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모두의 AI’ 참여 보류…기술 독자노선과 국내 생태계 역학
‘모두의 AI’ 프로젝트는 지난 2026년 8월 한국 대표 빅테크와 주요 클라우드·플랫폼 기업, 대학, 연구기관이 모여 AI 생태계 공동 발전과 산업 기반 강화를 목표로 출범했다. 그러나 업계의 기대와 달리, 빅테크 1인자 네이버는 본 라인업에 전격 불참을 결정했다.
사정은 단순하지 않다. 제2의 챗GPT 경쟁 양상을 띠는 글로벌 AI 대전 한가운데서 네이버의 결정은 안팎 이해 당사자들에게 의미심장한 신호를 내보냈다. 국내·외 AI 시장은 확장형 대규모 언어모델(LLM)을 중심축으로 대세 전환이 가속되는 한편, 자국 인프라와 데이터 주권 수호를 명분으로 삼는 집단 연합 기류도 거세다. 따라서 네이버의 단독 플레이는 기술 독립 전략일 수 있지만, 까다로운 국내 IT·보안 규제 속에서 나온 복합적 셈법이다.
우선 ‘모두의 AI’에는 삼성전자, 카카오, LG AI연구원, KT, SK텔레콤, NHN, 그리고 주요 국립대 등 이름만 대면 알 만한 IT·클라우드, 학계까지 망라된다. 이들은 개방형 AI모델, 프라이버시 강화, 국내 데이터셋 확보 등 공통 아젠다에 공동 대응하는 정책협의체를 구성했다. 네이버만이 독자 플랫폼·인프라 고도화를 고집하며 일단 거리를 둔 것이다.
플랫폼 의존성과 데이터 경쟁이 혼재된 환경에서 네이버의 독주 배경은 다층적이다. 1차적으로, 네이버클라우드가 자체 LLM(NaLLa: NAVER Large Language AI) 고도화 및 사내 서비스 통합에 올인하겠다는 방침이 우세하다. 강점인 국내외 검색·쇼핑·커머스-핀테크 연동 경험을 살려, 범용 AI 기술을 기업고객 및 사용자의 고유 수요에 맞게 최적화하기 위함이다. 다만, 이런 전략이 협업체 참여를 통한 단일 표준 수립과 시너지를 외면하는 것이란 비판적 시각도 적지 않다.
기술 트렌드 면에서 보면, 네이버는 직전 2년간 ‘하이퍼클로바X’와 ‘네이버웍스 AI’로 보안, 국문 자연어 처리, 개인정보 보호 선진화를 내세워 차별화를 꾀해왔다. 하지만 초거대 AI의 학습 데이터 양과 다중 도메인 적용에서 글로벌 빅테크와의 간극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연구개발(R&D) 자원의 집중 투자만으로 추격선을 따라잡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아울러 보안 관점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네이버가 자사 인프라와 데이터센터 운영 노하우, 개인정보 비식별화·이중 암호화 기술 등을 수직계열화해온 흐름이다. 이는 국내 개인정보보호법, 클라우드 보안 인증 등 초고강도 규제 준수 의무와 맞물린다. ‘모두의 AI’가 공동 모델 개발 과정에서 데이터 샘플, 알고리즘, 튜닝 내역을 상호 공개하게 되면, 자칫 네이버 고유 서비스의 방어벽이 약화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도 관찰된다. 특히 플랫폼간 사소한 설정 차이나 프롬프트 처리 코드의 유출도 계열사 서비스 보안에 영향을 줄 수 있음을 네이버는 우려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국내외 유사사례를 보면, 미국 구글·MS·오픈AI 진영과 메타 AI 연맹의 경쟁도 결국은 독자 생태계 지배력, 세계 표준화 주도권, 국가별 데이터주권 보호 셈법이 맞물린 상황에서 각자의 선을 긋고 있다. 네이버 역시, ‘모두의 AI’ 연합이 특정 벤더 중심 또는 정부 주도의 표준화를 시도할 경우, 오히려 기술 방향 주도권을 내줄 수 있다는 위험부담을 염두에 두고 있다. 핵심 특허, 데이터 독점, 알고리즘 역공 우려 모두 무시할 수 없는 리스크다.
그러나 산업계에서는 네이버의 전략이 반드시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라는 신호도 공존한다. 인하우스 AI 개발에 집중하며 단일 업체 의존도를 높이면, 궁극적으로 사업 확장에 제약이 따를 수 있다. 반면 ‘AI 연합’은 데이터셋 공유, 산업 안전망, 윤리 가이드라인 공동 확립, 실사용자 기반 확대 등 규모의 경제와 생태계 복원을 도모할 여지가 있다. 이에 네이버가 장기적으로 완벽한 자립 기반 구축에 실패할 경우, 뒤늦은 합류 시 역동적 개방 생태계 내 주도권 확보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절충론도 거론된다.
위협의 실질적 본질은 기술·정책적 이중 플레이에 있다. 네이버는 AI 연구와 데이터·클라우드 경쟁력을 보안·인프라 관점에서 극한까지 통제 가능한 구조를 선호한다. 그러나 국내외 데이터 분산·공유 체계, 경량 AI 모델, 모델 투명성 강화 요구가 급증하면서, 네이버식 ‘폐쇄-자립’ 전략은 산업계 전체에 보이지 않는 원심력을 유발한다. 타 업체와의 사고공유 부재나 보안 사고 대응시 상호 표준 미정립 등, 단일 업체 리스크가 한계로 작용할 수 있음을 업계는 지적한다.
궁극적으로 네이버의 선택은, 자사 기술 내재화와 시장 내 차별화가 단기적 보호막이 되면서도, 표준화·공동방어 연합의 기회를 일정 부분 스스로 포기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대한민국 AI 주도권 경쟁의 중대한 분기점에서, 네이버의 불참이 산업 표준과 생태계 역학, 보안 위협 대응 전략에 미칠 파장은 계속 주시할 필요가 있다.
— 윤세현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