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파이, 5,000만곡 AI 음악 일괄삭제…’딸깍 음악’의 시대가 저물다
K-pop부터 힙합, 인디 신까지 전 세계 음악 시장 트렌드를 선도해온 스트리밍 플랫폼 스포티파이가 사상 최대 규모의 음원 삭제에 나섰다. 바로 5,000만곡에 달하는 AI(인공지능) 생성 음악을 추천 목록에서 완전히 퇴출한다는 초강수를 둔 것. 최근 스포티파이가 공식적으로 공지한 이번 조치는, 지난해부터 폭증하던 이른바 ‘딸깍 음악’—어디서나 쉽게 클릭할 수 있을 정도로 대량 양산되는 AI 기반 저퀄리티 트랙들—을 대대적으로 정리하는 첫 신호탄이다. 이미 해외 유수 매체들도 이 소식을 집중 조명하고 있다. 로이터, 버라이어티, 가디언 등은 음악 생태계의 대전환이라고 평가하며 “아티스트와 팬 모두에게 새로운 장이 열릴 것”이라고 한목소리를 냈다.
단순히 ‘노이즈’를 줄였다는 차원이 아니다. 이번 결정은 글로벌 음악 산업 전체를 흔드는 혁신이자 도전이다. AI 기반 작곡툴과 음반사가 벌인 양산 경쟁은, 지난해 기준 스포티파이 전체 음원 중 45% 이상이 AI 관련 트랙으로 채워졌다는 미국 뮤직테크 데이터로 이미 문제의식을 촉발했다. AI로 만들어진 음악은 플레이리스트 파편화, 기존 창작자 소외, 저작권 불분명 등 산적한 이슈를 야기해왔다. 실제로 K-pop 팬덤 트위터—요즘엔 X(엑스)—계정들에는 “내가 좋아하는 그룹 곡이 AI 때문에 묻힌다”는 볼멘소리가 속출했고, 아이돌 신인 데뷔곡까지 연계 추천에서 AI 만들어진 노래에 밀려 사장됐던 사례도 적잖다. 스포티파이의 이번 ‘칼질’은 그야말로 팬&아티스트 양쪽에서 강력하게 요구되던 변화.
애초에 AI ‘딸깍 음악’이 이토록 늘어난 건 팬덤 문화 특유의 소비 패턴과도 무관하지 않다. 누구나 버튼 몇 번이면 나만의 음악을 만들 수 있다는 개방성은 창작에 대한 심리적 허들을 극단적으로 낮췄다. 이른바 손가락 노동만으로 완성되는 곡이 하루 5만곡씩 업로드되는 현상이 현실이 됐다. 하지만 반년 전부터 팬덤 커뮤니티에선 “음악 듣고싶은데 쓰레기 AI 트랙이 너무 많아서 찾기도 힘들다” “AI 곡이 스밍 차트 점령하네” 등 불만이 터져나왔다. 뮤직비즈니스 다이얼리는 “음악적 다원성이 무분별한 정보로 변질됐다”고 꼬집으며, 대다수 실제 뮤지션들이 창작 생태계 붕괴 위기를 체감하고 있다 보도했다.
이런 와중, 올해 들어 AI 음악 자체에 대한 규제 논의까지 치열해지고 있다. 유럽에서는 ‘저작권 무단침해’ 논란을 둘러싸고 주요 음반사가 AI 업체 대상 소송에 돌입했고, 국내 음저협도 법적 대응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최근 CJ ENM 등 K-pop 대형사들도 “AI 트랙이 공식 차트에서 제외되어야 한다”며 스포티파이 측에 공식 입장문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진다. 아티스트 고유의 정체성이 영리적 알고리즘에 파묻히는 현실은 이미 글로벌 업계의 뚜렷한 문제의식이다. 딥러닝 모델에 아티스트 목소리, 작사·작곡톤까지 베꼈다는 의혹이 잇따라 나오면서 팬덤도, 업계도 긴장감을 늦추지 못했다.
그래도 이번 조치에는 ‘균형’이란 키워드가 숨어있다. 스포티파이 관계자는 “AI가 창작을 돕는 순기능을 부정하지 않지만, 대량의 저품질 콘텐츠 범람 문제부터 바로잡겠다”고 못을 박았다. AI 음악을 아예 배제하진 않되, ‘퀄리티’ 기준을 엄격히 적용해 추천 알고리즘을 재편한다는 계획. 실제로 삭제된 5,000만 곡 중 다수는 표절, 반복 구절, 차별성 부족 등 뮤지션과 팬 모두가 지적해 온 문제작들이 주류를 이룬 것으로 조사됐다.
변화의 여운은 벌써부터 거세다. 글로벌 SNS에서는 “이제라도 정상화된다”와 “AI도 진짜 창작이다!”를 두고 논쟁이 분분하다. K팝 커뮤니티에선 “이제야 아이돌 데뷔곡이 진짜로 들린다“ “플리 채우기 편해지겠네”란 실용적 반응이 많고, 글로벌 힙합씬에선 “AI 덕후들 빈자리 누가 메우나?” 식의 불만도 들린다. 인디 뮤지션들 사이에서는 “꼭 필요한 수술, 더 빨리 했어야”란 목소리가 적지 않다. 무엇보다 플레이리스트 속 진짜 음악에 대한 갈증이 커지는 요즘, 팬덤의 호응은 뜨거울 수밖에 없다.
AI 음악의 시대는 이제 전환점에 들어섰다. 창작자의 권리, 청취 경험의 질적 상승, 팬덤 문화의 존중 등 적잖은 함의가 함께 깔려 있다. 앞으로 스포티파이의 다음 무브—특히 아시아권 ‘초고속 팬 소환’ 트렌드와 맞물린 스포티파이 K 팝 큐레이션엔 어떤 변화가 더해질지, 업계의 시선이 집중된다. 독자 여러분도 플레이리스트 업그레이드 효과를 직접 느껴볼 시점이다.
— 민소연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