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웅의 마지막 산골, 신청곡이 남긴 진심의 물결
2026년 여름, 트로트 가수 임영웅이 전국을 들썩이게 한 산골 콘서트 투어의 마지막 무대를 특별 신청곡과 함께 마무리했다. 이 장면은 단순한 음악 행사가 아닌, 하나의 사회적 풍경으로 읽힌다. 임영웅의 콘서트는 흔히 대도시를 벗어난, 그동안 문화적으로 소외되었던 중소 산간지역을 무대로 삼았다. 이 ‘산골총각 영웅’이라는 수식어는 콘서트의 기획 방향을 요약할 뿐 아니라, 실제로 무대를 찾은 이 지역 주민들의 삶과 감정까지 포착한다. 그가 건넨 특별한 신청곡은 현장 관객 한 사람, 한 사람의 이야기를 반영해 선정됐고, 그 진심이 담긴 과정은 콘서트장을 넘어선 공감의 이야기로 온라인과 오프라인 모두에서 여운을 남겼다.
임영웅이 가진 ‘산골총각’ 이미지는 단순한 캐릭터를 넘어, 현실의 다양한 삶을 품는 일종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했다. 대중문화계에서 대형 스타들이 주로 도심 공연장에만 머물곤 했던 행태와 달리, 임영웅은 상대적으로 문화 인프라가 열악한 지역을 순회했다. 이 방식은 그의 음악적 뿌리와 성장배경, 그리고 팬 층의 삶의 터전과 긴밀히 맞물려있다. 임영웅의 팬덤은 본래 50~60대 여성, 이른바 ‘부모 세대’ 중심으로 형성돼 왔지만, 최근 몇 년간 지역청년층과 가족 단위 청중까지 확장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평소 무명시절을 지낸 임영웅은 무대 위에서 자신이 경험한 지역사회와 그곳의 정서를 직접 언급하며, 음악 무대가 일종의 공동체 잔치에 가까워지도록 분위기를 유도했다. 신청곡 사연을 소개하며 눈물짓던 관객의 모습, 이를 무대로 옮긴 임영웅의 공감력은 뮤지션과 팬, 현장과 지역의 연결을 온전히 실감하게 만들었다.
음악계에서 산골 콘서트 투어와 같은 시도는 드물지만 점차 늘고 있는 추세다. 최근 몇 년간 코로나19 이후 지역 상생이나 예술 향유권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커지면서, 각종 문예행사와 공연마저 대도시 쏠림현상이 심화되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이에 대응해 임영웅은 ‘찾아가는 콘서트’라는 개념을 고수했다. 실제 지난 여러 차례 콘서트에서 직접 지역 농산물 장터를 만들어 지역경제 활성화에 힘을 보태기도 했다. 이번 마지막 산골 무대에서도 현지 자원봉사자들과 협업해 지역특산품이 행사장에 마련됐고, 공연을 찾은 방문객들이 지역을 둘러볼 수 있도록 관광코스까지 안내됐다. 음악 한 무대를 지역 경제, 관광, 주민참여까지 엮는 사회문화적 모델로 삼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언뜻 보기에 별도의 큰 변화처럼 느껴지지 않을 수도 있으나, 실제로 현장에 참여한 지역민들의 체감은 크게 다르다. 도심의 편의와 자본이 집중된 사회에서 비주류로 남겨진 지역민들에게도 문화와 예술에 대한 ‘기대할 권리’를 돌려주는 작업이다.
이번 무대의 또 다른 화두는 팬, 즉 ‘사람’에 있다. 임영웅의 투어는 지역별로 다양한 사연을 가진 관객이 무대 주인공이 되는 경험을 선사했다. 다문화 가정의 10대, 평생 시골에 살던 노년 부부, 병상에서 힘을 얻고자 방문한 환자의 가족까지 저마다의 삶을 담아낸 신청곡들이 이어졌다. 매회 다른 이야기는 똑같은 무대조차 새롭게 만들었고, 인터넷을 중심으로 퍼진 팬들의 반응 역시 현장감과 진정성이 느껴졌다. 각종 커뮤니티와 팬카페에는 자신이 보낸 사연이 소개되는 순간을 셀카, 짧은 영상과 함께 공유하는 사례는 반복됐다. 공연의 진정성은 사진과 영상, 후기라는 2차 콘텐츠로 파급력을 얻게 됐다. 대중음악계에 ‘경청’과 ‘연결’이라는 가치가 다시금 주목받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현상 차원을 넘어 음악계가 새로운 상상력을 실천하고 있다는 조용한 신호이기도 하다. 소외되기 쉬운 곳, 여러 세대와 다양한 사람이 음악으로 만나는 공간에 대한 실험이다. 임영웅이 ‘산골총각’ 시리즈를 통해 보여준 방식은, 단순히 유명인의 봉사 혹은 유세에 머무르지 않았다. 실은 우리 사회 곳곳에 남은 지역 격차, 노령화, 문화인프라 불균형 등 구조적 문제까지 비춰주는 거울처럼 작용하고 있다. 그리고 그 변화의 과정에는 늘 사람의 표정, 목소리, 사연이 자리한다. 임영웅의 무대에 모인 수많은 얼굴, 사연, 박수 소리 속에서 진정한 콘서트의 의미가 무엇인지 다시 질문하게 된다. 트로트라는 장르, 그리고 그를 이루는 인간관계가 만든 시간은 산골을 넘어 수많은 일상으로 이어진다.
음악은 궁극적으로 개인의 삶에 닿으면서도 동시에 사회 전체의 맥락 안에 존재한다. 작은 산골의 공연장에 모여든 사람들과 그곳의 노래에 귀를 기울인 임영웅은, 수년간 대중이 품었던 ‘이야기’와 ‘위로’라는 구체적인 필요에 닿으려 애썼다. 공연장을 나서는 관객들의 온기에서, 산골의 밤공기에 닿는 노래 한 줄에서, 다시 한 번 음악이 갖는 사회적 힘을 확인하게 된다.
— 이상우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