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모지에서 K-헬스케어 중심으로” 강원의료기기전시회 원주서 개막

한때 의료산업의 불모지나 다름없었던 강원 원주. 바로 오늘 이곳에서 의료기기전시회가 수백 곳 국내·외 기업과 함께 막을 올렸다. 회의장 한쪽에서 오랜만에 만난 동문이 눈시울을 붉혔다. ‘이런 날이 오리라고는 꿈에도 생각 못 했지’라며. 사실상 수도권에 집중된 의료산업의 구심점이 지방 소도시로 확장되고 있다는 것—그 변화의 시작점이 원주다. 행사장에는 인공관절 3D프린터, 노인 집중 헬스케어 센서, 심장 모니터링 웨어러블 등 첨단 의료기기가 전시됐다. 이번 전시회에는 지역 스타트업도 대거 참여했다. 대학과 산학 컨소시엄, 각종 벤처기업 관계자들은 단 한 번의 기회라며 신제품, 신기술을 적극적으로 내놓았다.

원주의 의료기기 산업은 지난 10여 년간 조용하게 성장해 왔다. 지역 대학생, 청년 벤처인들이 주축이 된 건 물론, 중장년층 ‘경단자’(경력 단절자)들이 의료기기 제조·유통 일터로 유입됐다. 연꽃시장, 감자밭 일손을 잠시 멈추고 의료회사로 출근하는 어르신의 진한 손자국. 한 발 한 발 쌓아 올린 지역의 뚝심과, 의료에 대한 뜨거운 기대가 있었다. 올해는 국내 기업뿐 아니라, 일본·유럽·미국 스타트업들이 부스를 채웠다. 세계 의료기기 시장이 크게 흔들리는 상황에서 ‘K-헬스케어’란 이름이 점차 무게를 더하는 중이다. 한 기업 대표는 “10년 전만 해도 전시 자체가 불가능했지만, 지금은 오히려 외국 기업들이 먼저 함께하자고 러브콜”이라고 전했다. 의료기기산업과 관련된 원주혁신도시는 그 중심에서 직결 일자리만 2,800여개, 지역 소상공인까지 고려하면 파급효과가 상상 이상이다.

강원도민의 실질적 삶 역시 변하기 시작했다. 청년들에게는 더 이상 ‘수도권 취업이 유일한 길’이 아니고, 지역 아이들도 진로설명회에서 ‘헬스케어 R&D’를 자연스레 꿈꾼다. 중장년들은 ‘인생 2막’ 모델을 찾는 돌파구로 의료기기 조립 및 생산라인에서의 일에 만족감을 느낀다고 한다. 육아 중인 부모들은 원주-서울 간 교통 편의성, 주변 자연환경, 복지인프라 덕분에 ‘삶의 질이 올라간다’는 경험담을 나눈다. 복지시설, 각종 보조사업도 산업 성장과 발맞춰 확대되는 분위기다. 의료산업의 ‘불모’라는 오랜 낙인을 지우는 작업은, 결국 사람의 손과 마음에서 비롯된 것임을 실감하게 된다.

전국 도서산간, 지방 소도시 곳곳에서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서사가 계속된다. 변화의 중심에는 지역 공동체와 이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구체적 삶이 있다. 임상시험을 반복하는 연구자, 현장 근무 청년, 의료기기 부품을 세심하게 조립하는 베테랑 중장년의 모습이 전시회장에 함께 모였다. 이들의 눈빛은 단순한 산업 성장 수치를 넘어, 태평양 건너까지 닿을 새로운 K-헬스케어 드라마의 시작을 알린다.

그렇지만 이면에는 ‘지역 내 쏠림’, ‘지역 간 불균형’이 새로이 발전 과제임을 드러낸다. 원주에 몰리는 자원과 인력이 도 단위 다른 지역과 상생하는 방향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정부·지자체·대학·기업이 한 팀이 돼야 한다. 의료산업 성장의 과실이 원주 밖으로 확장될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 무한경쟁의 글로벌 시장에서 혁신이 멈추지 않으려면, 현장 실무자. 돌봄을 책임지는 부모. 그리고 언제나 환자 곁을 지키는 간호사들까지, ‘사람 중심’의 정책 설계가 근본이 돼야 한다.

오늘 개막한 의료기기전시회 현장은 산업, 건강, 교육, 일자리, 복지 모두에 연결된 강원도만의 새 ‘생명력’을 보여준다. 수도권의 빛에서 벗어난 특유의 힘과, 자신의 자리에서 각자의 방식을 포기하지 않는 이들의 이야기들이 쌓여, 결국 불모의 땅에 깊은 뿌리를 내린다. 그들의 마음과 노동, 그리고 헬스케어 기술이 빚는 내일을 응원하며.

김민재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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