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정용 굿즈, 환경 속에 남겨진 소비의 그림자

최근 대중문화 이벤트 현장 또는 프랜차이즈 매장에서 무료로 제공되는 각종 증정용 굿즈가 쓰레기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기업들은 적극적으로 마케팅과 소비 촉진 수단으로 굿즈를 내세우고 있으나, 행사 종료 후 쉽게 폐기되는 현상이 만연하다. 현장에서 포장도 뜯지 않은 채 버려지거나, 집에 와서 곧바로 재활용함에 던져지는 풍경이 일상이 되고 있다. ‘굿즈’의 사전적 의미는 한정판 상품으로 소장 가치가 높을 때도 있지만, 최근에는 제작 단가를 낮춘 ‘소모성 상품’이 많아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시민 5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 따르면, 68%가 “행사에서 받은 굿즈를 사용하지 않고 버린 적이 있다”고 답했다. 주요 사례로는 팬덤을 위한 한정판 플라스틱 응원봉, 커피 브랜드의 시즌별 텀블러, 식음료 업계의 대형 PVC 가방 등이 꼽힌다. 이는 일회성 소비가 아닌 일회성 폐기와도 맞닿아 있다. 환경운동가 이소연 씨는 “최근 몇 년 사이 증정용 굿즈 형태가 변화하면서 재활용이 어려운 소재도 급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굿즈에 목말라있는 소비 심리도 이 문제의 또 다른 축이다. 실제로 기업들은 한정판 굿즈를 내걸면 매출이 급상승한다며 공개적으로 마케팅 효과를 자랑한다. 하지만 행사 당일 줄까지 서며 받은 굿즈가 집에선 애물단지가 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행사만 끝나면 현장엔 포장지, 비닐, 상품이 한 번에 버려진다. 최근 한 대형 커피 프랜차이즈 앞에는 텀블러와 머그잔이 포장 째 버려진 모습을 시민들이 SNS에 공유하며 ‘생산보다 폐기’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한 환경단체는 “기업들이 친환경 소재 적용이나 사후 수거, 재활용 프로그램 도입 등 실질적 개선책을 내놓지 않으면서 ‘그린워싱’ 비판도 피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일각에선 소비자 책임론도 제기된다. 한 시민 A씨(30)는 “받을 때는 좋아 보였지만 막상 집에 놓으면 쓰임새가 없어 무심코 버리게 된다”며, “함께 대처해야 할 문제”라는 의견을 전했다. 실제 지방자치단체와 환경부에서도 폐기물 분리수거 기준 강화, 반복 사용 가능한 굿즈 제작 유도 등의 정책을 검토 중이나, 실효성엔 현장과 시민 모두 의문을 표하는 상황이다.

굿즈 가치에 대한 인식 전환도 필요하다. “진정한 팬심은 소유함에 있지 않고, 의미있는 소비에서 비롯되어야 한다”는 팬클럽 내부 논쟁처럼, 굿즈 소유가 곧 소비자의 사회적 책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더불어 교육 현장에서도 학생 대상 ‘음료쿠폰·상품권·굿즈 증정’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미사용 상품 폐기 등 2차 문제를 낳고 있다. 현장 교사는 “아이들 교육에 ‘함께 쓰고 나누는 물건의 가치’에 대한 토론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굿즈 폐기 논란 이면에는 단순한 마케팅 이상의 구조적 모순이 자리한다. 기업의 이윤 추구와 소비자의 단기 만족, 그리고 환경이라는 공동체적 가치의 충돌이다. 실제로 일본과 유럽 일부 국가에서는 사은품 남용을 법적으로 제한하거나, 친환경 소재 외엔 사용을 금지하는 움직임도 있다. 우리나라도 단기적 반짝 효과보다는 장기적 지속 가능한 소비–생산 체계를 고민해야 한다.

증정용 굿즈가 때로는 기쁨이자 추억이 되지만, 오늘의 낭비가 내일의 쓰레기로 이어진다는 점을 재차 성찰할 필요가 있다. 소비자는 필요 없는 물건 받기부터 멈추고, 기업은 단순 홍보를 넘어 사회적 책임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현장에서 만난 한 시민의 말처럼 “예쁜 쓰레기가 아니라 오래 곁에 둘 수 있는 가치 있는 굿즈”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때다. 서로를 설득하고, 모두가 함께 행동할 때 작은 변화가 시작될 수 있다.

— 최현서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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