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크래프트 90시간’ 국보연 업무시간 도박, 로컬망까지 뚫었다
‘인터넷이 막혔으니 로컬망이라도!’ 2026년 11월, 국가보안연구원에서 벌어진 e스포츠급 비상상황. ‘스타크래프트’를 90시간 동안 업무 중에 즐긴 직원 5명이 적발됐다. 단순한 사기업 사내 흡연이나 메신저 잡담이 아니다. 보안과 기밀이 생명인 국보연에서, 인터넷 차단조차 우회하는 방식으로 LAN(로컬) 환경을 구축해 게임을 돌렸다는 게 더욱 놀랍다. 국정 감사 내용에 공개된 이 생생한 플레이 타임은, 어느 밈보다 현실감 넘치는 ‘스타 접속 90시간’이라는 구체적 수치로 기록됐다. 실제로는 스타크래프트 ‘배틀넷’ 온라인 접속이 막힌 상황에서, 팀원들이 사내 네트워크를 꼼꼼히 셋팅해 로컬 플레이를 하는 창의성(!)까지 발휘했다는 점에서 IT업계의 ‘음지 문화’ 일면과 게임에 대한 사회적 인식 교차점이 같이 노출된다.
패턴을 복기하면 이렇다. 국보연 직원들이 업무시간에 차단망을 피해서 게임을 한다. 업무PC 보안환경의 허점이 드러났고, 잡힐 때까지 게임 로그인(및 체류) 누적 90시간이라면 발생 기간만도 최소 몇 주에 걸쳐 있었다는 걸 의미한다. 스타크래프트는 기본적으로 1경기 20~40분, 느긋한 유즈맵이나 자작 캠페인은 1시간도 기본이다. 이 시간대에 연속적·반복적으로 게임이 돌아간다면 팀플 중심의 협력 플레이 혹은 조직 내부 특정 직원들 사이의 일상적 네트워킹 수단으로 악용됐을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 2020년대 중반 한국 기업들의 보안 교육이 ‘이중 인증’, ‘클린데스크’ 등 IT관리로 넘어와서, ‘업무 중 게임’은 드문 일은 아니지만 국가급 연구기관의 무풍지대가 아니었다는 게 숫자로 명확히 드러난 것이다.
흔한 방구석 게이머 패턴과는 차원이 다르다. 일반 사무실에서야 ‘카트라이더: 드리프트’나 ‘LOL’ 정도 몰래 켜기도 간혈적이지만, 스타크래프트처럼 로컬 플레이를 위해 공동 라우터나 멀티박스 장비를 동원하는 건 상당한 계획성과 집착이 필요하다. 국보연처럼 민감한 정보가 흐르는 곳에서는 업무상 네트워크 파악, 서버접속 내역 추적, 포트관리 등 보안관제시스템(SIEM)에서 로그가 자동 체크된다. 그런데 이런 조직에서 5명이 연속 90시간… 보안 시스템이 뚫렸다는 시그널이거나, 관리 루틴 자체가 빈틈투성이란 얘기도 된다.
또 다른 각도에서 봐도 재밌는 점이 있다. 스타크래프트는 1998년 출시 이후 대한민국 직장인들에게 ‘퇴근 후 삶의 낙’ 혹은 ‘사내 친밀감 커뮤니티’의 단골 밈으로 통했다. 하지만 2020년대 이후로는 모바일 게임이나 캐주얼 FPS로 취향이 분산됐음에도 아직도 ‘사무실 LAN파티’의 핵심, 그리고 ‘업무시간 슬쩍 게임’의 결정적 선택지로 남아 있다. 이건 게임 메타의 진화이자, 동시에 한국 직장의 문화 패러다임 변혁이 지지부진하다는 상징일 수 있다. 게임 세대가 1970년대생 중심에서 90년대생·00년대생까지 확장된 지금, ‘조직 내에서 아슬아슬하게 걸치는 게임 타임’의 의도가 경계의식 결여인지, 세대 유연성인지 묘하게 혼재한다. 실제로 5명 중 2명은 30대, 3명은 40대로 알려지면서 ‘젊은 연구자들이 게임으로 스트레스 푼 것’ 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조직 내 소통·공감·매너리즘의 패턴까지 떠오른다.
IT업계 관점에선 이 이슈가 주는 함의도 예사롭지 않다. 팬데믹 이후 원격 근무 환경이 늘어나며 대부분 사무실은 대규모 게임 플랫폼 접속 차단, 로그 모니터링, 사내 IT지침 강화로 잡음 확률을 줄였다. 하지만 귀찮은 인증 절차 도입이나 24시간 하드웨어 감시 체계가 심리적 피로를 배가시키자, 실제로는 슬랙/디스코드 등을 사내 채팅용으로 쓰는 한편, 제도적 그물망을 ‘로컬 플레이’로 기습 피하는 문화가 스며들었다. 국보연에서 발생한 사건처럼 유령망(LAN)에 접속해 집단 게임을 하는 건, IT조직 ‘노하우 공유’ 혹은 ‘내부 결속 메타’이기도 하다. 해당 조직의 전체적 보안관제 인식, 실사용자(직원)와 시스템관리자(보안 담당)의 온도차, 즉, 실질적인 ‘현장 단속력’ 격차까지 확인하게 된다.
국내외 사례들도 유사하다. 2025년 미국 미네소타주 공립연구기관에서, 연구진 일부가 오버워치2 로컬 서버를 운영하다 징계된 기록이 있다. 글로벌 대기업들은 최근 업무PC에서 게임 파일 자체 실행 불가 조치, 직원 지문인증 도입, 실시간 방송체크 등 이중삼중의 안전장치를 마련한다. 그러나 직원의 ‘내부자 해킹’이든 ‘troll-play’이든, 보안의 맹점은 항상 휴먼웨어(사람)이기 때문. 결국 문제의 본질은 ‘게임’이냐 ‘흥망 시스템’이냐를 넘어, 기술 발전 대비 느린 기관 내 문화와 현장 대응의 유연성 부재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게임도 문화’냐 ‘놀면 징계’냐의 논란으로 옮겨가면 대답은 생각보다 복합적이다. 게임 세대가 사회 주축이 된 지금, 단순히 행위만 탓할 수도 없다. 그러나 최소한 공적 공간, 그것도 국가 핵심 연구기관에서 치밀하게 메타를 파악해 허점을 공략하는 ‘e스포츠식 실험정신’의 무대가 되어선 곤란하다. 게임을 업무 협업과 창의적 쉼터로 삼으려면, 열린 소통과 신뢰 기반 관리가 동시에 뒷받침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스타 90시간’이라는 밈만 남기고 우리 조직문화는 한발도 못 나간다. 보안과 효율, 재미와 신뢰의 교차점에서 한국 조직들의 진보적 해답이 필요해지는 순간이다.
— 정세진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