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탕평채 한 상에 마음을 담다’ 지예은이 전한 정성의 레시피

한참 여름이 깊어가는 저녁, 지예은은 탕평채 한 접시에 그윽한 마음을 담아낸다. 바쁜 나날 속에서도, 사랑하는 이에게 무언가 특별한 한 끼를 대접하려는 진심은, 음식의 한 줄기 청포묵 위를 부드럽게 흐른다. 이번에 그녀가 선보인 탕평채 레시피는 평범함과 특별함 사이를 오가는 사소한 디테일, 그리고 오롯이 누군가를 위한 손끝의 따스함을 닮았다.

이른바 ‘♥바타’를 위한 요리라는 소박한 동기에서 출발한 이번 레시피는, 한국 전통 한식의 멋과 맛 그 자체와도 닮아 있다. 탕평채는 흔히 ‘화합’의 상징으로 불린다. 각기 모양도 맛도 결이 다른 채소와 묵, 고명이 함께 어우러져, 누구 하나 튀지 않으면서도 오롯이 서로를 빛낸다. 지예은은 “나 같은 여자 또 있을까요?”라는 너스레와 함께, 세심하게 재료를 다듬고 각 요소의 채도와 식감을 적절히 맞추는 모습에서, 많지 않은 말 대신 세월의 정성과 시간의 켜를 읽게 한다.

포슬포슬한 청포묵의 결은 보드라운 새벽이 내리는 촉감 같다. 육수에 은은하게 우린 간장, 그리고 가지고 온 채소와 계란, 고소한 참기름까지. 하나하나 끊어지지 않게 이어 붙인 탕평채의 조각들은 마치 각자의 이야기를 품고 한자리에 모인 옛날의 소담한 잔치상을 연상시킨다. 그 한가운데, 지예은은 온기가 깃든 달콤함을 살짝 얹는다. 삶은 계란의 노랑이, 미나리의 초록이, 김가루의 먹빛이 어울려 한여름 저녁의 들뜬 공기마저도 차분히 내려앉히는 듯하다.

최근 업계에서는 전통 한식이 유행을 넘어 ‘힐링’의 코드로 다시 떠오르고 있다. 간편함과 속도의 시대 속에서, 손수 다듬는 한 접시는 맛 그 이상의 가치, 누군가를 위한 느림과 배려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청포묵을 썰고, 당근을 채 썰고, 미나리를 소금물에 살짝 데치는 모든 과정은 쉽지 않으나, 그 고단함을 이겨내는 것은 기대감, 즉 한 입 맛본 누군가의 ‘우와’와 ‘고맙다’라는 작은 감탄에서 비롯된다.

지예은이 공개한 탕평채 레시피에는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라는 기획의도가 명확하다. 음식을 통해 관계의 밀도를 높이고, 누군가를 깊이 아끼는 마음을 간접적으로 전하는 유대의 힘이 느껴진다. 최근 몇 년간 각종 요리 방송과 SNS를 통해 ‘지인을 위한 특별한 한상 차림’ 트렌드가 번진 것도 이와 맞닿아 있다. 맛 이상의 이야기를 담는 집밥이 각광받는 시기, 재료 손질‧그릇 고르기‧소소한 플레이팅까지 모두가 기억이 되는 순간이다.

탕평채는 그 본질에서 ‘함께 먹는’ 음식이다. 한 면으로는 시원한 한 줄기 비처럼 담백하지만, 그 안에는 간장의 깊은 맛과 들기름의 고소한 향, 아삭한 채소가 어우러져 내는 단단한 식감이 있다. 레시피 속 작은 주의점—청포묵과 각 재료의 굵기를 맞추고 간은 절제하듯 살짝—에도 지예은 특유의 감각이 녹아들었다.

오늘날 한식 레시피의 변주는 넘쳐난다. 각종 소스를 추가하기도 하고, 스모크 치즈나 견과류 같은 비전통적 재료가 엣지가 되는 시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지예은의 요리처럼, 정제된 전통의 방식을 기본에 두고, 진심 어린 사려가 스며든 한 상은 오래 기억에 남는다. 탕평채의 묵직한 한 조각을 입에 넣는 순간, 오래된 추억의 잔상이나, 그리운 누군가의 얼굴이 스쳐 지나가는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요리의 마지막에는 스스로의 만족이 아닌, 함께하는 이를 위한 미소가 남는다. 화려하진 않지만 단정한, 손님을 위한 색깔의 조화와 부드럽고도 단호한 맛의 균형. 지예은이 ‘나 같은 여자 어디 있나’라고 웃으며 탕평채를 내밀었던 그 마음이, 식탁 너머의 우리가 서로를 기대는 따스한 힘이 되어 다가온다.

— 하예린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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