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실 창업 3850개…정부 ‘원천기술→딥테크 기업’ 전환 속도 낸다
올해 들어 정부가 추진한 실험실 창업 지원 정책의 누적 성과가 3850개 창업이라는 구체적인 수치로 드러났다. 산업통상자원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관계 부처는 최근 원천기술을 딥테크(Deep Tech) 기반 기업으로 빠르게 이전·전환시키는 것을 최우선 핵심 과제로 삼고, 대학·연구기관 실험실에서 창출되는 혁신의 일상화를 선언했다. 단일 창업 건수도 높은 의미를 갖지만, 창업기업의 분야 구성이 바이오·AI·반도체·이차전지 등 국가전략산업 핵심 기술을 포괄하고 있어 정책적 가치는 더 확대됐다.
실제 2026년 상반기 실험실 창업 3850개 가운데 70% 이상이 바이오·인공지능·반도체·에너지 등 첨단 분야에 집중됐다. 이 가운데 약 22%는 3년 이내 투자유치까지 연결되었고, 평균 고용인원도 기존 창업 기업의 1.7배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한국창업진흥원, 2026년 7월 자료). 세계적으로도 인재 및 기술 중심 ‘딥테크 트랜스퍼’가 경제성장의 핵심 동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중국은 2023~2025년 기간 실험실 창업 5000개 이상을 지원하며, 미국 역시 NSF와 DOE의 공동 프로젝트를 통해 ‘연구실-시장 간 어깨동무’를 강조하는 중이다.
단기간 내 이같은 성과 도출은 ‘실험실 창업 선도대학’ 지정 확대, 개방형 연구실·인재풀 지원, 기술지주사 투자 활성화 등 촘촘한 인프라 개편 효과가 크게 작용했다. 서울대, 포항공대, KAIST 등 중심대학이 각각 AI·반도체·이차전지 관련 스타트업을 집중 배출하며, 투자유치 단계별 맞춤 프로그램까지 연계했다. 특히 기술금융 활성화 방향은 실험실 창업의 내실화를 뒷받침하고 있다. 올 상반기 기술평가 모형 도입 이후 은행권 연계 창업 대출규모는 전년대비 31.8% 성장했다(한국은행, 2026년 8월). 최근 3년 누적 창업 생존율 역시 일반 창업 대비 11% 이상 높게 나타났다.
반면, 기술이전 활성화 법령의 미비점, 창업 초기 브릿지(Bridge)펀드 부족, 해외 학연기업 및 선진국 투자자와의 네트워킹 접점 한계 등은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학생·연구자 창업에 따른 기술유출 우려, 국내 시장 협소화도 반복적으로 지적되고 있다. 미국의 경우, 대학 자회사 초기 투자 비율이 65% 이상인 반면 국내는 36%에 불과하고, 실질적 스핀오프(spinoff) 기업 성장 전략 역시 후순위로 밀려 있는 실정이다. 벤처캐피털 업계에서도 ‘창업-투자-스케일업’ 과정 간 미스매치를 개선할 수 있는 정부 보조정책, 크로스보더(Open Innovation)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 확대 필요성을 재차 강조하고 있다.
기업 전략 측면에서는 기존 대기업 주도의 기술도입 구조에서 탈피, 실질적 산·학·연 연합 ‘오픈이노베이션’ 조달체계로의 변환이 중요한 분기점이다. 삼성전자, 현대차그룹 등 핵심 대기업은 최근 3년간 실험실 창업기업에 총 4300억 원 이상의 전략투자를 단행했고, 이 중 약 14%는 글로벌 신시장 개척을 위한 합작 또는 M&A로 이어졌다. 물론 대기업 주도의 보수적 기술흡수 방식이 스타트업 혁신성장의 발목을 잡을 우려도 만만치 않다. 최근 미국, 독일의 경우 대학·연구소 스핀오프 기업의 자유로운 경쟁 환경 조성과 리스크 투자 인프라 확충이 빠르게 병행되는 추세이다.
실제 창업의 질적 성장에는 중장기 정책 일관성 확보, 기술 사업화와 해외 네트워크 연계 등 구조적 개선이 불가피하다. 과감한 R&D 예산투입뿐 아니라 기술가치 평가의 표준화, ‘실험실 창업가’ 전문인력 육성, 그리고 글로벌 VC와 연결된 트랙 확보 등이 주요 쟁점으로 재부상하고 있다. 내달 국회에 제출 예정인 ‘원천기술 상용화 촉진법'(가칭) 역시, 기술기반 창업에 대한 정부-시장 공동모델 구축의 시범 케이스가 될 수 있을지 업계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또한 기업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기조와 맞물려, 신생 딥테크 기업이 환경 지속성, 지역 일자리 창출, 포괄적 기술 서비스 등 사회적 가치 실현에 적극 나서는 모범 사례도 점점 늘고 있다. 장기적 관점에서는 단순 창업 수 증가만으로 평가할 것이 아니라, 생존률·스케일업 속도·기술수출 실적·글로벌 특허 확보 등 세부지표를 복합적으로 모니터링하는 체계도 필수임이 분명하다.
변화가 일상인 시대, 원천기술 기반의 실험실 창업 생태계가 앞으로 한국 경제 첨단화의 주춧돌로 이어질 수 있을지 정부, 기업, 학계, 그리고 벤처 투자자 모두의 전략적 협업이 필요한 시점이다.
— 박서영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