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화장실 ‘휴지 캡사이신’ 사건, 사회복무제도의 그림자와 개인의 일탈
7월 11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재판에서 한 사회복무요원이 여자화장실 내 휴지에 캡사이신을 분사한 사건에 대해 검찰이 징역 9년을 구형했다. 이 사건은 지난 2026년 상반기, 서울 시내 한 공공기관에서 발생했다. 해당 사회복무요원은 타인, 특히 여성의 신체 안전이 보장되어야 할 공간에 독성 화학약품을 사용해 심각한 피해를 유발할 수 있는 행위를 저질렀다. 피해자 일부는 일시적인 호흡곤란, 피부 통증 등으로 병원에 긴급 이송되었고, 상당한 정신적 트라우마까지 호소했다. 사법기관은 단순 장난의 영역을 한참 넘어선, 사회의 안전과 신뢰를 저해하는 중대한 범죄로 판단해 엄한 처벌을 예고했다. 이번 사건의 실체를 들여다보면, 단순한 개인의 일탈 행위라고만 치부하기에는 여러 겹의 사회적 맥락이 있다.
캡사이신은 주로 호신용 스프레이에 사용되는 강한 자극성 물질로, 상당히 위험할 수 있으며 폐에 자극을 줘 호흡 곤란 및 심하면 치명적 피해까지 이어질 수 있다. 이를 공공 화장실의 휴지에 분사했다는 행위는, 성별을 명확히 겨냥한 피해 유발의 의도를 의심하게 한다. 가해자가 사회복무요원이었다는 지점도 단순히 개인 일탈로 볼 수 없는 부분이다. 복무기관은 사회적 취약계층 및 안전 사각지대에 대한 보호와 봉사, 그리고 사회적 기능 유지의 책임을 진다. 그 안에서 이번 사건이 발생한 것은 사회복무제도가 가지는 구조적 신뢰 문제, 그리고 조직 내 감시와 예방 시스템의 미비를 다시 조명하게 한다.
직접적인 피해자인 여성들은 충격과 분노를 토로하고 있다. 화장실이라는 절대적 사적 공간이 안전지대가 아님을 다시금 확인해야 했고, 이런 사건이 반복되는 일상에 피로감이 쌓여간다. 피해자 일부는 ‘앞으로 공공화장실 사용이 두렵다’는 심경을 밝히기도 했다. 심리적 불안정은 곧 일상생활 전반에 영향을 준다. 공공의 공간조차 믿을 수 없다면, 사회 구성원의 기본적 권리인 안전과 프라이버시가 쉽게 훼손된다.
이번 사안은 사회복무요원제도에 대한 근본적 성찰을 요구한다. 특히 다양한 연령·성별·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이용하는 공공시설에서 복무자의 기본 인권 감수성, 성인지 관점, 위험 행동에 대한 조기징후 인식이 얼마나 중요한지 드러난다. 지금껏 복무자 선정·배치 절차는 상대적으로 기술적 요건과 병역 대체 인력 수급이라는 측면에 치우쳐 있었다. 그러나 안전과 신뢰, 그리고 예방적 접근이 더욱 큰 비중을 차지해야 할 시점이다. 복무 중인 청년들에게 적절한 정신건강 관리, 타인 존중 교육, 스트레스 검사와 상담 등이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진다. 실제로 최근 3년간 사회복무요원 범죄가 매해 평균 약간씩 증가 추세라는 지표도 있다. 사회는 이 제도를 단순히 인력 수급이 아니라 사회 구성원들의 안전을 유지하는 장치로 재정의해야 한다.
더 나아가, 성별을 겨냥한 이례적 범죄가 지속적으로 드러나는 현실은 ‘젠더폭력’의 흉내 내기 혹은 모방범죄 양상과도 닿아 있다. 2020년대 들어 타인 혐오와 분노감 표출의 수단으로, 더 약자에게 물리적/정서적 폭력을 가하는 이슈가 각종 범죄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난다. 관련해 젠더 관계 전문가들은 온라인 커뮤니티·밈 등 문화적 층위에서 여성을 표적 삼거나, 허용된 경계 내 농담과 현실 사이의 구분이 희미해져 범죄 행위로 이어지는 위험성을 지적해왔다. 사법·수사기관 역시 이런 흐름에 더 민감할 필요가 있다. 특히 심신미약, 우발성 등으로 처벌의 강도를 낮추는 관행에 대한 피로감도 사회적으로 누적됐다. 실제 법원의 양형이 어느 수준에서 결정될지, 사회적 논란이 클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경찰·검찰의 수사 과정에선 복무요원의 정신건강 및 이른바 ‘위험신호’에 대한 주변 관리, 복무기관의 사전 대응, 범죄 후초동 대처까지 문제점이 적지 않게 드러난 것으로 보인다. 전국 공공기관의 화장실 보안점검, 감시카메라 추가·여성안심벨 설치 등 일련의 사회적 ‘화장실 안전 강화책’이 시급히 필요하다. 그러나 시설 개선만으로는 본질적 해법이 될 수 없다. 책임 있는 기관과 복무자, 시민 모두의 감수성 개선, 예방 교육, 그리고 효과적인 징벌과 재발 방지 시스템 확립이 병행되어야 한다.
이번 판결이 단순히 한 명의 ‘이상행동자’에 대한 엄벌을 넘어, 국민 모두가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는 공공시설, 그리고 사회적 신뢰가 회복되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범죄 이후가 아니라 범죄 전에 무엇을 바꿔야 할지에 대한 반성이 이어질 때, 같은 유형의 안타까운 사건 재발을 막을 수 있다.
— 이상우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