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트럼프 행정부, 반도체에 초강도 관세 검토—기술 패권의 신호탄인가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대중국 수입 반도체를 겨냥한 ‘고강도 관세’ 부과 카드를 본격적으로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 복수의 미 상무부 관계자는 현지시각 26일, 반도체를 포함한 전략 첨단산업 품목에 ‘최대 60% 이상’의 추가 관세를 옵션으로 검토 중이라 공식 확인했다. 이 움직임은 최근 중국 정부가 인공지능(AI)·통신 반도체 자국 내 개발·생산을 가속화하면서 글로벌 공급망 주도권을 강화하겠다는 노선을 분명히 한 것에 대한 직접적 대응이다. 업계에서는 미국 정부가 ‘첨단 반도체 및 AI 칩 기술’이 경제와 안보의 핵심임을 인정한 것임은 물론, 명시적인 정책 신호전환이라고 해석한다.
미국이 중국산 반도체에 높은 관세를 매기는 논리적 근거와 동력은 기술 원리 측면에서 명확하다. 반도체는 전 세계 디지털 전환과 AI 산업의 근간이 되는 핵심소재다. 미국과 유럽의 주요 AI·클라우드·고성능 컴퓨팅 인프라 역시 고성능 반도체(특히 GPU, 로직칩)에 크게 의존한다. 중국은 최근 10년간 막대한 재정지원을 통해 반도체 설계와 제조에서 미국, 한국, 대만에 도전장을 냈다. 특히 AI, 5G 통신에 최적화된 칩셋—예를 들면 ‘하이실리콘’, ‘중신국제’ 브랜드—에 보조금과 연구개발 투자를 집중해왔다. 바로 이 지점이 트럼프 행정부와 미 의회, 심지어 유럽연합(EU) 내 반중 통상론자들까지 한목소리로 ‘전략적 규제 강화’를 외치는 배후다. 즉, 단순한 무역분쟁이 아니라 ‘공급망 및 미래 기술 주도권’이라는 거시적 프레임 아래 정책이 전환되고 있다.
이번 미국의 관세 검토 움직임에 대해 실제 글로벌 반도체 업계(삼성전자, TSMC, 인텔, 마이크론 등)는 ‘서프라이즈’라기보단 ‘예상된 벽돌 한 장’을 추가로 쌓았다는 반응을 보인다. 이미 지난 2024~2026년간 미국과 중국은 GPU, 메모리, AI용 로직칩 등 전략 품목에서 상호 수출 규제와 우회 수입 차단 수법을 거듭 동원했다. 실제로 미국 내 첨단 제조시설(fabs)을 유치하기 위한 인센티브 및 ‘친미 우방(R&D동맹)’ 내 공급망 복원 노력이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 또한 BYD, 화웨이, YMTC 등 핵심 기업을 앞세워 반도체 자립 선언을 이어가고 있다. 게임의 이름은 기술력과 양산능력을 가진 국가 중심으로 ‘제2의 칩 전쟁’ 전선이 지속적으로 확대된다는 점이다.
정책 효과를 단순 수치로 예단하긴 이르나, 미국의 관세 카드가 현실화되면 최소 3가지 시장 메가트렌드가 뒤따를 공산이 크다. 첫째, 미국 내 첨단 반도체 생산 증설이 단기적으로 가속화될 것이다. 삼성전자, TSMC, 인텔 등 글로벌 리더들은 이미 미국 현지 공장 건설을 위한 수십 조 원 규모 투자계획을 밝힌 바 있다. 둘째, 중국 내수 시장은 막대한 보조금을 바탕으로 자국 브랜드, 자국 설계 칩 사용 비중을 더 높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것이 장기적으로 글로벌 가격경쟁·제품 혁신 패턴에도 새로운 변수를 던진다. 셋째, 중간재 및 핵심원료 공급망에서 제3국(동남아, 인도, 멕시코 등)이 ‘공급망 회피지대’, 이른바 그레이존(Gray Zone)으로 활용될 여지도 있다.
사례로 최근 TSMC의 미국 애리조나 파운드리 투자는 미 행정부의 ‘CHIPS 법(반도체 지원 법)’과 맞물려 선제적 진지 구축으로 해석된다. 반면 중국은 AI 및 빅데이터용 반도체 개발을 무기삼아, 비미국권과의 샌드박스 협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한국, 일본, 대만, 유럽 기업들은 ‘미국 편입 압박’과 ‘중국 시장 유지’ 사이에서 양면전략을 구사할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결과적으로 한국 반도체 산업도 미국 중심 첨단공정 투자가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기대·우려 모두를 자아내는 부분이다. 또 관세가 실제 시행되기까지는 미 의회 표결·해외 우방 설득·IT산업계 반발 등 복합적 절차가 남아있다.
기술 정책과 산업 생태계 전체로 놓고 볼 때, 이 관세 검토는 단순히 미국 vs 중국의 충돌을 넘어, 미-중-유럽-아시아 주요국 모두가 ‘자국 기술 자립화’와 ‘공급망 안전’라는 또 다른 프레임에서 신(新)패권 다툼을 본격화했다는 신호다. AI, 자율주행, 5G, 클라우드 등 각론 분야별로 별도의 정책 반사이익·부담이 분산/집중될 것이고,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국가들은 ‘미국과 협력+중국과 시장’이라는 이중 전략의 끈을 단단히 쥘 필요가 있다. 각각의 기업 역시 내부 기술력 축적과 규제변수 예측계획이 산업 생존의 사활을 좌우할 변곡점이기도 하다. 향후 미 정부가 관세 부과대상을 구체화하고, 중국이 대응책을 내놓을 때, 글로벌 반도체 산업 지형도에 어떤 구조적 변화의 파장이 닥칠지 긴 장이 예고된다.—이도현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