 거래 투명성 확보, 사용자 자산 분리보관 의무 등의 세부 이슈를 집중 조명하고 있다. 여기에 상대적으로 강한 소비자 중심 규제, 거래주체별 신고체계 강화, 공익감시단 신설 등 차별화 카드를 강조한다. 이 과정에서, 보수·진보간 진영논리가 아닌, 각 당 내부 산업계-금융권 중계자 간 이해관계 충돌 또한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 예컨대, 야당 내에서는 일부 의원들이 블록체인 비즈니스 자유화와 스타트업 생태계 진입 확대를 주장하며, 과도한 보호주의에 대한 비판을 제기한다. 이는 정치권 내 디지털자산법 제정이 단순히 ‘여야’ 구도만이 아니라, 세부 이슈별로 각종 이권·이익집단의 논리와 충돌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주요국 외교 당국과 G20, 국제통화기금(IMF) 등도 최근 디지털 자산 국제 규범화에 무게를 싣고 있다. 한국이 만약 2026년 하반기 ‘기본법’을 통과시킨다면, 글로벌 교섭에서 ‘규제 리더십’ 선점을 시도할 수 있지만 반대로 문제성 조항이나 현실과 동떨어진 관리 메커니즘이 강행될 경우, 각국 진입장벽/산업후퇴 등 역효과도 우려된다. 중국 등 일부 국가의 ‘극단적 금지’, 미국·EU의 ‘투명성 관리’, 동남아 신흥국의 ‘혁신 육성’ 등 국가별 전략이 명확한 상황에서, 한국의 9월 대격돌은 그 선택의 결과가 향후 수년간 금융질서·국가경쟁력·외교연합구도에 입체적 숙제로 남게 된다. 국제정치적 관점에서 볼 때, 디지털자산법 통과 후 한국은 G20 내 교섭력·규제 신뢰도 측면에서 새로운 시험대에 오르는 셈이다.

디지털자산법을 둘러싸고 정부·여당, 야당 특위 양측 모두 각자의 명분 아래 힘의 동원을 시도하지만, 이 과정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제질서와의 연계성, 그리고 산업 혁신과 소비자 보호 간 균형 추구다. 세력 간 정치적 타협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시장 불안이 가중되고, 국제신인도 회복 또한 지연될 수 있다. ‘규제는 곧 신뢰’이며, 그 신뢰는 국가의 외교역량과 경제 경쟁력에도 직결될 수 있다는 점이 현 시점에서 가장 분명하게 부각되고 있다. 한국 디지털 자산의 미래는 이제 9월 국회라는 거친 정치의 공간에서, 그리고 복잡하게 얽힌 이해집단의 압박 속에서, 새로운 질서로 향하는 갈림길에 서 있다.

— 오지훈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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