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뷰] 美, 반도체 관세 ‘복병’… 코스피 2% 가까이 하락

29일 코스피가 2% 가까운 낙폭을 기록했다. 주된 배경은 미국이 중국산 반도체와 관련 부품에 대해 추가 관세를 검토하겠다는 소식이 전해진 데 있다. 투자자들은 미국의 이번 조치가 글로벌 공급망에 미칠 충격을 우려하며 한국 증시 전반, 특히 IT·반도체 업종 중심의 매도세를 보였다. 미국 상무부는 최근 중국이 자국 내 반도체 생산 능력을 확대하고 있어 이에 대한 견제 필요성을 언급했고, 구체적 관세 인상 품목 및 시점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나 업계 영향에 대한 경계감은 선제적으로 시장을 위축시켰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대형 반도체주가 파란불을 켰고, 연기금 및 외국인 자금 이탈세가 두드러졌다. 특히 올해 상반기 AI 열풍과 맞물리며 견조했던 IT섹터의 단기 낙관론도 한풀 꺾인 모양새다. 최근 원화 또한 달러 강세와 맞물려 약세 흐름이 이어지고 있어 향후 수출기업의 수익성에 대한 우려도 동반된다.

미국의 대(對)중국 견제, 관세 강화 기조는 새삼스러운 흐름은 아니지만, 이번 반도체 관세 대상 논의가 가진 직접성은 국내 경제에 미치는 파장이 크다. 한국의 2025년 반도체 수출은 전체 무역수지에서 여전히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2026년 들어서도 DRAM·낸드플래시 등 주력 품목 글로벌 점유율은 세계 1~2위를 유지한다. 미국의 본격적 관세 강화 시, 중국 내 한국기업과 그 협력 네트워크가 흔들릴 공산이 크다. SK하이닉스는 지난 분기 컨퍼런스콜에서 “미중 분쟁 리스크 관리가 상시 과제”임을 시사했고, 삼성전자 역시 최신 파운드리 투자와 공급망 다변화 전략을 적극 가속화하고 있다.

금융시장 측면에서 보면 코스피 하락은 단순 심리적 충격에 그치지 않는다. IT, 소재, 장비, 화학 등 ‘수출 드라이브’ 업종에 동반 약세가 발생했고, 정책 불확실성 확대와 금리 동향에 따라 투자신뢰도도 흔들렸다. 연기금은 5거래일 연속 순매도를 기록, 기관 내 계약형 자산운용사와 외국계 투자펀드는 중단기 매도 포지션을 늘리고 있다. 한미 금리 격차, 원/달러 환율 방향성도 같이 주목해야 할 요소다.

세계적으로 주요국 중앙은행이 금리 상단 고정을 지속하는 가운데, 미중 통상 마찰은 단일 업종의 문제가 아니라 거시경제 신뢰 전반을 흔드는 변수가 됐다. 최근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다변화(reshoring, friend-shoring) 논의가 재부상하면서 한국 반도체 업계의 전략적 대응 역량도 시험대에 올랐다. 업계·정부 모두 공조 필요성과, 미국·중국 어느 쪽과도 안정적 무역관계를 구축하는 균형 전략이 시급하다.

구체적으로, 한국 정부는 수출보험 확대, 공급망 보조금 재점검 등에 박차를 가하는 한편, 업계 차원에서는 대미 직접투자, 비중국·비미국 동남아 시장 확대를 서둘러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실제로 최근 산업통상자원부와 무역협회 등은 영향 분석에 착수했고, 9월 말 국무회의를 통해 관련 대응 방침이 마련될 전망이다.

이 사안은 단순히 일시적 주가 변동에 그치지 않는다. 미·중 간 뿌리 깊은 기술 패권 구도, 글로벌 공급망 재편 압력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 국내 증시와 실물경제가 받는 충격을 줄이려면 정부 정책과 기업의 민첩하면서도 지속적인 대응이 절실하다. 시장의 심리는 이미 반영했고, 실물·고용·외환 등 2차 파장까지 면밀히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현재 투자 심리는 관세 강화 뉴스에 과민 반응하는 경향이 강하다. 하지만 변화의 실체, 실제 관세 인상 품목과 타이밍, 대중국 교역 제한의 수위 등 구체적 정보를 지속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미국 내부적으로도 반도체 자국 보호와 글로벌 공급망 관리, 중국 견제 사이의 줄다리기가 팽팽하다.

결국 관건은 정보의 맹목적 공포 노출이 아니라, 중단기적으로 기업·정부가 데이터를 근거로 신속히 대응책을 표방하고 실제 실천할 수 있는지에 달려있다. 주식시장도 이에 따라 조정 국면을 거칠 수밖에 없겠지만, 충격의 폭이 얼마나 될지는 실제 미·중 관세 정책의 구체화 정도에 달렸다.

— 이수진 ([email protected])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