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음식 끊지 마세요”…의사가 권한 ‘뜻밖의 식습관’
“배달은 건강의 적, 밖에서 시켜 먹는 음식은 무조건 피하세요.” 오랜 시간 불문율처럼 굳게 믿어온 한 가지 진실이 최근 뒤집히기 시작했다. 배달음식은 정신 없이 살아가는 도시의 일상에 이미 깊게 파고든 풍경이지만, 현장 의료진이 내놓은 권고는 뜻밖이었다. 반드시 배달음식을 끊지 않아도 된다는 주장이 건강관리의 새로운 화두로 떠올랐다.
서울 성북구, 밤 9시가 넘은 시간. 37세 워킹맘 박현주는 손에 켜진 휴대폰으로 치킨과 샐러드를 동시에 주문한다. 아이 재우고 나서야 식사 시간이 나니, 늘 시간에 쫓겼던 박 씨에겐 배달앱이 유일한 돌파구였다. 박 씨처럼 쪼개먹기 식사, 불규칙하게 음식 시간을 맞추는 이들이 빠르게 늘고 있다. 과연 이런 삶의 방식이 건강에 악영향만을 미치는 것일까. 기사에 따르면 최근 의료진은 “배달음식이 꼭 나쁠 필요는 없다”며, 꾸준히 다양한 영양분을 신경 쓰는 게 더 중요하다 말한다.
어디서나 만날 수 있는 배달음식 메뉴—김밥, 샌드위치, 샐러드, 삼겹살, 피자, 심지어 채식 위주의 도시락까지—이제는 그 레퍼토리와 선택의 폭이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넓어졌다. 무작정 시켜 먹는 습관이 위험하다는 과거 전문의의 조언과 달리, 요즘 의료 현장에서는 “메뉴의 다양성과 식단의 균형”을 강조하며, 배달을 단순 곱씹어 거절하지 않는다. 서울 아산병원 가정의학과 강영훈 교수는 “든든하게 매끼를 챙기기 어렵다면, 배달로라도 다양한 음식을 규칙적이고 골고루 챙기는 게 더 낫다”고 전한다.
실제 2025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최근 2년간 20~40대의 절반 이상이 최소 주 3회 이상 배달음식을 활용하며 생활 식단의 20% 이상을 배달이 차지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설문에 응한 시민 1200명 중 57%가 “집밥보다 더 챙겨 먹는다”, “오히려 건강식 메뉴를 의식적으로 고른다”고 답했다. 경제 불황과 집값 상승, 맞벌이 증가 등 사회 구조의 변화 속에서, 삼시 세끼를 집밥으로만 해결하기란 현실적으로 더욱 어려운 일이 됐다.
배달음식에 부정적 시선이 강한 이유는 과거 균형 잡히지 못한 메뉴와 과도한 나트륨, 설탕, 포화지방 등 고지방·고열량 문제가 꼬리표처럼 따라다녔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국내 주요 배달 플랫폼들은 골고루, 건강하게 먹을 수 있는 식단의 선택지를 더욱 늘려왔다. 도시락 가게, 저염식 한식, 당 조절 샐러드, 채소 및 단백질 중심 메뉴가 일반화되면서 ‘배달=건강 악화’라는 등식이 점점 옅어지는 모습이다. 박현주 씨 역시 “샐러드, 닭가슴살, 잡곡밥 등 건강메뉴 옵션이 늘어 식단 관리에 오히려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물론 ‘배달음식’이 무조건 건강하다는 맹목적 믿음 역시 경계해야 한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또 다른 40대 직장인 임준혁 씨는 “방심하고 계속 시켜 먹다보니, 최근 체중이 늘고 소화에 부담이 됐다”며, 음식 고를 때 영양성분표, 칼로리, 나트륨 함량을 꼼꼼히 확인하게 됐다고 밝혔다. 실제로 배달플랫폼의 건강 카테고리가 성장하는 한편, 짠맛, 단맛 위주 치킨·피자, 분식 등 수요도 여전히 많다. 각 메뉴별 평균 나트륨 함량은 여전히 WHO 권고기준을 넘기는 경우가 적지 않다. 경계와 고민, 그리고 선택의 노력은 시민 개개인의 과제가 됐다.
사회적 편견 못지않게, 배달음식 소비에 있던 도덕적 불편함도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배달을 시킨다=게으르다’, ‘주방 없는 가족=문제’라는 오래된 낙인이 주는 죄책감, 그리고 경제적·사회적 불안에 눌려 무조건 바람직한 밥상을 못 차린다는 무력감이 의외로 생활 건강에 더 큰 해악이라는 전문가 지적도 이어진다. 강영훈 교수는 “식단 방식이 현대인의 정신적 부담이 되어선 안 된다. 시대적으로 바뀔 수밖에 없는 생활방식, 각자 처지에 따라 적당히 유연함을 갖추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배달을 둘러싼 다양한 이슈가 잇따라 떠오른다. 플라스틱 포장 용기 환경문제, 배달 기사 노동권, 음식 안전·위생 우려 등의 그림자도 결코 가볍게 넘어갈 수 없다. 이는 개인의 선택과 사회의 구조적인 대처가 함께 맞물려야 하는 복합적인 과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가장 본질적인 문제는 ‘밥 한 끼’의 무게 자체다. 빠르고 쉽게, 때로는 대충 때우는 식사가 인생을 구원하진 못해도, 원하지 않아도 억지로 건강식을 강요받는 불편 역시 낡은 강박은 아닐까 돌이켜보게 된다.
바뀌는 시대, 일과 육아, 집안일, 나를 위한 사소한 시간을 챙기며 서툴게 하루하루 버티는 우리들. ‘배달음식’이라는 키워드를 새롭게 바라볼 때, 비난이나 죄책감의 언어가 아니라 이해와 다양성과 포용이라는 말이 먼저 손을 내밀었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 결국 모든 식사의 출발점은 한 사람의 삶에 대한 존중이어야 한다. 누구에게도 강요받지 않고, 부끄럽지 않게, 건강을 위한 합리적인 선택 그 자체가 존중받는 세상이 되길 바란다. — 김민재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