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수석에서] 아우디·벤츠, 한국서 디젤 신차 출시하는 까닭은

아우디와 메르세데스-벤츠가 2026년에도 한국 시장에 디젤 신차를 선보인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이 전동화와 내연기관 축소에 속도를 내고 있음에도, 이들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가 한국 시장에서 디젤 중심 신모델을 출시한다는 사실은 시장 환경의 미세한 온도차와 틈새 수요의 가치를 다시 돌아보게 한다. 실제로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는 최근 국내에 ‘뉴 E-클래스 220d’ 등 디젤 모델을 선보였다. 아우디도 Q7, Q8 등 대형 SUV 신차를 디젤 엔진 사양으로 내놓는 움직임이 눈에 띈다. 유럽 본사에서 디젤 엔진 라인업이 빠르게 축소되고 있으나, 한국 시장은 예외적으로 디젤 모델에 대한 수요가 견고하게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디젤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한때 50%를 상회했으나, 친환경 정책과 전기차 보급 강화, 미세먼지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면서 점진적으로 하락세를 보였다. 2026년 현재 전체 승용차 판매량 중 디젤 비중은 약 15% 내외로 분석된다. 그런데도 프리미엄 수입차 시장, 특히 대형 SUV나 세단에서는 여전히 디젤 엔진 선호도가 두드러진다. 연료 효율성과 장거리 주행의 경제성, 넉넉한 토크 특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실제로 넓은 국토와 고속도로 네트워크, 평소 교외 장거리 통근이 많은 독일과 달리, 한국은 상대적으로 도시형 주행이 많은 환경임에도 디젤차에 대한 브랜드 충성층이 강하게 남아있다.

세계 시장과 비교해볼 때 한국의 디젤차 선호 현상은 특이한 케이스다. 유럽에서는 2025년 무렵부터 강도 높은 탄소 배출 규제(Euro 7)와 내연기관 퇴출 정책이 본격화되며, 디젤차 라인업이 급감했다. 실제 벤츠, BMW, 아우디 모두 주력 모델에서 디젤 비중을 크게 줄이고 있으며, 2030년 전동화 100% 달성을 위한 로드맵에 충실히 따라가고 있다. 그러나 한국 시장은 이 같은 규제 직접 대상이 아니며, 상대적으로 완충지대 역할을 하고 있다. 환경부는 승용차 탄소배출 기준을 점진적으로 강화하고 있지만, 디젤 신규 등록 금지 등 유럽과 같은 전면적인 금지 조치는 미룬 상태다.

더불어, 국내 소비자 중 일부는 순수 전기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등 전동화 모델의 충전 인프라 문제, 배터리 성능 불안, 중고차 감가 이슈 등으로 인해 내연기관, 특히 디젤 엔진에 신뢰를 지속적으로 보이고 있다. 2.0~3.0리터급 터보디젤 엔진은 고속도로 위에서의 효율적 주행, 저rpm에서의 힘, 장거리 경제성 면에서 동급 가솔린 모델 대비 아직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운전자가 차량을 직접 선택해 소유·운행하는 B2C 시장 대비, 법인·렌터카·물류 등 B2B 수요에서도 디젤차 선호는 뚜렷하다.

브랜드 레벨의 전략도 주목할 만하다. 벤츠와 아우디 모두 대부분의 글로벌 신차 라인업을 내연기관에서 전동화, 그리고 순수 전기차 ‘EQ’, ‘e-tron’ 등에 집중하는 추세다. 하지만 두 브랜드는 한국 시장의 니즈를 무시할 수 없다는 점을 인지하고, 자체 프로덕트 믹스를 재조정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한국 시장의 디젤차는 유럽 연비/배출가스 인증 기준(Euro 6d)보다 느슨한 조건을 반영한 현재 국내 기준으로 공급된다. 일부 신기술인 ‘트윈터보’, ‘SCR(선택적 환원촉매 시스템)’, ‘어뱀빙 밴드 파워 관리’ 등 첨단 디젤 엔진 제어가 적용되어, 경쟁력을 여전히 확보한다. 다만, 이미 브랜드 본사 차원의 투자 우선순위는 기존 내연기관에서 전동화로 옮겨졌다는 점에서 중장기적으로는 디젤차 신차 출시도 점차 축소될 전망이다.

한국 디젤차 시장의 향방은 여러 산업적 과제와 교차한다. 친환경 규제 강화는 디젤차의 생존 가능성을 점차 좁히고, 수입 브랜드 역시 국내 수요에 임시적으로 대응하는 형국이다. 여기에 국내 완성차 브랜드의 전략 변화도 변수다. 최근 현대·기아차는 주력 SUV 일부 모델에 디젤 엔진을 남겨두고 있지만, 전동화를 서두르며 신규 디젤 모델 투입을 제한하는 분위기다. 결국 수입 프리미엄 브랜드의 디젤 신차 출시는 한시적 현상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지금 이 시기에 한국에서 디젤 신차 출시가 이뤄지는 것은, 소비자의 선택권, 상품 라인업의 유연성, 국내 인증 정책의 미세한 차이가 결합된 결과로 해석된다. 수입차 고객을 중심으로 남아 있는 고효율/고성능 내연차 선호층, 완성차 브랜드와 유통사의 유연한 현지 전략이 교차하는 국면이라 할 수 있다. 즉, 글로벌 동향과 국내 실정, 규제 환경과 소비자 취향이 복합적으로 만들어낸 틈새시장 현상인 셈이다.

아우디, 메르세데스-벤츠 등 브랜드는 앞으로 점진적으로 디젤 라인업 축소, 전동화 확대 전략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특정 엔진 라인업 잔존, 신기술 적용, 가격경쟁력 유지, 탄력적 인증전략 등 ‘전환기의 과도기적 제품’이 일정 기간 병존하는 역동적인 시장 구도가 지속될 전망이다. 전기차/수소차와 내연기관차의 공존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각 브랜드와 소비자는 이제 점점 더 복잡한 선택지를 마주하게 됐다. — 고다인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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